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여러가지의 칸 ===/◇신문.기고.사설.칼럼.방송.

[특별기고]도시의 얼굴 ‘버스 정류장’ - 박덕화 수원시 안전교통국장

[특별기고]도시의 얼굴 ‘버스 정류장’ - 박덕화 수원시 안전교통국장
경기신문 | webmaster@kg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2015년 03월 31일 21:55:34 전자신문 17면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 박덕화 수원시 안전교통국장

누구에게나 추억이 있는 장소는 어디일까. 누군가를 기다리기 위해, 목적지로 가기 위해, 때로는 애타게, 가끔은 여유롭게 버스를 기다리는 장소. 어쩌면 우리 인생은 버스정류장과 닮았는지도 모른다. 늘 곁에 있어 소중함을 모르지만, 현대인의 삶에 없어서는 안될 장소.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저마다 다양한 목표와 다양한 꿈이 있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고 관련된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장소가 버스정류장이다. 인생의 목적지로 이동하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장소. 도시의 얼굴 ‘버스 정류장’

수원시에는 1천 곳이 넘는 버스정류장이 있다. 버스를 기다리는 장소라는 근본적 목적은 불변하나 전국의 모든 버스정류장이 그러하듯 수원시의 버스정류장도 세월의 변화속에 형태도 달라졌고 기능도 많이 추가되었다. 쇠기둥에 네모난 표지판만 세워져있던 모습에서 벗어나 앉아서 기다릴 수 있는 의자가 생겼고, 비와 눈을 피할 수 있는 지붕이 만들어졌다. 이제는 정류장을 통과하는 버스노선과 내가 탈 버스가 어디까지 왔는지 알려주는 알림판, 교통카드 잔액까지 확인할 수 있는 전자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수원시는 2013년 전국 최초로 ‘자동 접의식 의자’를 도입하였고, ‘LED조명’, ‘온열의자’, ‘거울’ 설치. 또, 정류장 벽면에는 시민들이 직접 쓴 자작 시(詩)를 게재하고 있다.

수원시는 보다 쾌적한 공공시설물 제공과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버스정류장 환경개선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류장의 특성상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장소다 보니 쓰레기 무단투기, 불법 광고물 부착 등 정류장 미관 훼손 행위는 계속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대학생들의 과외광고 등 구인광고, 동네 헬스클럽 광고, 아파트 분양광고, 반려동물을 찾는 광고까지 붙여지는 광고와 전단의 종류도 다양하다. 전단을 붙이는 것은 공공시설물을 훼손하는 행위기에 금하여야 하나, ‘도시의 얼굴’답게 저마다 사는 모양새가 다양하고, 모두 자기 PR이 필요하기에 광고전단을 붙이는 것을 ‘위법행위’와 ‘시민의식의 결여’라고 단정하기는 너무 매정하지 않나 싶다.

각종 광고지와 불법 홍보전단을 붙이는 이들에겐 안 된 일이지만, 수원시는 ‘버스 정류장 매니저’라는 사업을 시작하고자 한다.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모든 버스정류장에 매니저를 지정하여 깨끗하게 유지·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오는 4월부터 정류장 주변 상가 입주자나 업체, 희망 시민들에게 정류장을 개별 입양(入養)하여, 늘 밝고 깨끗한 환경의 버스정류장을 만들고자 한다. ‘온열의자’와 마찬가지로 정류장 입양사업도 전국 최초다. 하지만 ‘전국 최초’에 격양되기보다는 버스정류장을 커다란 고철 덩어리가 아닌 애정을 갖고 바라보는 시선으로 전환하자는 의도가 보다 의미있다고 하겠다.

‘버스정류장 매니저’ 사업이 도입 초기에는 인격이 없는 사물에 ‘입양’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다거나, 자치단체가 당연히 해야하는 공공서비스를 시민들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여론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깨끗하고 애용하고 싶은 버스정류장을 시민들에게 제공하자는 취지만큼은 비판이 있을 수 없다.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공시설물을 시민 스스로 관리하여 공공재가 미치지 못하는 영역까지 보완하게 한다면 전국적인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입양한 버스정류장을 내 아들, 내 딸과 같이 따뜻하고 친근하게 관리한다면, 버스정류장만이 가진 따뜻한 온기는 세월이 흘러도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전국에서 가장 큰 기초자치단체 수원. 도시 규모에 걸맞게 봉사정신으로 가득찬 위대한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관리하는 ‘버스정류장 매니저’ 사업. ‘공공시설물을 내손으로 관리한다.’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자긍심을 바탕으로 ‘버스정류장 매니저’사업이 조기에 안착하기를 기대해 본다.

<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