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인터뷰]안병진① “‘박근혜 대세론’ 더 단아한 안철수로 무너졌다” | |||||
“고정된 이분법 프레임 정당은 절대 내년에 집권할 수가 없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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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교수는 지난 21일 <폴리뉴스> 자매지 월간<폴리피플>과의 인터뷰에서 ‘87체제’에 기반한 정당틀 뿐 아니라 “시장 VS 국가, 중앙정부 VS 지방정부, 기업 VS 시민사회, 정당 VS 시민정치 등 모든 것을 고정된 이분법으로 바라보는 프레임을 가진 정당은 절대 내년에 집권할 수가 없다”며 “시민들의 상식이라는 가치를 받아들인다면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지난해 자신을 비롯해 김헌태 김종욱 교수 등이 참여해 만든 <박근혜 현상> 책에서 밝힌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대세론이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등장으로 무너졌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그는 “박 전 대표는 비련의 공주 같은 단아한 이미지다. 안 교수 스타일도 참 단아하다. 차이가 있다면 박 전 대표의 단아함은 복고풍인데 반해, 안 교수의 단아함은 20, 30대 스타일에 딱 맞는 ‘간지 나는 단아함’”이라며 “박 전 대표는 본인의 ‘3단(단단, 단순 단아)’보다 더 탁월한 ‘3단’을 갖고 있는 사람 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세대구도가 선거구도에 중요한 요인이 된 것을 인정하고 다만 이를 계급구도로 바라보는 것에 대해 경계했다. 그는 “자유에 대한 감수성 측면과 고단한 삶에 대한 욕구 이 두 측면을 함께 바라봐야 한다”며 “계급의 프레임으로만 국한해 본다면, 이들의 정치에 대한 폭발적 요구를 반만 보게 되는 것으로,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또 현 민주당의 위기에 대해 “과거 ‘87년 체제’의 틀 속에 갇혀 근대적 공감의 정치에 한계를 가졌기 때문”이라며 “시민들은 진화돼 나가는데 여의도 활동가들만의 아젠다, 국회의원만의 사고에 국한되다 보니, 둘 사이에 커다란 미스매치가 생겼던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안 교수는 이어 “지금은 집단지성들이 정치를 리모트컨트롤 하는 세상이다. 이들의 요구를 정책에 반영하지 못하면 반감을 사는 세상이라 괴리가 극단적으로 나타난 것”이라며 “민주당은 시민 삶으로부터 이탈한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박근혜 현상’서 거론된 장점, 안철수에게 모두 밀려 - 지난해 교수님을 비롯한 김헌태, 김종욱 교수 등 5명의 공저 <박근혜 현상>이 출간된 지 1년 만에 ‘박근혜 대세론’이 ‘안철수 현상’에 의해 무너지고 있다. 이에 대해 진단한다면? 사실 <박근혜 현상>을 내기 한참 전인 2000년도부터, 한국에서 최초로 박근혜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주장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 주장의 근거에는 박근혜에 진정성이 실제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진정성을 가진 정치인을 요구하는 시대가 올 것이란 것이고, 결국 그 시대가 온 것이다. 또한 박 전 대표가 가진 세 가지를 한 시인의 표현을 빌려 비유하면, 단단하고 단순하고 단아하다. 박 전 대표의 ‘3단’의 특질을 요구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고한 것이다. 그런데 이 ‘3단’에서 더 뛰어난 인물이 나왔기 때문에 ‘박근혜 대세론’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안철수 교수는 자신 삶의 영역에서 단단하게 공적 실천을 해왔음을 보여줬다. 단순한 기업적 실천이 아닌 사회적 활동으로 박 전 대표보다 공적 정치가로써 훨씬 더 성과를 남겼다. 또한 박 전 대표의 메시지 스타일을 저는 하이쿠(俳句)의 정치라고 표현하는데, 이보다 더 탁월한 하이쿠가 안 교수의 박원순 지지 편지와 재산기부 이메일이다. 이 속에는 내용이 아주 짧으면서도 내공이 고스란히 들어간 최고의 미니멀리즘이었다. 박근혜 전 대표는 비련의 공주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참 단아하다. 안 교수 스타일도 참 단아하다. 차이가 있다면 박 전 대표의 단아함은 과거시대의 복고풍인데 반해, 안 교수의 단아함은 20, 30대 스타일에 딱 맞는 ‘간지 나는 단아함’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대표는 본인의 ‘3단’보다 더 탁월한 ‘3단’을 갖고 있는 사람 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다. - ‘안철수 현상’ 이후 ‘87년 체제’가 무너지고 있다, 극복을 위해서는 새로운 정당체제로 거듭나야 한다는 요구가 일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저도 ‘87년 체제’가 무너진다는 테제를 가장 먼저 말 한 사람 중 하나다. 