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박근혜는 이제 차기 대권 후보의 상징이 되었다. 다투어 실시되는 여론조사는 두 사람의 상징성을 더욱 굳혀주고 있다. 두 사람의 상징성은 리더십의 상징성과 같다. 이미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두 사람의 리더십은 차이가 있다.
안철수의 경우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해 무료로 배포하고 회사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주었으며, 자신의 재산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는 행동을 통해 베푸는 리더십, 섬기는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이에 비해 박근혜는 아버지 박정희의 큰 틀에서 안주하면서 자기 나름의 원칙을 지키는 리더십이다.
박근혜는 재벌을 도구로 한 경제 성장정책을 추진하면서 시민사회를 억압했던 아버지의 리더십의 상당부분을 차용하면서 한나라당이라는 틀 속에서 그나마 일관된 원칙을 지키는 것으로 자신의 긍정적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박근혜 지지 세력은 친일 미청 이나 군사 독재가 뭐가 문제냐고 주장하는 사고방식의 소유자들이 주류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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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한나라당 의원과 안철수 교수. @CBS노컷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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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나라당이 한미 FTA를 강행 처리한 뒤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 안철수가 박근혜를 크게 앞섰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미 FTA 날치기 처리는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1%의 탐욕’을 규탄하는 ‘점령하라 캠페인(occupy campaign)'의 정신과 상반된 것이다.
한미 FTA는 아무리 좋은 수식어로 치장한다 해도 자동차, 전자 등의 일부 산업의 대자본가, 그 소유주 등 한 줌도 안 되는 극소수에게 이익을 약속한다. 세계적으로 규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자본가, 기업가 1%’의 탐욕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반면 농업 등 취약 산업 분야에는 사망선고를 알리는 조종과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
박근혜는 의회주의를 빌미로 한미 FTA 강행처리에 찬성했다. 그가 무어라 이야기 하든 그의 찬성 행위는 아버지 박정희가 설계한 재벌위주의 경제 시스템에 지지를 표함으로써, 양극화가 심화되는 구조를 더욱 강화시켰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박근혜는 아버지가 불법적으로 그 소유권을 강탈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언론사와 대학의 소유 지배에 대한 문제에 대해 아직 투명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그는 정수장학회와 관련해 소송을 제기했다. 유신 독재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침묵한다. 아버지의 독재 유산을 청산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 박근혜의 상징성이 강화되면서 일부 언론은 한국적 리더십을 기사화한다. 그런데 그 기사에 등장하는 대표적 리더는 세종대왕, 이순신 등 과거의 리더들이다. 이런 기사는 현대 사회의 리더십에 대한 기본적 인식 부족 탓이다. 오늘날의 리더는 리더와 추종자의 관계가 수평적 관계다. 리더는 추종자 가운데 누구나 될 수 있다는 대 전제하에, 리더는 봉사하고 섬기는 리더십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그러나 절대 왕권이 지배하던 과거의 리더와 추종자의 관계는 군신 또는 장수와 부하의 상하관계다.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소통에 귀를 막고 대통령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유권자와 수평적 관계에서 정치를 해야 한다는 기본적 원칙을 저버린 것이다. 그 결과는 오늘 날처럼 참담하다. 한나라당 지도부 등은 부자감세, 복지, 남북정책 등에서 청와대가 주장하던 것을 거의 다 뒤집고 있다. 집권층 내에서 청와대는 고립된 섬과 같은 모습이다. 이 대통령의 시대착오적 리더십이 빚어낸 필연적 결과다.
현대 사회가 요구라는 리더십의 한 형태가 ‘점령하라 캠페인(occupy campaign)'에서 확인된다. 미국과 유럽에서 나타난 이 리더십은 매우 독특해 종래의 전통적인 것과 차원이 다르다. 우선 모두가 리더이며 모두가 자기의 문제를 말한다는 것이다. 이는 ’나를 따르라‘고 외치면서 추종자를 자신의 뒤에 일렬로 세우는 권위주의적 리더십과 다르다.
‘점령하라 캠페인(occupy campaign)'이 향후 어떤 식으로 전개되면서 그 리더십이 형성될지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컴퓨터, 인터넷이 보급된 뒤 SNS가 나날이 진화하면서 현대 사회의 리더십 또한 질적으로 큰 변화를 겪고 있다. 핸드폰과 같은 현대식 통신 수단이 활용되는 이른바 전자직접민주주의가 현실화되고 있다.
내년에 선출될 대통령은 남북의 평화통일과 성장, 분배 문제 등 민족적 운명을 좌우할 큰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누가 청와대로 가느냐 하는 것은 너무 중요하다. 안철수 박근혜 리더십이 내년의 선거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아직 속단키 어렵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등장은 이 사회의 정치의식이 크게 변했다는 것을 웅변한다. 이로 미뤄볼 때 내년 선거결과가 어떤 것일까에 대해 그 큰 방향은 이미 정해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 사회의 리더십을 정확히 실천하고 있거나 그 가능성이 확실한 정치 리더의 등장 가능성이 높다. ‘점령하라 캠페인(occupy campaign)'이 들판의 불길처럼 더욱 번진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