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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궁동의 '나무아저씨' 박영환 작가를 만나다

 

행궁동의 '나무아저씨' 박영환 작가를 만나다

등록일 : 2014-06-17 05:33:01 |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라
“나무는 거짓말 하지 않죠! 오히려 자연의 겸허함을 배우게 되는 것이 진정한 치유입니다. 나무와 이야기 나누다 보면 스스로 힐링이 되고, 삶이 고요해집니다.” 
행궁동에서 나무아저씨 박영환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각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박영환 작가는 전직 태권도 학원 관장. 20년 넘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몸을 단련하는 일을 하다가 어떻게 전각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나무를 좋아하고, 하나하나 만들면서 취미로 시작한 일이 새로운 직업으로 된 경우다. 

행궁동 예술마당 갤러리에서 열린 박영환 서각 전시

 
우연히 행궁동을 둘러보던 중 화성행궁 주차장 바로 오른편의 예술마당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를 보게 되었다. 나무에 글씨를 새기거나 그림을 넣는 서각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히 마음에 좋은 글귀를 담게 된다. 나무의 자연스러운 결을 따라 글씨가 하나하나씩 새겨지고, 강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표현하는 작품이 된다. 무엇보다도 자연 그대로의 재료가 주는 친밀감이 좋다. 

“현재 행궁동에서 작업실과 공방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행궁동의 ‘나무아저씨’로 불려집니다. 작업실 구경도 하실래요?” 내친 김에 갤러리와 함께 50미터 정도 인근에 있는 ‘나무아저씨’ 공방도 구경을 하게 되었다. 
행궁동 공방거리가 처음 생기기 시작하면서 마을길 디자인을 하고, 예술가의 거리로 만들기 위해서 애쓰셨다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현재는 행궁동 뿐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서 마을만들기를 위한 거리 조성에 작가로서 참여도 하고 있다고 한다. 

나무의 결과 아름다운 글귀가 마음을 정화시킨다

 
주중에는 수강생들을 가르치고, 주말에는 마을 사업 및 다양한 개인 작품을 만드는 등 쉴 새 없이 일을 한다.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닌 자신이 너무 좋아서 하는 그런 일 말이다. 행복감에 젖은 작가의 표정은 만나는 이로 하여금 그 에너지에 감염되게 한다. ‘나무아저씨’의 공방을 둘러본 후 나도 한 번 배워볼까하는 생각까지 든다. 

“월~금까지 대부분 빈 시간이 없어요. 저는 하나를 하더라도 열심히 하는 수강생을 원해요. 2번 이상 나오지 않으면 그냥 잘라 버려요. 수강료와 재료비도 아주 최소한의 금액만 받고 합니다. 돈을 벌기보다는 자연에 대한 애정을 갖지면서 나무로 자기 수양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갖고 싶고, 배워보고 싶은 서각

 
나무를 깎고 두드리고, 새기고... 망치와 끌 단 두 가지의 도구만으로 작품을 만들어나간다. 시간이 걸리는 만큼 혼을 쏟게 되고, 작품 하나하나가 완성될 때마다의 희열이 크다고 한다. 자연의 꾸밈없음, 편안함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는 작품들을 보면서 예술이 주는 힘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거기다가 작가의 진솔하고 편안한 해설까지 덧붙이니 이해가 쉬웠다. 

현재 행궁동의 공방거리를 아름답게 하나씩 만들어나가려고 애쓰고, 예술가로서 나름 지역발전에 이바지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 사회에서 참으로 필요한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사는 지역을, 공간을 아름답게 바꾸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일은 타인에 대한 감수성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한 점에서 나무아저씨의 열린 생각이 인상적이었다. 

박영환 작가의 삶의 모습도 재미있었다

 
한 번 왔다가 가는 인생. 생업으로서의 직업을 던져 버리고, 자신이 추구하는 열망을 실현하기 위해서 사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런 점에서 예술가들은 용감하고 용기있는 사람들이다. 밥벌이를 위해, 좋은 집과 차를 위해서 살기보다는 아름다움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먹고는 삽니다. 많이 벌지는 않아도 최소한 내가 누릴 자유만큼은 책임지고 살아요. 작품 전시를 하는 이유도 저렴한 가격으로 작품을 내놓기 위해서거든요. 이곳에 전시된 대부분 작품들은 지인들이 구입한 것들이에요. 가격도 비싸게 하지 못해요.” 

작품 가격이 비싸다고 좋은 작품은 아닐 터. 찬찬히 둘러보면서 작품에 매겨진 가격이 생각보다 저렴해서 놀라움에 질문을 했더니 작가의 대답이 이러했었다. 
누군가의 집에 자신의 작품이 걸린 것만으로도 뿌듯한 일이라고 한다. 나무아저씨 박영환 작가의 전시는 6월 16일로 끝이 났다. 하지만 행궁동 공방거리에서 ‘나무아저씨’ 작업실을 찾아서 언제든 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