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의 길흉화복이 다 만남의 결과지만 특히 정치인들 간의 인연은 특별하다. 장삼이사의 만남이야 소단위 사회에서 몇 사람에 관계되는 영향을 미칠 뿐이나 정치인의 이합집산은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고 민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성군의 자질을 가진 세종대왕 같은 이가 황희 같이 어진 재상을 등용하면 금상첨화로 태평성대를 누리지만 연산군과 같이 포악한 성정을 가진 폭군이나 인조 같은 혼군이 임사홍이나 이이첨 같은 간신을 만나면 백성은 죽어나게 마련이다.

이치를 따지고 보면 세종과 같이 덕을 갖춘 사람이 임사홍 같은 간신을 등용할 리도 만무고 연산 같이 포악한 인물이 황희 같이 정도를 고집하는 재상을 등용할 리도 없으니 선정과 폭정의 결과는 다 절대 권력자의 성정과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세종이나 성종 같은 어진 임금의 치하에서는 재상이나 관리 중에 사약을 받고 귀양을 간 사람이 거의 없는 반면에 연산과 같이 우둔한 임금 치하에서는 수도 없이 많은 신하들이 죽어나갔고 몇 몇은 백성들의 돌팔매로 최후를 맞기까지 했다. 이런 역사는 현세에도 반복되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정치인들의 부침도 심할 뿐 아니라 그와 인연을 가졌던 거의 모든 사람들의 뒤끝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유심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그를 처음 발탁했던 정회장이 당한 배신은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고 그가 정치인으로 데뷔할 당시의 최측근 참모 두 사람은 지금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어있다. 함께 회사를 설립했던 김 모 씨는 지금 영어의 몸이고 그의 누이는 변호사 자격마저 박탈되어 이국에서 피나는 노력으로 자식 뒷바라지에 평생을 바친 부모는 피눈물 속에 세월을 한탄하고 있다. 경선 도적질의 일등공신 이재오는 낙방거사가 되어 정치권 외곽을 맴돌고 있고 공천 칼질의 주역 이방호 역시 낙방 끝에 재기를 노리고 지방선거 출마설이 돌고 있으나 아직 가라앉지 않은 민심이 용납해 줄지는 의문이다. 같이 낙방한 박형준, 지금 청와대 특보로 권력을 누리며 온갖 모사를 꾸미고 있지만 그 역시 정권과 운명을 같이 할 사람일뿐이다.

이명박의 사람 만남에는 또 하나의 특징이 있다. 그것은 이미 망가진 사람을 주어다 쓰고는 완전히 망가뜨린다는 것이다. 불법선거 자금문제로 고민에 빠져있던 강재섭은 좀 더 살아보려고 그 앞에 줄섰다가 지금은 텃밭이나 가꾸는 신세고 불법로비사건에 연루된 공성진과 표절 시비로 망신을 당하고 있는 전여옥 이 두 사람은 대법원 상고로 시간을 끌고 있지만 이미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지금 김태호 경남지사가 같은 운명의 길을 걸으며 출세가도의 종착역에 다다랐고 김무성은 경계에 서있다. 정운찬 총리 역시도 세종시 수정안이 실패할 경우, 그 책임을 혼자 뒤집어쓰고 등덜미에 등신딱지를 붙이기 직전이다.

몇 달 전 이명박이 정운찬씨를 총리 후보로 내정했다는 보도를 접하며 과연 이명박이 엉클어진 국정을 바로 잡고 민생을 살피기 위해서 저 사람을 등용한 것인가? 하는 의심이 들었지만 취임도 하기 전에 세종시 수정안을 거론하는 것을 보고는 바로 1회용 총리구나 하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명박이 그를 대권주자로 키우려는 한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곧 이어 세종시 수정안으로 인한 파문과 벌거벗겨지다시피 한 청문회 과정을 지켜본 결과는 이미 망가진 사람을 박근혜 의원 죽이기에 조커로 사용할 목적일 뿐이고 파워 게임에서 질 경우 지체 없이 제단에 올릴 희생양으로 딱 알맞은 사람으로 판단되었었다.

이명박의 인연 맺기는 대략 두 가지로 결론이 맺어진다. 하나는 이용 가치가 있는 사람을 싫건 부려먹다 유통기간이 지나면 미련 없이 버려 원수지간이 되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하자 있는 사람을 주어다 이용만 해먹고 완전히 망가지든 말든 관심을 끊는다는 것이다. 전자의 범주에 드는 사람은 정인봉, 김유찬 그리고 김경준일 것이고 후자의 범주에 드는 사람이 전여옥과 정몽준, 그리고 정운찬이다. 그리고 또 하나, 그는 맞서는 사람도 집요하게 공격, 기어이 망가뜨린다, 서청원은 기어이 감옥으로 보냈고 박근혜 죽이기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남은 재임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을 더 망가뜨릴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모사와 전시행정에 능한 사람들만 모여 있는 이명박의 주변에는 앞으로도 망가질 사람이 얼마든지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반면에 정치인 박근혜는 인사에 전혀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논공행상에 욕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인사는 아예 차단을 해왔기 때문에 경선에서 불이익도 봤지만 국민이 박근혜를 신뢰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논공행상에서 자유로운 정치인의 출현을 기대하기 때문이라는 점이고 또 하나는 결코 빠른 성과만을 노려 국민에게 어필할 사람이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진정 차기에는 박근혜가 대권을 잡아 경제 교육과 같이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한 분야는 국가백년대계를 염두에 두고 신중히 설계하고 또한 매사를 성과에 연연함 없이 꼼꼼히 추진해 나갈 인재들을 등용해서 국민과 함께 선진화로 나아갈 정부를 이끌게 되기를 학수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