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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과 박근혜

반기문과 박근혜
2007년 12월 26일 (수) 김민배 webmaster@kyeongin.com
▲ 김민배
(인하대 법대학장·객원논설위원)
이명박. 복과 운이 많은 대통령 당선자다. 한나라당 경선에서부터 대통령 선거일에 이르기까지 어려운 국면이 발생할 때마다 그에 대한 부정적 시비를 잠재운 사건들이 터졌다. 샘물교회의 아프가니스탄 인질사태. 그것은 박근혜 전 대표의 추월을 막아낸 예상치 못한 사건이었다. 신정아와 변양균 스캔들. 그것은 집권당을 초토화시킨 동시에 대선에서 도덕성 시비를 막아낸 사건이다. 그리고 선거 막바지의 서해안 기름 유출사태. 그것은 대통령의 위기관리 능력을 요구한 사건이었다.

그 때문일까. 새롭게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이 폭발적이다. 이념주의보다 실용주의를, 부동산 규제보다 활성화 대책을, 평등주의보다 자율형 교육제도를, 세금폭탄보다 합리적인 조세정책을 기대하고 있다. 물론 당선자가 국민들의 목표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험하기만 하다. 그 첫 번째 시험대는 국무총리의 임명이 될 것이다. 여소야대의 국회와 실용주의 그리고 국무총리 잣대를 만족시킬 수 있는 인물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제18대 총선전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나 공천권을 둘러싼 논공행상이나 한나라당의 재집권 전략과 연계될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 설정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일부에서 벌써 차기 대통령 후보로 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거론되는지 여야 모두 새겨야 할 대목이다. 반기문. 그의 차기 대권 가능성을 일깨워 준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대선이 장난이냐고 비판을 받았던 허경영 후보다. 그가 판문점에 유엔본부를 유치하겠다고 나서면서 유엔과 반 총장의 실체를 각인시켰다. '8번 찍으면 팔자 고친다'는 구호를 들고 나와 9만6천756표를 얻었다. 그러나 선거에서 떨어진 이후에 인터넷과 케이블 방송의 토론프로에서 더 인기다. 한 인터넷 홈피를 보면 하루 방문자가 7만명에 이른다. 대선기간 중 일부 엽기 사이트와 홈피에서 유행하던 그의 사이트가 계속 인기를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심하다는 비난과 시원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해서 그의 홈피를 방문했다. 결혼 1억원·출산 3천만원 지급, 등록금·수능·단체장선거 폐지, 소득세 단일화, 가스요금 보조, 유엔본부 판문점유치, 몽골과 통일 등. 왜 젊은이들은 허 후보의 이런 공약에 관심을 가졌던가. 철저히 박정희 전 대통령과 새마을로 치장한 그의 홈피와 댓글을 보면서 생각했다. 결혼과 집 장만 그리고 출산을 걱정하는 직장인들, 추운 겨울에 가스비와 전기요금에 허덕이는 사회취약계층, 새벽까지 학원과 과외에 시달리는 학생들, 등록금과 취업 때문에 휴학하는 대학생들, 차라리 일부 정치제도를 없애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국민들.

황당하다는 그의 공약은 역설적으로 국민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있으며, 무엇 때문에 삶이 지쳐가고 있는가를 되돌아보게 했다. 공약의 이름으로 국민들을 못살게 하는 정치보다 배고픈 국민들에게 빵과 희망을 나눠주는 사람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공약을 보고 투표하라던 지식인과 언론들이 정작 당선자에게 공약을 버리라고 충고한다. 그리고 그 속에 자신들의 이익이 담겨 있다. 그렇다. 그것이 허 후보의 사이트가 인기를 유지하는 이유다. 삶을 더 피곤하게 만드는 위선의 정치와 행정에 대한 불신의 표시인 셈이다.

그러나 허무주의를 넘어선 극도의 불신이나 과도한 기대는 결국 파시즘을 불러 올 것이다. 왜 히틀러의 등장과 중국의 문화혁명에 젊은이들이 그토록 열광했던가. 불신과 분노의 저편에서 커가는 파시즘의 뭉게구름을 보면서 묻는다. 새로운 당선자는 빵과 희망에 굶주린 우리 현실을 과연 누구와 함께 돌파해 갈 것인가. 반기문인가. 박근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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