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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광교칼럼] “배고픈 사람 밥 주는 것보다 더 큰 공덕이 어디 있겠나?” - 김우영 논설실장 / 시인

[김우영 광교칼럼] “배고픈 사람 밥 주는 것보다 더 큰 공덕이 어디 있겠나?” - 김우영 논설실장 / 시인

기자명김우영 논설실장 입력 2024.09.03 06:00

수원시의 식사배달 서비스인 ‘새빛돌봄 도시락’. (사진=수원시)

초등학교 다닐 때 이야기다. 같은 동네 동갑내기인 ㅅ은 도시락을 가져오지 못했다. 워낙 가난했기 때문이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보리가 대부분이고 반찬은 짠지나 김치, 고추장이 전부인 도시락은 싸가지고 다녔다.

그때도 부잣집 아이 몇몇은 흰쌀밥에 계란말이나 프라이, 멸치볶음, 간혹 돼지고기장조림 등을 반찬으로 가져와 먹었다.

부러웠다. 특히 흰밥위에 고급스럽게 올라있는 계란프라이는 꿈속에서도 나올 정도였다. 유유상종이라고 당시에도 그들은 자기들끼리만 모여 도시락을 펼쳐놓고 먹었다.

계란프라이 도시락의 꿈이 이루어진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교내 문예부 선배 ㄱ의 자취방에서 자고 함께 등교 하는데 도시락을 내미는 것이다. 내가 자고 있을 때 일어나서 밥을 하고 반찬을 만든 것이다.

학교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펼쳐본 순간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선배도 잘 사는 편은 아닌데 흰 쌀밥 한 가운데는 노른자가 도드라져 보이는 계란 프라이가 떡하니 놓여 있었고 반찬통엔 소시지 계란부침과 오징어채볶음이 들어 있었다.

세월이 50년이나 흐른 지금도 그때 그 감동을 잊을 수 없다.

초등학교 때 친구 ㅅ은 늘 점심을 굶었다. 함께 먹자고 해도 괜찮다며 학교 뒤 언덕으로 가서 앉아 있다가 수돗가에서 물만 몇 모금 들이 키고 교실로 돌아왔다. 허옇게 버짐이 핀 그 얼굴이 안타까워서 어느 날은 집에 있던 계란을 한 개를 몰래 들고 가서 건네주기도 했다.

하교길, 우리는 밀서리, 무서리, 참외나 오이서리를 해서 숲속으로 들어가 나란히 앉아 먹곤 했다. 간혹 서리의 대상이 우리집 밭일 때도 있었다. 개구리를 잡아 호박잎에 싸 구워먹기도 했다.

십 수 년 뒤 반창회에서 만난 그가 웃으며 말했다. “그때 네가 준 계란 프라이 해먹으려고 깨보니까 곯았더라. 근데 익혀먹으니 괜찮았다. 고맙다.”

그는 집에 양식이 떨어져 굶은 채 자는 일이 많았는데 옆 집 아주머니가 간간히 수제비나 삶은 감자를 주시곤 해 그나마 배고픔을 달래곤 했단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배고픈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는 공덕이 제일 크지. 보살님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다”

수원일보는 지난달 27일자 ‘기획특집 수원시민 보듬는 새빛 돌보미··· 희망과 사랑의 온기 전파’ 기사를 통해 수원시의 식사배달 서비스인 ‘새빛돌봄 도시락’을 소개했다.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시민들에게 매일 아침 따뜻한 밥과 국, 방금 조리한 반찬을 전달하는 고마운 복지 서비스다.

시의 설명에 따르면 질환이나 부상 등 건강 문제로 식사 준비가 어려운 시민과, 다른 복지서비스를 대기하는 시민 등에게 도시락이 배달된다. 즉, 기존 제도에서 제공되는 식사배달 서비스의 공백을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최대 90일 동안 60식을 배달받을 수 있다. 일반식이 힘든 이들을 위해 죽을 만들어 전해주기도 한다.

