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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가지의 칸 ===/◇신문.기고.사설.칼럼.방송.

[노민호의 혼자생각] 병어

[노민호의 혼자생각] 병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근무하다가 청와대 문건유출 파동으로 유명인사가 된 조응천씨가
최근
별주부라는 식당을 냈다고 합니다. 그는 검사출신이므로 당연히 변호사를 개업하거나
아니면 로펌에 들어가면 되는데 식당을 냈다는 것이 매우 이색적인 일로 보입니다
.
언론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정신노동에 대한 거부감을 강하게 갖고 있다고 합니다.
언론의 기사를 옮겨보면 “30%의 사실이 70%의 추측이나 짐작과 버무려져 100%의 현실이 되는게
너무 겁났다
고 자신의 소회를 털어놨습니다.

아마도 70%의 추측이나 짐작은 언론을 두고 하는 말인 듯 합니다. 하지만 그의 경력으로 유추해
볼 때 그가 잡아들여서 조사하고 기소하여 구속시킨 많은 사람들도 조응천씨에게
, 그가 이번에
느낀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감정을 느꼈을 겁니다
. 그가 주로 잡아들인 사람은 대체적으로
시국사범이었고 우리나라의 시국사범을 수사하는 공안부 검사들은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과 같은
짓을 밥먹듯 하고 살았다고 저는 감히 추측합니다
.

저는 병어회를 먹지 못합니다. 20대 초반 병어회를 먹고 아주 심하게 설사를 한 덕에 지금은 아무리
싱싱해도 손이 가지 않습니다
. 저는 기자라는 직업을 매우 싫어합니다. 병어와 비슷한 경험이 아주
크게 있었기 때문입니다
.

어제 저녁식사자리에서 기억이 가물가물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상대가 인사를 하는데 기억을 못해
미안했는데 그 사람이 먼저 얘기를 꺼내더군요
. 바로 그 병어였습니다. 사람이 살의(殺意)
느낀다는게 이런거구나 생각하는 중요한 경험을 했습니다
. 남의 가슴에 못박고 사는거 그리 좋은
일은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