지역주의 체제, 보수든 진보든 공감 훈련이 안 된 정당들이 자의적 아젠다에 기초해 정치를 끌어가는 ‘87년 체제’는 무너지고 새 체제로의 이행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현상’은 그 이행기의 강한 첫 징후로 본다. 정치학 용어로는 정당체제의 재편성이다. 서구의 저명한 정치학자 러셀 달톤(Russell Dalton)은 한국이든 유럽이든 현재 정당체제는 해체되고 있다는 소위 카오스론을 펴고 있다. 다시 말해 무당파 증가와 기존정당에 대한 반감으로 정치적 관심이 저하되고, 이슈가 복합적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는 이러한 카오스론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정당체제에 카오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안정된 형태로 새롭게 재편성되기 위한 이행도 있다. 때문에 안정된 정당체제로의 재편성을 위한 이행기는 혼란스럽게 보일 뿐이다. 세대구도, 계급적 프레임으로만 보면 반만 보는 것 - 최근 선거에서 ‘87년 체제’의 주특징인 지역성은 상당히 둔화되고 세대성이 부각되고 있는데, 이에 동의하나? 저도 같은 생각이다. 저는 세대가 계급의 문제가 함께 중첩되어 있다는 테제를 제시하고 있는데, 일각의 지역에서 계급이라고 보는 것은 현재의 새로운 체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잘못된 해석이라고 본다. 저는 세대가 중요한 특성이고 여기에 계급문제가 부차적으로 결합돼 있다는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계급 측면이 부각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20대 저소득층이든 20대 화이칼라든 20대가 전반적으로 시장만능주의 속에서 자신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 현실에 대한 분노가 있다. 그런 점에서 계급적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러나 이를 협소한 의미의 계급으로만 보기가 어려운 것이, 20대, 30대 화이트칼라들이 반드시 자신의 계급적 이해만 추구한다기보다는 사회 전반적 정의의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마이크 샌델이 말했듯이 사회 전체가 정의로웠으면 좋겠다는 요구는 꼭 옛날 의미의 계급으로 보기는 어렵다. 사회 전반에 대한 요구, 특권층에 대한 비판이 반드시 계급적 요구와 일치하지 않는다. 가령 과거 16대 대선에서 권영길 후보가 ‘노동자 세상을 만들겠다’고 한 것은 계급적 요구지만 노무현 후보가 ‘특권층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한 것은 꼭 계급적이라고 할 수 없다. 이에 계급을 과도하게 해석하면 위험한 실천적 결론이 나온다. 20대는 사회 전체를 정의롭게 만들고자 하는 요구가 있다.
그런 점에서 자유에 대한 감수성 측면과 고단한 삶에 대한 욕구 이 두 측면을 함께 바라봐야 한다. 단지 신자유주의 프레임이나 계급의 프레임으로만 국한해 본다면, 이들의 정치에 대한 폭발적 요구를 반만 보게 되는 것으로,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고정된 이분법 프레임 정당은 절대 내년에 집권할 수가 없다 - 정당이 집권을 목표로 이념과 가치를 노선으로 정립해 뜻을 함께해가는 집단이라 정의한다면, 현재 이 부분이 복잡다기하다. 국민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젊은 세대를 안아 집권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어떤 당도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요구하는 새로운 정당 정치체제는 과연 어떤 모습을 갖춰야 한다고 보나? 두 가지로 첫째 어떤 가치를 지향하느냐, 둘째 그 가치를 담는 전혀 새로운 차원의 정당모델인가 하는 점이다. 첫째 가치의 측면에서 기존 정치세력들이 헤매는 이유가, 안철수 교수의 ‘상식 VS 비상식’ 프레임에 대해 별로 과학적이지 못하다고 한다. 그러나 저는 반대로 새롭게 요구되는 정당의 성격과 가치를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한다고 본다. 예컨대 시장 VS 국가, 중앙정부 VS 지방정부, 기업 VS 시민사회, 정당 VS 시민정치 등 모든 것을 고정된 이분법으로 바라보는 프레임을 가진 정당은 절대 내년에 집권할 수가 없다. 건전하고 건강한 삶에 입각한 시민들의 상식이라는 가치를 받아들인다면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 학문적으로 표현하면, 시민공동체가 시장과 국가, 정당들을 통제하는 관점의 가치가 앞으로 집권하는 정당의 21세기의 핵심 비전이라고 본다. 시민이 통제한다는 것은 국가 중심의 복지나 분배, 기업주의적 방식을 다 거부하는 것이다. 