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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광교칼럼] 나는 아직도 선기대와 함께 말 타고 화성을 달리는 꿈을 꾼다 - 김우영 논설실장 / 시인

[김우영 광교칼럼] 나는 아직도 선기대와 함께 말 타고 화성을 달리는 꿈을 꾼다 - 김우영 논설실장 / 시인

기자명 김우영 논설실장 입력 2024.10.22 06:00 수정 2024.10.24 09:37

19일 화성행궁 우화관 마당에서 열린 ‘선기대(善騎隊), 화성을 달리다’에 모인 인파(사진=김우영)

지난 19일 화성행궁 우화관 마당에서 마상무예 공연이 열렸다.

‘선기대(善騎隊), 화성을 달리다’란 이름의 이 행사는 지난해까지 매년 창룡문 안 잔디밭에서 열렸다.

올해는 화성행궁 훼손 119년, 복원사업 착수 35년 만에 원래의 모습을 되찾은 해를 기념하는 의미를 담아 화성행궁 우화관 앞마당에서 행사를 개최하게 되어 더 뜻 깊었다.

특히 35년 전 화성행궁복원추진위원으로써 홍보부장을 맡아 복원에 작은 역할을 했던 나의 감회는 더욱 깊었다.

몇 년 전부터 준비해왔던 무예24기협의회 소속 시민들도 그동안 수련했던 기량을 선보이는 자리여서 멀리 가을여행을 가자는 주변의 달콤한 유혹을 모두 물리치고 참석했다.

 

무예24기협의회 소속 시민수련터 회원들의 공개 수련 장면. (사진=김우영)

무예24기협의회는 “무예24기를 지키고 배우는 것은 역사와 문화를 후세에 전하는 매우 중요한 사명”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태동했다. 전통 무예를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수원시와 화성시, 서울시 등 8개의 시민 수련터 회원들이 모여 무예24기협의회를 만들었다.

예전에 무예24기보존회 이사였던 나와 김영렬·김애자 선생 등은 자문위원이 되고 오랫동안 시민수련터를 이끌어 온 건축사 이영기 씨가 초대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이날 이영기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수원화성과 떼어 놓을 수 없는, 한 몸이 바로 무예24기입니다. 무예24기는 정조대왕이 편찬한 ‘무예도보통지’에 실린 지상무예 18기와 마상무예 6기 등 총 24가지 무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무예들은 기술을 넘어 그 자체로 우리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정신을 갖고 있습니다. 수원화성이 돌이나 벽돌로 만든 무생명체라면 무예24기는 화성에 깃들어 살아 움직이는 기운이며 역동적인 생명체”라고 강조해 청중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무예24기 선기대의 마상무예 마상격파.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마상무예 마상 기사(騎射).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공연을 펼친 선기대는 정조대왕이 창설한 친위군영이었던 장용영(壯勇營) 기병부대이다.

수원시립 무예24기공연단 단원들은 관객들의 손바닥에 땀이 날 정도로 박진감 넘치는 공연을 펼쳐 박수와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선기대는 말을 타고 대열을 이뤄 달리면서 화살을 쏘고 기창을 찌르는가 하면 칼이나 월도를 휘둘러 짚단을 베어 넘기는 장면은 실전을 방불케 했다. 말 등에서 물구나무를 서거나 거꾸로 앉아 질주하고 말에서 뛰어내렸다가 다시 올라타는 장면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무예24기 선기대의 마상 물구나무서기. (사진=김우영)

이날은 마상무예와 함께 정조가 편찬한 '무예도보통지'에 나오는 월도, 본국검, 원앙진 등 지상무예 18기도 재현됐다.

무예24기협의회 소속 시민수련터 시민무사들의 시범 공연과 무예공연예술단 지무단 공연도 흥미를 더했다.

내 나이 어느덧 60대 중반을 넘어서 70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당장이라도 저 젊은 무사들 틈에 섞여 본국검과 제독검을 펼치고, 진검으로 대나무며 짚단을 베어 넘기고 싶었다.

말을 달리며 장창을 내지르고 월도를 휘두르고 싶어졌다.

드문드문이었긴 하지만 목검과 진검으로 수련한지 제법 오랜 세월이 지났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몇 년 간 중단했지만 아직도 검을 잡으면 가슴이 설렌다.

2019년 6월 8일 창용문 앞에서 열린 무예24기 마상무예 공연 ‘선기대 화성을 달리다’ 실전 베기시범에 참여한 필자.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하지만 ‘아서라, 그러다가 크게 다쳐 고생할라’라는 내면의 목소리가 들려와 주저하게 된다. 그래, 그냥 응원이나 하자.

그랬음에도 공연이 끝난 후 인근에서 예전 함께 칼을 잡았던 이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거기서 기분이 좋아져서 또 헛소리를 했다.

“내년엔 나도 나가서 베기를 한번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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