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기초공천 폐지 공방 가열…지방선거 기싸움_ 與, 위헌성 등 들어 공천유지 회귀에 민주 "공약 파기" 공세
(서울=뉴스1) 진성훈 기자 =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공통 공약이었던 기초선거(기초자치단체장 및 기초의회 의원 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가 정치권의 현안으로 부상, 이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새누리당이 위헌성 등을 들어 대선 때의 공천 폐지 공약을 거둬들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자 민주당이 이를 '공약 파기'로 몰아붙이며 박근혜 대통령과 여권을 향해 날이 갈수록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어서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기선잡기, 주도권 싸움 양상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16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기초선거 공천폐지 공약 번복을 공식화하는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와 관련해 위헌 문제, 지역분열, 돈선거 재연 등 각종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공개로 이어진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지도부는 기초선거 공천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한다. 사실상 대선 공약 철회 수순에 돌입한 셈이다. 이 때문에 지도부 일각에서는 '대선 공약 철회'라는 명시적 선언이나 대국민 사과 등을 통해 정면 돌파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으나 일단 공약 철회 공식화에 대해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다음 주 의원총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키로 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에 부담을 주는 '공약 철회 공식화'보다는 당이 대안으로 제시한 상향식 공천제 등을 통해 국민을 설득, 기초선거 공천 폐지 공약의 문제의식을 그대로 살리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유일호 대변인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오픈프라이머리 등 상향식 공천제를 통해 새누리당의 진정성과 개혁의지를 국민에게 보여드리고 이해를 시키는 방향"이라며 "기득권을 내려놓는다는 차원에서 상향식 공천제에 대한 야당의 협조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문제를 논의 중인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새누리당 위원들은 공천 폐지의 위헌성 등을 들어 공천 유지 불가피성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전에 나섰다. 정개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김학용 의원을 비롯한 새누리당 위원들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초선거 공천 폐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민주당이 공천 폐지를 원한다면, 위헌과 부작용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정개특위 공청회에서 나타난 전문가들의 의견을 예로 들며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가 △평등의 원칙 △정치적 표현의 자유 △국민의 알권리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 위헌성을 거듭 강조했다. 또한 "정당 공천을 폐지하더라도 공천장만 주지 못할 뿐 특정 후보자에 대한 지지와 추천을 할 수 있는 '내천'이 가능하고 해당 지역 국회의원이 지지 의사를 표현하는 할 수 있는 등 실익이 없고, 껍데기만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대안 제시가 불가능하면 여야 모두 지난 대선 공약 과정에서 기초선거 정당 공천 폐지의 문제를 면밀하고 신중하게 살피지 못한 점에 대해 솔직히 이해를 구하고, 실천 가능한 정치개혁 방안을 내놓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황우여 당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오픈프라이머리(개방형 예비경선) 등을 공천 개혁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한 새누리당 정개특위는 국회의원·당협위원장과 후보자 사이의 금전 거래를 일체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정계에서 영구 퇴출하는 방안 등 공천 비리에 대한 처벌 강화를 여야가 동시 선언함으로써 상향식 공천을 실현하자고 주장했다. 기초선거 공천 폐지 공약을 사실상 철회하는 수순에 들어가면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과 공천비리 처벌 강화를 대안으로 꺼낸 것이다.
새누리당의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자 민주당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중반 일찌감치 전(全)당원투표를 통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한 뒤 새누리당을 향해 이에 동참할 것을 압박해 왔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고위정책-정개특위 연석회의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새누리당과 박 대통령을 향한 '약속 파기' 공세가 불을 뿜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거부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국민과의 약속 깨기에 나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원내대표는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보장,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고교 무상교육 등 뒤집은 공약이 수두룩한데 이제 정치쇄신 약속도 깨고 있다"며 "결국 지난 대선의 3대 의제인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 정치쇄신 약속을 깡그리 파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진표 당 약속살리기위원장은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아예 대놓고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약속 파기를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뻔뻔하게 나오고 있다"며 "국민을 장기판의 졸로 아는, 노골적인 국민모욕 행위이자 국민배신행위"라고 성토했다. 김 위원장은 "표(票)가 필요할 때는 간, 쓸개 다 빼줄 것처럼 말을 늘어놓고 약속하고 공약하다가 당선되니까 입을 싹 씻겠다는 구태정치의 표본"이라고도 했다.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백재현 의원은 "새누리당이 정당공천제를 하지 않는 것이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위헌인 줄 알고 대선공약을 했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민주당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가 위헌성이 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정개특위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별도의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해 국회 정치쇄신특위가 관련 단체에 기초선거 정당공천 금지에 대한 위헌 여부를 조회한 결과, 기초선거 정당공천 금지는 헌법에 위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며 "새누리당은 거짓말로 국민을 현혹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웅래 사무총창은 "새누리당의 양치기플랜이 확실히 드러나고 있다"며 "대선공약인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위헌이라고 유언비어를 날조하더니, 이제는 곧바로 최고위원회와 의총을 통해 정당공천제 유지를 당론으로 확정하겠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새누리당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한국청년유권자연맹, 한국YMCA전국연맹 등 1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 이행촉구 시민행동'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으로부터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정당(새누리당)이 마치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가 위헌 소지가 있는 것처럼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며 공천 폐지 공약 이행을 촉구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 측 송호창 무소속 의원 역시 이날 성명을 내고 "박 대통령의 기초연금 등 대선 공약의 연이은 폐기이며 국민과의 약속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송 의원은 "새누리당이 이를 반대하는 것은 수십 년 동안 지방자치에서 누려온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오만한 발상"이라며 "새누리당은 국민 앞에 궁색한 변명으로 공약 파기를 숨길 것이 아니라 약속을 지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박 대통령 역시 대선공약 폐기에 대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정의당의 심상정 원내대표가 이날 새누리당의 기초선거 정당공천 유지 방침에 대해 "비록 대선공약을 번복한 뒤늦은 일이긴 하지만, 자신의 오류를 인정한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평가하는 등 온도차도 나타나고 있다. 심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을 향해 "정당공천제 폐지 논란으로 인한 당략적 계산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공천민주화를 이루고 기득권을 축소하라는 국민의 요구에 진정성 있는 개혁방안으로 응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책임정치를 위해서도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대선공약 폐기에 대해 국민들에게 공식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와 눈을 맞추다 - 눈TV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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