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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칼럼] KT위즈 개막전과 수원통닭

[김종구 칼럼] KT위즈 개막전과 수원통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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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4.02    저작권자 © 경기일보
   
     

“진미통닭하고 보영만두를 입점시켰는데, 거기만 줄이 길게 늘어섰어”. 수원KT위즈파크 야구장은 축제였다. KT위즈의 홈 개막전이었다. 시민들의 숙원이 현실로 이뤄졌다. 몰려든 시민들에게 가랑비는 문제도 아니었다. 전쟁을 통해 얻어낸 10구단이다. 그 전쟁의 선두에 염태영 시장이 섰었다. 놓친 끼니를 도시락으로 때우면서도 그가 즐거워할 만 했다. 야구장 자랑, 수원 자랑에 신바람이 났다. 그중에 ‘진미통닭’이 있었다.
수원에 통닭골목이란 게 있다. 30년 40년 된 통닭집들이 모여 있다. 하나같이 맛있는데 집마다 맛이 다르다. 진미통닭은 부드럽고 달달하다. 용성통닭은 쫄깃하고 감미롭다. 매향통닭은 담백하고 고소하다. 단골 고객들 사이에도 ‘진미파’ ‘용성파’ ‘매향파’가 따로 있다. 대한민국에선 이곳을 모르는 이가 없다. 중국 일본의 현지 여행 책자에도 등장한다. 주변 상권도 함께 살아났다. 고깃집, 횟집, 국숫집, 순댓국집이 다 잘 된다.
맛 말고도 잘 되는 이유가 있다. 누가 봐도 착한 경영이다. 서로 경쟁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바쁘다는 핑계로 불친절하지도 않다. 말만 잘하면 똥 집 한 접시를 더 얹어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 싸다. 1만4천원 정도다. 하루 1천마리 가까이 파는 집들이다. 1천원만 올려도 가져갈 이익이 엄청나다. 하지만, 통닭값으로 장난하지 않는다. 이런 경영철학이 만들어낸 명성이다. 그 통닭이 단번에 위즈파크 명물로 등장했다.
야구를 보고 와서 통닭 얘기를 쓰고 있다. 도통 어울리지 않는 연결이다. 그런데도 하는 이유가 있다. 지금 국민은 치킨 업계 강자들의 ‘갑질’에 휘둘리고 있다. BBQ가 이달 초 1만9천900원짜리 치킨 상품을 내놨다. 교촌치킨도 지난해 8월 ‘레드스틱’ ‘레드콤보’ 등을 1만8천원까지 올렸다. BHC, 네네치킨도 가격을 1만9천원까지 끌어올렸다. 약속이나 한 듯 100원 빠지는 ‘2만원’에 붙여놨다. 누가 봐도 시장 점유에 의한 갑질이다.
생닭 값은 거꾸로 폭락했다. 지난해 닭고기 중품 1㎏의 연평균 소매가격은 5천613원이었다. 2009년 이후 가장 낮았다. 그런데 올해는 더 내려갔다. 3월 평균 거래 가격이 5천502원이다. 여기에 양계농가는 붕괴 직전이다. 올 1월 안성, 여주, 이천 등 남부 지역이 AI 폭탄을 맞았다. 이어 김포 등 서부 지역으로 옮겨가더니 2월부터는 북부 지역까지 휩쓸었다. 수만~수십만 마리씩 땅에 묻히고 있다. 매몰하는 주인의 속이 어떻겠나.
사정이 이런데도 치킨 가격만 천정부지다. 폭락한 생닭 값을 얘기하면 ‘생닭 비중은 20%밖에 안 된다’고 변명한다. 그러면서도 나머지 80%가 뭔지, 어떤 항목에 인상 요인이 있는지는 설명 안 한다. 하기야 설명할 그들이 아니다. 1992년 11월 3일자 신문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닭고기 가격 하락 불구, 양념통닭값 되레 인상’이란 제목이다. 생닭 값은 200원 떨어졌는데 통닭값은 500원 올렸다는 내용이다. 그때도 설명은 안했다.
자장면이 정부의 관리를 받던 시절이 있었다. 값싼 먹거리에 대한 정부 책임 때문이었다. 지금의 값싼 먹거리는 치킨이다. 정부가 들여다봐야 한다. 치즈 한 숟가락 발라놓고 2천원 올리고, 구운 양파 끼워 넣어 2천원 올리는 게 말이 되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권은 뭐에 쓰는 무기인가. 조사해야 한다. 국세청의 사찰권은 어디 쓰는 칼자루인가. 사찰해야 한다. 청와대 국무회의 테이블에 ‘2만원 치킨’을 올려놓고 협의해야 한다.
그날, KT 위즈는 상대에 6대8로 졌다. 하지만, 수원은 이겼다. 빗줄기 속 1만886명이 이겼고, 성숙한 질서 의식이 이겼고, 밤하늘 함성이 이겼다. 그리고 수원의 자존심, 진미통닭이 이겼다. 적어도 그날 위즈파크에서는 BBQ, 교촌, BHC, 네네치킨보다 수원의 진미통닭이 위였다. 노골적인 수원통닭 홍보라 해도 좋다. 공개적인 치킨업체 불매조장이라 해도 좋다. 어차피 공급자에게 ‘독점’이 힘이라면 소비자에겐 ‘선택’이 힘이다.

[이슈&토크 참여하기 = KT위즈 개막전과 수원통닭] 

김종구 논설실장

김종구 논설실장 kimj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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