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공사 '문어발 소송'… 개발사업 곳곳 '추가 지출'
입력 2022-09-12 19:21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
한국농어촌공사가 최대 110여년 전 설치된 전국 농업생산기반시설들의 토지 소유권을 뒤늦게 주장하고 나섰다. 기존 토지주인 국가에 소유권 이전을 요구하고 있는 건데, 아파트 등 개발사업이 한창인 부지까지 다수 포함하고 있어 사실상 실질적 소유권보다는 토지보상금을 챙기려는 속셈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와 경기도 일부 기초 지자체 등에 따르면 농어촌공사는 수년 전부터 전국 곳곳의 기초 지자체에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1910~1950년 국가가 경지정리사업과 함께 설치한 농수로, 암거 등 농업생산기반시설(이하 기반시설)들의 토지 소유권을 넘겨달라는 것이다.
원래 소관 중앙부처에 소유권이 있던 기반시설 중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농어촌공사가 인수받아 관리하도록 한 기반시설 토지 소유권 등은 포괄 승계된다고 명시한 농어촌정비법(1995년 제정) 제16조(2013년 개정)를 근거로 내세웠다.
알리오(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4분기 기준 이와 관련 진행 중인 소송 건수만 전국에서 109건(위임소송 포함)이다. 문제는 이중 아파트 등 개발사업이 진행 중인 곳들이다. 각 사업 주체들이 소송에 필요한 기간 소요는 물론 재판 결과에 따라 해당 토지비용을 추가 부담할 수 있어서다.
'110년전 시설' 등 소유권 주장
전국 109건… 주택조합 등 부담
"뒤늦게 보상금 챙기려는 의도"
수원 권선구의 한 아파트 개발사업을 추진 중인 지역주택조합은 당초 들이지 않을 수 있었던 토지대금을 추가 지출했다. 개발부지 내 도로 예정지는 공공시설이란 특성 덕분에 공공 소유지에 한해 무상귀속 협의가 가능한데, 민간 공기업인 농어촌공사가 토지 소유권을 주장(지난 2019년 소송 제기)하고 재판에서 사실상 승소(재판부 중재)하면서 결국 해당 금액만큼 조합이 농어촌공사에 지급하게 됐다.
이밖에도 수원에서만 아파트 등 개발사업지(망포동, 당수동 등) 3곳, 화성에서 7곳에 달하는 토지가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경기·인천·서울 이외 지방 곳곳에서도 동일한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경기도 한 지자체 관계자는 "해당 부지에서 개발사업이 완료되면 더 이상 아무 권리도 주장 못 하니, 뒤늦게 소유권을 넘겨달라고 해 보상금이라도 챙기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반면, 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 관계자는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토지 소유권 확보를 하는 것뿐이며 개발사업과 간섭되는 곳 이외 다른 부지에 대해서도 같은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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