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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눈물' 흘렸던 리움, 개관 10주년 맞아>

<'행복한 눈물' 흘렸던 리움, 개관 10주년 맞아>

2004년 10월13일 개관한 국내 대표적 사립미술관 '행복한 눈물'로 삼성 비자금 의혹 휘말려…"'보물창고'에 머무르지 말아야"

등록일 : 2014-10-06 06:45:00 | 연합뉴스

<'행복한 눈물' 흘렸던 리움, 개관 10주년 맞아>
2004년 10월13일 개관한 국내 대표적 사립미술관
'행복한 눈물'로 삼성 비자금 의혹 휘말려…"'보물창고'에 머무르지 말아야"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서울 한남동에 있는 국내 대표적인 사립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이 오는 13일로 개관 10주년을 맞는다. 
'명품 미술관'과 '삼성가의 프라이빗 미술관'이라는 평가를 동시에 받는 리움은 국보급 미술품의 상설전과 대형 전시로 호평을 받은 한편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에 휘말리는 등 다사다난한 10년을 보냈다. 
리움은 지난 2004년 10월13일 대지면적 2천400평(전체면적 8천400평) 규모에 마리오 보타와 장 누벨, 렘 콜하스 등 세계적인 건축가가 각각 설계한 건물 3개로 문을 열었다. 
고미술 전시관 '뮤지엄 1'과 근현대 미술 전시관 '뮤지엄 2',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로 구성된 리움은 삼성 일가의 성 '리'(Lee)와 미술관(Museum)의 어미 '움'(um)을 조합해 만든 명칭이다. 
개관 당시 소장품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이 수집한 문화재와 미술품을 바탕으로 했다.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는 국보급 미술품과 근·현대미술품의 조화는 리움이 국내 미술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명품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일조했다. 
이중섭(1916∼1956)의 드로잉을 모은 '이중섭 드로잉: 그리움의 편린들'전(2005년)을 시작으로, 미국 스타 작가 매튜 바니의 '구속의 드로잉'전(2005년), 당시 국내 미술계에 분 앤디 워홀 붐을 총결산하는 대규모 전시 '앤디 워홀 팩토리'전(2007년), 근·현대사를 조망한 예술작품과 기록물들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코리안 랩소디- 역사와 기억의 몽타주'전(2011년) 등은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2012년 당시 생존하는 한국 미술가로는 처음으로 리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연 설치미술가 서도호의 '집 속의 집'전은 누적 관람객수 10만1천명을 넘기며 리움이 한남동에 문을 연 이래 최다 관람객 수를 기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와 함께 리움이 개관 2주년을 기념해 처음 기획한 고미술기획전 '조선말기 회화전-화원(畵員)·전통·새로운 발견'전(2006년)과 조선시대의 화단을 이끌었던 화원(畵員)들의 대표작을 중심으로 한 '조선화원대전'(2011년) 등 최고급 컬렉션을 바탕으로 한 고미술 기획전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런 가운데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리움 관장은 리움 개관 이래 줄곧 국내 미술시장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인물로 꼽혀 왔다. 
리움은 호암갤러리 시절이었던 2001년 시작한 '아트스펙트럼'을 통해 향후 국제무대에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젊은 작가를 선정해 소개하기도 했다.
미술평론가 정준모 씨는 "미술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의 수집과 보전인데 그런 점에서 리움의 역할을 매우 바람직했다"면서 "외국에 내놓을 만한 사립 미술관이 없는 상태에서 리움이 상당히 긍정적으로 일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전시에서는 나름의 역할을 했다고 자부하는 리움이지만 삼성가와의 긴밀한 관계는 특유의 폐쇄성과 맞물리며 늘 비판의 대상이 됐다.

2007년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이 비자금을 이용해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등 고가의 미술품을 구입했다고 폭로하면서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됐다.
홍 관장과 당시 미술품 구입 통로로 지목된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와의 '미술품 비밀 거래' 의혹이 잇따라 불거졌고, 홍 관장은 결국 특검의 조사를 받았다.
그 여파로 2008년 6월 홍 관장이 사임하고 '아트스펙트럼'전을 취소한 이후 리움은 2년여간 소장품 위주의 상설전만 열며 사실상 '개점휴업'하기도 했다.
홍 관장의 동생인 홍라영 총괄부관장 체제로 운영되던 리움은 이후 2010년 8월 '미래의 기억들'전으로 전시를 재개했고, 홍 관장도 공석이던 관장직에 2011년 3월 복귀했다. 
리움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현재 '교감'(交感)전을 열고 있다. 리움 개관 이후 처음으로 상설 전시실과 기획 전시실을 아우르며 선보이는 전관(全館) 전시다. 
고미술 상설전시실인 '뮤지엄 1'에 고미술품과 현대미술 작품을 함께 전시해 시간을 초월한 '시대교감'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형태의 교감을 시도했다. 
이는 리움이 지난 10년을 되돌아보고 향후 새로운 시대를 맞아 추구하는 지향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상태에서 리움의 '교감'은 말뿐인 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 단순히 스타급 작가와 이른바 명품만 선보이는 전시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리움이 단순한 재벌가의 '보물창고'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돈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전시가 아니라 돈 주고 가서 보고 싶은 '미술관다운' 전시를 선보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미술계 관계자는 "삼성을 위한 미술관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한 미술관이 돼야 한다"며 "사실 국내에 제대로 된 컬렉션 미술관이 없는데 단순히 창고에만 컬렉션을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더 대중적인 공간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제대로 된 미술관형 기획전이 많아져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외부 기획자를 영입하는 등 공간의 조직이 보다 개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준모 씨도 "이제는 외국 사립미술관처럼 이사회가 재정을 책임지고 전문직 관장이 미술관을 운영하는 선진 시스템을 도입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지금 세계의 미술기관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게 고민하며 새로운 예술 경험을 대중에게 제공하고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2일 이 회장 와병 중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홍 관장이 '확장하는 예술경험' 주제 포럼에 참석해 남긴 환영사처럼 이제는 리움이 더욱 치열한 고민을 해야 할 때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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