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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카페] 수원미술이 지녀야 할 인문 정신

[문화카페] 수원미술이 지녀야 할 인문 정신
박영택  |  webmaster@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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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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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작가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중 대부분은 서울과 그 주변에서 살고 있다. 사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작가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다. 서울에서 작업실을 운영하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점이 주변 경기도로 ‘밀어내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양평과 안성, 강화와 포천, 파주와 마석, 여주와 이천 등등 곳곳에 산개하면서 작업실을 운영하고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당연히 인천과 수원, 부천, 의정부, 일산, 성남 등 도시에도 상당수가 거주하고 있다.

이렇게 쓰고 보니 경기도 전역이 작가들의 작업실인 셈이 되었다. 그만큼 작가들은 많고 작업실 또한 그 숫자에 비례하고 있다. 작가들이 작업을 하면서도 마주치는 가장 큰 고민은 경제적 문제와 함께 작업실일 것이다. 전세와 월세 부담이 크지 않은 곳, 비교적 넓은 작업공간은 모든 작가들의 로망이고 꿈이다.

갈수록 쌓여가는 작업과 이런저런 짐들을 수장할 수 있는 창고가 딸린, 채광이 좋고 천장이 높은 작업실을 번듯하게 구비하고 있는 작가들은 사실 극소수다.

사실 경기도는 이처럼 타지역에 비해 많은, 좋은 작가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들이 자신들이 거주하며 작업하는 공간에서 미술을 생산해내는 한편 그 지역문화, 미술문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아니 영향을 끼치도록 권유하고 배려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수원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작가들의 경우라면 이들은 수원이 지닌 문화적 전통과 연계되어 자신의 작업을 흥미롭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꼭 그래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수원지역 작가들이 단지 이곳에 있는 문화유물을 소재로 그리는 것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전통을 박제화시키는 일이다. 나로서는 수원이 지닌 인문학 정신의 전통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알다시피 조선은 청으로부터 연행사를 통해, 일본으로부터는 통신사를 통해 새로운 학술 정보를 수용해왔다.

특히 17세기 이후 연행사를 통해 많은 지식인들은 신서와 신지식을 흡수하여 조선의 학술과 문화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북학을 열렬히 주장한 인물은 홍대용, 박지원, 박제가 등이고 정조는 이러한 북학파 학자들을 적극 지원한 군주다. 주자학을 깊이 연구여 방대한 학문적 업적을 남긴 호학의 군주인 정조는 북학파 학자들의 사상을 경청하고 북학의 필요성에 대해 지지했다.

박지원과 박제가가 북학을 제창하면서 우선 주목했던 것은 벽돌과 수레였다. 이는 수원화성건축에 잘 반영된다. 따라서 수원은 조선시대 인문학 정신의 발현으로 이룩한 도시고 문화다. 전통과 새로운 학문의 조화를 통해 조선적인 것을 추구한 것이다. 이런 정신은 이후 수원이 낳은 최초의 서양화가 나혜석에게도 이어진다. 나혜석의 인문학적 자세는 수원 및 나씨가문의 전통과 무관하지 않다고 한다.

강신주의 말을 빌면 인문정신이란 일체의 초월적 가치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삶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타자와 관계하려는 정신을 의미한다.

한국의 인문전통은 변화가 필요한 위기의 시점마다 외래의 선진문화를 적극 끌어들이고 이를 전통문화의 절충 융합하여 자기혁신과 자기성장을 이룰 수 있는 논리와 방법을 개척해왔다. 수원이 지닌 이 실학정신의 전통, 그리고 새로운 사상과 학문, 예술을 수용하고 융합하여 그 실천에 앞장 선 나혜석의 전통이 지금 이곳 수원미술들에게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궁금하다.

박영택 경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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