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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 옛 수원농림학교 건축물 가치 살려야

[경기시론] 옛 수원농림학교 건축물 가치 살려야_ 손혁재 수원시정연구원장
* 참조- http://blog.naver.com/jcyang5115/220039686094
손혁재  |  webmaster@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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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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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화의 도시 수원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이 있다. 이것 말고도 수원에는 적지 않은 문화재가 소재하고 있다. 수원시가 보유한 문화재는 2013년 7월 31일 기준으로 모두 60종이나 된다.

이 가운데 국가가 지정한 문화재만 15종이다. 국가지정 문화재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화성과 관련된 건축물로 7종이 여기에 해당된다. 역사적 건축물은 16종인데, 국가가 지정한 것이 7종 경기도 지정이 3종이며 6종을 수원시가 지정하였다.

수원의 문화유산이 어찌 이것뿐이겠는가. 정조 임금 때부터만 따져도 수원의 도시적 원형이 형성된 것은 200년이 훌쩍 넘었다.

서울에 있던 경기도청이 수원으로 옮겨온 게 벌써 반백년이 다되어간다. 수원화성이나 지정문화재 말고도 200년의 역사와 문화가 연면히 이어져온 수원에 문화유산이 많은 건 당연하다.
대표적인 것이 수원시 서둔동의 서울대학교 농생명과학대학 자리에 있는 옛 수원농림학교 건물들이다.

1906년 대한제국 정부는 서울에 있던 상농공학교의 농과를 떼어내어 농림학교를 만들면서 학교 터를 수원으로 잡았다. 통감부가 같은 해에 선진일본농업을 보급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87정보의 권업모범장을 수원에 세우는 등 수원이 농업을 상징하는 도시였기 때문이다. 수원 농림전문학교는 나라를 빼앗긴 뒤인 1918년에 수원농림전문학교로 승격되었다가 해방 이후에 국립서울대학교 농대로 바뀌었다.

나이가 100년을 훌쩍 넘은 수원 농림학교에 처음에는 교사, 기숙사, 관사 등 몇 개의 건물(총 1천850㎡ 규모)밖에 없었다. 그 뒤 건물이 계속 지어져 최고 70여 동까지 있었으나 한국전쟁으로 대부분 불타버렸다. 지금 행정동으로 사용되고 있는 제1, 2, 3 본관 3동만 겨우 남았다고 한다. 제1본관은 전쟁 중이던 1952년에 지붕복구하였다.

제2, 3 본관은 전쟁이 끝난 뒤 1954년에 유엔한국재건단(UNKRA)과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지원으로 복구되었다. 그밖에 지금 있는 건물들은 모두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의 원조로 새로 지어진 것들이다.

지금 남아있는 옛 수원농림학교의 건축물들이 아직은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건축적 가치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1958년에 지어진 강당 건물이다. 강당의 설계는 서울대 교수를 역임한 건축가 김희춘이 맡았다.

전쟁 직후의 어려운 시대상황에서도 건축형태 및 기술에서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지상3층의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이 건물은 우리나라 처음으로 넓은 내부 공간을 필요로 하는 강당건축에 수포구조를 이용한 건물로 꼽힌다.

강당 옆에 있는 종합관도 같은 해에 역시 김희춘 교수가 설계한 강의동으로 전형적인 모더니즘 스타일의 건축물이다. 이 건물은 박스형 건축물에 창이나 막혀 있는 벽면 등 건축 요소들이 비례감 있게 구성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출입구에 기울여 설치되어 있는 기둥 등은 마감을 따로 하지 않고 재료를 그대로 드러내는 등 1950년대에 영국에서 시작되어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브루탈리즘(Brutalism) 건축의 영향을 읽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서울대 농생대가 2003년에 관악 캠퍼스로 옮겨간 뒤에 이 건물들이 10년 넘게 방치되고 있다. 일부 소유권이 2012년에 경기도로 이전되었지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수원의 역사가 담겨 있는 건축물들이 무너져가고 있다.

강당의 유리창틀은 비틀려지고 유리는 깨어져버렸다. 출입구를 봉쇄한 강의동 앞에는 ‘철거대상… 안전상…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차디찬 경고의 팻말이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경기도와 수원시가 손잡고 서울대 농생대부지의 근현대 건축물의 가치를 살리면 좋겠다.

손혁재 수원시정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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