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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겸 칼럼]보릿대의 놀라운 변신, 맥간아트 아시나요?

 

[하도겸 칼럼]보릿대의 놀라운 변신, 맥간아트 아시나요?
    기사등록 일시 [2014-06-12 07:01:00]
【서울=뉴시스】이수진 수원 맥간아트 대표 2014-06-11
【서울=뉴시스】하도겸 박사의 ‘문화예술산책’ <4>

맥간(麥稈)이란 보릿대, 즉 보리 줄기를 말한다. 추수가 끝나면 들불에 사용되거나 버려지는 보리에 주목한 이는 거의 없다. 경북 청도 동문사 인근 주민들이 보리 추수를 보면서 과거 어른들이 보리 줄기로 밀짚모자와 반짇고리, 베게 문양 등을 만드는 것에 착안해 실용신안 특허를 5개나 보유한 맥간공예 ‘장인’이 된 이가 있다. 수원시 권선동 권선시장 인근 2층 건물 지하 맥간공예연구원(www.mackan.kr)의 맥간공예 창시자 백송(白松) 이상수(56) 씨다. 맥간공예(아트)란 보리 줄기를 이용한 공예다. 동양의 목칠공예 기법과 서양의 모자이크기법이 어우러진 독특한 예술 장르로 창안 된 지는 35년의 세월이 흘렀다. 작품 대부분이 길상의 의미, 벽사의 의미, 수·복·강·녕 등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는 데 있어 마음의 위안이 될 수 있는 ‘멋진’ 작품들이다. 

흔하게 구할 수 있고 비를 맞아도 썩지 않는 남부지방의 부드럽고 탄력적이며 광택이 뛰어난 쌀보리의 대롱 같은 줄기를 뜨거운 물에 한 시간 정도 삶아 끈적끈적한 진물을 빼내고 하루 정도 그늘에 잘 말린다. 작품의 도안을 구상하고 그에 맞춰 보릿대가 가진 결의 방향까지 고려한 ‘도안작업’을 거쳐 대나무 바늘과 대자를 사용해 보릿대를 잘 펴고 알맞게 오려 붙이는 ‘세공작업’, 그리고 보릿대의 변색을 막고 황금 빛깔을 더욱 도드라지게 보이게 하는 ‘칠 작업’ 등으로 이뤄진다. 맥간공예를 통해 액세서리함, 사진패, 보석함, 찻상 등 생활용품은 물론 액자, 벽걸이, 병풍, 테이블 등 예술작품도 만들 수 있다. 빛의 각도, 결의 방향에 따라 입체감과 미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맥간공예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류 문화예술의 하나로 자리잡힐 것으로 기대된다.

나전칠기와 비슷하면서도 더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은은함까지 영롱한 황금색과 백옥색 빛깔에 담은 맥간공예의 첫 전시는 1986년 수원에서 열렸다. 이후 맥간공예 강사 모임인 ‘예맥회’를 통해 전국 각지로 확산해 본산인 수원을 중심으로 서울, 부산, 대구 등 22개 지역과 외국까지 확산하고 있다. 1991년 만들어진 예맥회를 이끄는 그의 수제자이자 수원맥간아트 대표로 활동 중인 녹원(綠園) 이수진(41) 씨도 개인전을 2회나 열었다. 중국 임기시당대 미술관과 홍콩 센젠 아트페어에도 초대됐다. 한국 예술 평론가 협의회 선정 특별 예술가상(전통·연희 : 2012), 한·중·일 문화협력 미술제 대상(2013)을 받았다. 현재는 아세아 미술 초대전 초대작가와 운영위원, 한국문화·국제문화 미술대전 초대작가와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수진 씨는 “맥간 공예를 배우기 전, 과거를 돌아보면 즐겁고 좋았던 생각은 별로 나질 않았다. 나는 디자인이 참 좋다. 아마 내가 맥간을 해옴에서 디자인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이 자리에 없었을 것 같다. 맥간 공예 작업을 하는 그때가 제일 기쁘고 행복했다. 보상심리일지도 모르겠다. 고등학교 시절 미술이 정말 하고 싶었지만, 여건상 그러할 수 없었기에 느끼는, 아마 그러한 욕구가 컸기에 여러 번 고비를 넘기며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사랑스러운 딸아이 덕분에 행복도 느낀다. 아마 딸아이가 내가 일하는 것을 싫어했다면 할 수 없었을 것 같다. 나를 너무나도 자랑스러워 해주는 내 딸로 인해 행복을 듬뿍 느끼고 살고싶다”고 덧붙였다.

18일부터 23까지 수원 영통구청에서 의뢰한 전시회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는 이수진 씨는 올해로 11번째 보리사모전도 개최하고 있다. 맥간일을 하면서 좋은 일을 할 수 없을까 생각하다 전시회 수익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사용한다.

보리에서 볼 수 없었던 금빛 등의 색채를 끄집어내어 예술로 승화시키는 그들은 어쩌면 우리 몸에서 금단을 만드는 데 실패한 수많은 연금술사에게 새로운 힌트를 제공해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수행이 곧 삶이며 실천이 곧 수행이다. 그런 맑고 밝은 작업에의 집중이 바로 최고의 삼매가 아닌가 싶다. 매일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데 여념이 없어서 술자리도 할 기회가 없다는 맥간공예 작가들이 바로 수행자인 이유일 것이다. 얼마 전 KBS ‘6시 내 고향’에 방송된 이상수 창시자와 이수진 작가를 비롯한 이들의 밝은 모습이 보기에 참으로 흐뭇하다. 봄을 따라온 보리들의 새로운 변신은 어디까지일까? 물론 레인보우필름지 공예를 비롯한 보리의 어떠한 변신도 무죄다.

hadogyeo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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