여기에 핵심적 가치가 있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이나 안철수, 박원순은 본능적으로 기존과는 다른 이러한 방식의 가치를 이미 체현하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 교수, 박원순 시장이 썼던 단어와 2008년 당시 오바마 후보가 썼던 단어가 굉장히 비슷하다. 예컨대, 세 사람 모두 공통적으로 ‘Common sense’(상식)나 ‘우리’, ‘시민’, ‘삶’, ‘정의’ 또는 민주공화국 풍의 표현들을 가장 많이 쓴다. 세 사람 모두 어느 특정이념으로 재단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2008년 당시 오바마를 보수는 오바마가 합리적 보수여서 지지했고, 진보는 진보여서 지지했다. 지금 안철수 교수에 환호하는 사람들 역시 안 교수가 합리적 보수여서 지지하고 또는 진보적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에 지지하는 것이다. 새로운 정당 모델의 핵심을 설명하자면, 박원순 시장이 선거유세 과정에서 참 멋진 표현들을 썼다. 그중 ‘공감과 동행의 캠페인’이라는 표현이 있다. 저는 이 표현이 21세기 정당 모델의 핵심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아직까지 근대적 정당도 거치지 못했다. 시민이 생각하는 것을 아젠다로 만들어 실천으로 옮기는 정당을 근대적 정당이며 이는 근대시기에 이미 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당들은 시민이 무엇을 생각하는지부터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아젠다를 먼저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공감’을 지금까지의 정당들은 구현해내고 있지 않다. ‘동행’은 시민 주도와 참여 속에 정당의 정책, 당직선출 등이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한국 어느 정당도 이를 하고 있지 않다. 이와 관련해 얼마 전 제가 ‘네트워크형 정당’ 10가지 테제를 제시한 바 있다. 요컨대, 시민과 제도권 정치의 교차로에서 네트워크를 이뤄내는 정당이 21세기 정당 모델이다. 다시 말해 시민이 공직, 당직을 선출하고 정책을 집단이 함께 만들어가는 시스템이 가능한 모델 10가지를 제시한 것이다. 사실 2002년 제가 미국 유학 시절에 21세기는 리눅스적 정치의 시대, 집단지성이 구성하는 정치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최초로 이야기 한 바 있는데, 너무 시대를 앞서갔다. 이 리눅스 정치를 지난번 선거 과정에서 박원순 시장이 약간 보여주긴 했지만 아직 구현하지는 못했다. 내년에 집권하는 정당은 시민의 위대한 집단지성에 기초해 모든 정책과 메시지가 이루어지는 정당이 될 것이다. 박원순 시장 캠프 과정에서 전략가들이 만들어놓은 전략메시지가 다 후졌기 때문에 시민들이 바꿔냈다. 이것을 맹아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현실정치에서 민주당이 의연한 모습을 유지하려 하지만 지난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 경선에서 패하고, 현재 야권통합 과정에서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배경은 어디에서 시작됐다고 보나? 과거 ‘87년 체제’의 틀 속에 갇혀 근대적 공감의 정치에 한계를 가졌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진화돼 나가는데 여의도 활동가들만의 아젠다, 국회의원만의 사고에 국한되다 보니, 둘 사이에 커다란 미스매치가 생겼던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직접민주주의를 수렴해내지 못한 것은 부차적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근대적 정당 단계에 아직 도달하지 못한 것도 문제인데 과거에는 그래도 안정된 지역주의체제로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집단지성들이 정치를 리모트컨트롤 하는 세상이다. 이들의 요구를 정책에 반영하지 못하면 반감을 사는 세상이라 괴리가 극단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결국 현 민주당은 시민 삶으로부터 이탈한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저는 안타까운 점이, 지금이 민주당의 필연적 한계가 아닐 수 있었다. 얼마든지 21세기에 맞게 큰 지혜를 가진 정당, 가장 오래된 정당으로써 진취적으로 바뀔 수 있었는데 그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 (-언제 놓쳤다고 보는 것인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시민의 분노감이 크게 일던 시기가 민주당의 대혁신의 기회였는데, 반사이익에 안주했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안타깝다. [인터뷰어 김능구 본지 발행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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