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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새누리당 의원 148명은 지금 어디 있나

[사설]새누리당 의원 148명은 지금 어디 있나

[동아일보]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은 13일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의원총회에서 회의장 구석에 앉아 미동도 하지 않고 회의를 지켜봤다. 지도부가 정리한 의총의 결론은 ‘박심(朴心)’ 그대로였다. 정 의원에게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것 이상의 가시적 조치를 요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출당(黜黨)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도, 체포동의안 부결에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는 이한구 원내대표의 사퇴 보류도 대체로 박 의원의 뜻과 같았다.

박 의원을 뺀 새누리당 의원 148명이 정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때와 이후 보인 모습은 우왕좌왕(右往左往) 그 자체였다. 체포동의안에 반대한 새누리당 의원 중 일부는 11일 정 의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기 직전에 가진 의총에서 박 의원의 대선후보 캠프 공보단장인 윤상현 의원이 반대 발언을 하자 부결이 박 의원의 뜻인 줄 오해하고 동조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박심에 따라 춤추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 현상이다.

박 의원이 정 의원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은 13일 의총 직전 ‘복도 발언’이 처음이고 유일하다. 박 의원은 “정 의원은 평소 쇄신을 강조해온 분이니까 평소 신념답게 당당하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사태 수습 방안에 대해 여러 의견이 나왔지만 이후 최고위원회의를 거쳐 내려진 결론은 박 의원이 복도에서 말한 취지 그대로였다.

박 의원은 이 원내대표의 거취와 관련해 정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되고 이 원내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힌 11일 밤 이미 “이 원내대표가 사퇴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사퇴 번복은 모양새가 좋지 않고 명분도 없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통합당의 전략적 투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국민의 불신을 초래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는 7월 임시국회가 끝날 때까지 조건부 복귀로 결론이 났다.

지금 새누리당은 ‘박근혜당’이라고까지 불릴 정도로 박 의원 한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최근 결론이 난 대선후보 경선 룰도 비박(非朴) 주자들이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끈질기게 요구했음에도 박 의원의 뜻을 따라 현행대로 유지됐다.

파이낸셜타임스지 칼럼니스트인 팀 하퍼드는 저서 ‘어댑트’에서 “오늘날 사회는 아무리 똑똑하고 지혜롭고 용기 있는 리더라도 혼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 않다”고 했다. 지도자 말 한마디에 당 전체의 의견이 왔다 갔다 하는 정당이 걱정스럽다. 당내 민주주의도 못하는 정당이 국가 전체의 민주주의는 제대로 할 수 있겠는지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박 의원이 새누리당의 대선 예비 후보로서 압도적 지지를 받는다고 해도 당에서 한 사람 목소리만 들려서는 안 된다. 다양한 목소리가 들리고 그 소리들이 공명(共鳴)해야 울림이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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