지난 3월29일 시범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5개월 동안 136명에게 5040개의 따끈한 도시락이 전해졌다. 시는 앞으로 이 서비스를 수원시내 모든 지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고마운 일이고 보다 더 많은 이웃들이 이 음식을 받으면 좋겠다.

현우경(賢愚經)은 위나라의 혜각·담학·위덕 등이 서역에 가서 삼장법사들로부터 들은 설법을 중국에 돌아와 번역하여 엮은 책이다. 이 책에는 병든 사람, 이방인, 낯선 이에게도 음식을 보시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보시를 받는 이들은 수명, 아름다움, 행복, 힘, 지혜를 함께 받게 된다는 것이다.

수원시의 새빛돌봄도시락 말고도 취약계층에 ‘음식보시’를 하는 민간 봉사자들이 수원시에는 많다. 순수민간단체인 수원연무정급식소도 그 가운데 하나다.

지난 5월 7일자 수원일보(화제-수원연무정급식소의 12년간 계속된 반찬 봉사)에서도 소개했지만 이들은 거동이 불편해 음식을 조리하기 어려운 취약계층과 지역 노인들에게 정성껏 만든 반찬을 배달하고 있다. 2012년 2월부터 시작했으니 올해로 12년이 넘었다.

연무정 급식소 봉사자들. (사진=수원일보)

이유영 회장과 이응자 대표를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은 주1회 100명의 취약계층에게 반찬 나눔을 하고 있다. 처음부터 현재까지 변함없이 국과 고기, 김치를 기본으로 6종류 내외의 제철음식을 직접 만들어 전달까지 해준다. 설 추석명절, 정월대보름, 어버이날, 삼복, 김장철 등에는 특별식을 마련해 소외된 이웃들을 찾아간다.

이 회장의 가족은 매월 급식소에 100만 원 이상 후원했는데 후원금은 1억 원이 넘는다. 뜻을 같이하는 급식소 회원들의 누적 후원금도 4억 원이 넘었다.

연무정 급식소 조리봉사에 참여하는 단체로는 △첫째 주, 매산초동문회 양형석 봉사회장 외 20여명 △둘째 주, 특수임무유공자회 경기지부 이한용 지부장 외 15명 △셋째 주, 수원 인계동주민센터 통장협의회 이지현 회장 외 15명 △넷째 주, 국제로터리3750지구 수원피죤로터리 클럽 김진경 회장 외 10여명 △다섯째 주는 수원여자고등학교 총동문회 청포도회 송경란 회장 외 20여명이다. 여기에 처음 급식소를 함께 시작한 6명이 매주 참여함으로써 총 90여명이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배달은 급식소 회원들과 경인지방통계청 수원사무소, 행궁동과 인계동 주민센터에서 적극 참여하고 있다.

“수원 연무정급식소 봉사자들은 천사지요. 우리 같은 늙은이들을 위해 매번 끊이지 않고 정성껏 반찬을 만들어 전해주고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라는 한 노인의 말은 틀리지 않는다.

나도 매향동 산책길에 두어 차례 급식소를 방문한 바 있는데 한여름 무더위 속 좁은 급식소에서 음식을 만들면서도 누구도 얼굴을 찌푸리지 않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이 인세(人世)에 내려온 천사들이었다. 보살들이었다.

연무정급식소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당장 조리장소가 비좁다. 지금까지는 이유영 회장이 자기 집을 내줘 가능한 봉사지만 급식인원이 증가하고 이에 따른 봉사자들도 늘어나니 음식을 만들면서 몸을 돌리기도 힘들다.

내가 좋아서 하는 봉사라지만 언제까지 회원들의 주머니를 털어 유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예산지원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수원시의 식사배달 서비스 새빛돌봄 도시락과 함께 연무정급식소가 더욱 많은 취약계층에게 음식공덕을 베풀 수 있도록 수원시와 기업들도 나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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