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민호의 혼자생각] 병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근무하다가 청와대 문건유출 파동으로 유명인사가 된 조응천씨가
최근 ‘별주부’라는 식당을 냈다고 합니다. 그는 검사출신이므로 당연히 변호사를 개업하거나
아니면 로펌에 들어가면 되는데 식당을 냈다는 것이 매우 이색적인 일로 보입니다.
언론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정신노동’에 대한 거부감을 강하게 갖고 있다고 합니다.
언론의 기사를 옮겨보면 “30%의 사실이 70%의 추측이나 짐작과 버무려져 100%의 현실이 되는게
너무 겁났다”고 자신의 소회를 털어놨습니다.
아마도 70%의 추측이나 짐작은 언론을 두고 하는 말인 듯 합니다. 하지만 그의 경력으로 유추해
볼 때 그가 잡아들여서 조사하고 기소하여 구속시킨 많은 사람들도 조응천씨에게, 그가 이번에
느낀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감정을 느꼈을 겁니다. 그가 주로 잡아들인 사람은 대체적으로
시국사범이었고 우리나라의 시국사범을 수사하는 공안부 검사들은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과 같은
짓을 밥먹듯 하고 살았다고 저는 감히 추측합니다.
저는 병어회를 먹지 못합니다. 20대 초반 병어회를 먹고 아주 심하게 설사를 한 덕에 지금은 아무리
싱싱해도 손이 가지 않습니다. 저는 기자라는 직업을 매우 싫어합니다. 병어와 비슷한 경험이 아주
크게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제 저녁식사자리에서 기억이 가물가물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상대가 인사를 하는데 기억을 못해
미안했는데 그 사람이 먼저 얘기를 꺼내더군요. 바로 그 병어였습니다. 사람이 살의(殺意)를
느낀다는게 이런거구나 생각하는 중요한 경험을 했습니다. 남의 가슴에 못박고 사는거 그리 좋은
일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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