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숙’ 청약 광풍 …주거 규제 강화 vs 대안주거 허용 '팽팽'
기자명 금교영 기자 입력 2021.09.01 06:10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 최고 경쟁률 6,049대1 전매 제한·대출 규제 없어…수요↑ 규제 강화 '경계' |
속초시의 한 세컨드 하우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코노믹리뷰=금교영 기자]생활형 숙박시설(생숙)이 청약 시장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그야말로 광풍에 가까운 인기를 끌고 있다. 생활형 숙박시설은 주택법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주택 관련 규제가 적용되지 않고 전매 제한이나 대출 규제 등에서도 자유로워 부동산 투자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다만 이처럼 투기 수요가 몰리고 본래의 건축 목적과 달리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 되는 등 생활형 숙박시설에 대한 규제도 속속 마련되고 있다. 이 가운데 생활형 숙박시설을 주택 공급 부족을 해소할 대안주거의 형태로 봐야한다는 의견도 팽팽하다.
평균 청약 경쟁률 수 백대 1…주택 규제 피한 투자 증가
3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5~27일 실시한 서울 마곡지구에 위치한 생활숙박시설 ‘롯데캐스 르웨스트’의 공개 청약 결과 총 876실 모집에 57만5,950건(홈페이지 청약접수 기준)이 몰리며 평균 청약경쟁률은 657대 1을 기록했다.
최고 경쟁률은 전용 111㎡에서 나온 6,049대 1이었으며, 전용 100㎡가 4,943대 1로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모든 타입에서 세자릿 수 이상의 경쟁률을 보이며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생활형 숙박시설은 레지던스라고도 불리며 호텔과 오피스텔의 중간 형태로 호텔식 서비스가 제공되는 주거시설로 볼 수 있다. 호텔 등 일반 숙박시설과 다르게 취사 등이 가능한 것이 가장 특징으로 주로 장기 투숙객을 위한 공간이다. 국내에서는 1988년 그랜드힐튼 호텔이 88서울올림픽을 겨냥해 일부 객실을 아파트형으로 개조해 운영한 것이 시작이다.
최근 생활형 숙박시설이 인기를 끄는 것은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를 피해갈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 상품으로 꼽히면서다. 상업지역에 조성돼 아파트는 지을 수 없는 좋은 입지에 들어설 수 있다. 또 임대가 주 목적으로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과 공중위생관리법 등을 적용받는다. 건축법에 따른 주택이 아니기 때문에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으며 종합소득세·양도소득세 중과 대상도 아니라 각종 세제에서 자유롭다.
청약 문턱도 낮다. 거주 지역이나 청약 통장 유무와 상관없이 국내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이라면 누구나 청약 가능하다. 당첨 후 바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고 재당첨 제한도 없어 청약에 대한 부담감도 낮아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시세 차익이 아니더라도 호텔이나 콘도미니엄처럼 숙박시설로 직접 운용하거나 위탁사를 통한 임대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세컨드 하우스나 별장처럼 소유하고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단, 주거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아파트 등에 대한 규제를 많이 하다 보니 대체 상품으로 생활형 숙박시설을 찾는 것”이라며 “다만 임대를 통한 수익을 노린다면 수요자가 충분한 지역의 경우에는 승산이 있지만 공실 기간이 늘면 투자 수익을 거두기 어려운 만큼 지역의 수요 등을 철저히 분석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규제 법안 발의…대안주거 효과 고려해야
생활형 숙박시설의 청약 열기 속에 원래의 목적과 달리 주거용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를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며, 변화하는 주거트렌드를 반영해 생활형 숙박시설의 대안주거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7월29일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인은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분양하는 건축물의 적용 범위에서 생활숙박시설을 제외, 생활숙박시설이 주거용으로 불법 전용되는 것을 방지하고 숙박시설로 영업신고 및 사용되도록 해 당초 취지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법 제안이유로는 본래 생활형 숙박시설은 장기투숙자를 대상으로 해 취사시설을 갖춘 숙박시설에 해당하지만, 최근 투자목적과 함께 마치 주택용도로 사용이 가능한 것처럼 홍보되면서 분양이 이루어져 수분양자의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에도 생활숙박시설은 주거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으며 만약 주거용으로 사용할 경우 매년 시세의 10%를 이행강제금으로 내도록 하는 등 규제가 강화됐다.
하지만 생활숙박시설의 주거용 전환은 부족한 주택 공급에 따른 것이며, 주거 트랜드 변화 등을 고려해 이를 주거 대안의 한 요소로 봐야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생활숙박시설을 분양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개정안이 올라온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는 이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의견이 92개나 등록됐다. 한 작성자는 “생숙의 주거로의 사용은 부동산 시장에 충분한 주택이 공급될 경우 자연스럽게 해소될 문제로 정부의 과도한 주택시장 규제로 인해 적정 공급 부족이 야기한 부작용”이라고 언급했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안주거 역할’이라는 동향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 이전부터 이미 다양한 메가트랜드 변화가 복합적으로 발생해왔으며 팬데믹 종료 후에도 달라진 공간이용 패턴은 상당 부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기존 ‘주택정책’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한 다양한 유형의 대안주거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생활숙박시설의 주거용 규제 등에 관한 의견을 내놨다.
이 부연구위원은 “호텔이나 중소형 오피스 등의 주거용도 전환을 장려하면서 기존에 대안주거 용도로‘도’ 공급돼 활용되고 있는 생활형 숙박시설의 주거용도 활용은 되려 제약하는 모순도 발생하고 있다”며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 제도와 중첩된 규제로 수요에 맞는 거처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비효율적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다. 제도의 업데이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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