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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광교칼럼] 장엄했다! ‘수원화성 축성 장인(匠人) 명패 봉안문화제’ - (김우영 논설실장 / 시인)​​기자명김우영 논설실장

[김우영 광교칼럼] 장엄했다! ‘수원화성 축성 장인(匠人) 명패 봉안문화제’ - (김우영 논설실장 / 시인)

기자명김우영 논설실장 입력 2024.11.25 11:35 수정 2024.11.25 13:12

23일 열린 ‘2024 수원화성 축성 장인(匠人) 명패 봉안문화제’.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윤복쇠, 김대노미, 김개불, 김쇠고치, 지악발, 이자근노미...

 

그대들 비록 그때 그 자리 초대받지 못하였으나

저 성벽과 누각, 수원천에 비치는 달빛

만천명월(萬川明月)의 주인은 그대들일세

 

동서남북 그리고 여기

오방기 흔드는 바람도 그대들임을 내 잘 알지

 

그대들 원력(願力)으로 다진 터에

눈물 수천줄기 모여 흐르던 내에

저 좀 보아

굳은 맹세처럼 성이 솟았네

 

이 자리에 없으나

나의 마음 속 큰 술잔 받으시게

이어인노미, 김육손, 김노랭이, 황시월쇠, 정춘득...

 

기세 푸르던 장용영 군사들

춤추고 노래하던 여령들과

장안문 밖 새술막거리 주모

그대들도 오늘밤은 불취무귀(不醉無歸)

 

비록 그날 잔치에 초대받지 못하였으나

김오십동이, 강허무쇠, 최말불, 김순노미, 박작은여출

1796년으로부터 228년이 흐른 2024년

오늘에서야

그대들에게 내미는

아직도 여여(如如)한 이 마음 한잔 받아주시게

-김우영 시 ‘그대들, 비록 그 자리 초대받지 못하였으나-그날 수원에서의 잔치, 낙성연(落成宴)‘

 

지난 23일 열린 ‘2024 수원화성 축성 장인(匠人) 명패 봉안문화제’는 장엄했다.

겨울입구였지만 햇살은 찬란하게 화성성벽, 화성행궁, 성신사, 화령전, 그리고 주 행사장이었던 팔달사를 어루만지듯 따듯하게 쏟아져 내렸다.

위의 졸시(拙詩)는 그 자리에서 내가 낭독한 작품이다. 늦긴 했지만 약 230년 전 수원화성을 쌓은 이어인노미, 김육손, 김노랭이, 황시월쇠, 정춘득, 김대노미 등 장인들의 노고를 기억하고 치하하는 정조대왕의 마음을 노래한 것이다.

명패를 들고 행진하는 화성연구회 회원들.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명패를 들고 행진하는 회원들.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화성 공사의 모든 과정을 기록한 ‘화성성역의궤’에 따르면 화성을 축성할 때 참여한 목수, 석수, 미장이, 와벽장이, 대장장이, 개와장이, 화공, 톱장이 등 장인(匠人)은 모두 1821명이었다. 화성성역의궤엔 이들 장인과 함께 화성성역소의 관리직 376명 등 2197명의 이름이 기록돼 있다.

수원일보는 19일자 ‘잊혀진 화성 축성 장인 기억...명패 봉안 문화제 열린다’ 기사를 통해 “세월이 흐르고 화성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지만 이들의 노고와 장인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팔달사에서 열린 바라춤 공연.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이에 (사)화성연구회가 나서 ‘수원화성 축성장인 명패봉안문화제’를 열기로 했고 팔달사와 수원시상인연합회가 뜻을 같이 했다.

장인들의 명패는 전 화성연구회 이사장인 김충영 서각가가 팔달사에서 나온 은행나무를 이용해 새기고 있다. 행사장에서 김 작가는 “현재는 스물 몇 개지만 앞으로 5년 동안 2000개가 넘는 명패를 새길 예정”이라고 밝혀 청중들을 감동시켰다.

이번 명패봉안문화제는 오후 1시 팔달산에 있는 성신사 고유제로 시작됐다. 성신사 복원에도 앞장섰던 화성연구회는 신년회를 비롯해 모든 행사 때마다 이곳에서 고유의식을 행한다.

고유제를 마친 후 화성행궁 화령전으로 내려와 정조대왕께 고하는 의식을 가졌다.

이어 명패를 앞세워 공방길을 거쳐 팔달사까지 취타대와 함께 거리행진을 했다. 주말에 수원을 찾아온 많은 시민·관광객들이 이 행렬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게 무슨 행사지요?”

낯이 익은 행궁동 주민이 나에게 물었다.

설명을 들은 그는 “이제라도 화성축성 장인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자리가 마련돼 다행이네요. 내년부터는 행궁동주민자치회 등 지역주민들이 함께 행사를 진행하면 좋겠습니다”라면서 “이 뜻 깊은 행사를 수원시가 적극 지원해서 내년엔 더 성대한 축제가 돼야 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명패를 봉안하는 화성연구회 회원들.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오후 2시 10분부터는 팔달사에서 봉안문화제가 열렸다. 전기한 것처럼 나는 시 ‘그대들 비록 그 자리에 초대받지 못하였으나’를 낭독했다. 참 오랜만이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내 시를 이처럼 절절한 마음으로 읽은 것은.

이어 바라춤 등 공연이 펼쳐졌고 장인들의 안식과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천도재 의식도 이어졌다. 자신의 조상을 모시듯 경건한 분위기가 계속됐던 행사가 끝났다.

이 행사를 준비하느라 10번 가까운 관계자 회의가 열렸다. 그 과정에서 팔달사 주지 각소스님의 열정에 감동받았다. 천도재 행사는 모두 팔달사가 부담했다.

최호운 화성연구회 이사장도 혼신의 힘을 쏟아 부었다. 예산이 없는 상태에서 대부분의 재정을 부담하느라 고생했다.

모든 회원들이 노력했지만 특히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한 김용헌·강희수·한정규·윤의영 회원들, 명패를 만든 장본인인 김충영 전 이사장 등의 근심과 걱정이 깊었다. 행사에 도움을 준 수원시상인연합회, 김희숙 꽃화성 대표도 고맙다.

선업(善業)을 지은 일이었다. 2000명 넘는 장인과 축성 관계자, 정조대왕, 정약용, 채제공, 조심태 선생 등의 영혼이 이 행사에 참여했던 그대들을 축복해주실 것이다.

‘수원화성 축성장인(匠人) 명패봉안문화제’에 참여한 (사)화성연구회 회원들.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화성축성 장인들의 명패를 모실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 지금은 명패 수가 적기 때문에 임시로 팔달사 용화전에 모셨지만 앞으로 500개, 1000개, 2000개가 넘는다면 별도의 사당이 필요하다. 수원시가 화성축성 장인들의 명패를 모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다면 화성축성 으뜸공로자인 이분들의 보살핌이 수원시에 내릴 것이다.

수원 화성을 만든 장인들을 현양(顯揚)하는 사업이 필요하다. 이번에 열린 ‘수원화성 축성장인(匠人) 명패봉안문화제’는 이 사업의 첫 번째 단추를 꿴 뜻 깊은 행사다.

화성연구회, 팔달사, 수원시상인연합회의 큰 뜻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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