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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안 도울라 카던데? 결국 박근혜 될끼라"

"안철수, 안 도울라 카던데? 결국 박근혜 될끼라"

[오마이뉴스 이경태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30일 오전 부산 사상구 서부버스터미널에서 유세를 펼치자, 유권자들이 박 후보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 유성호

"안철수씨가 별로 안 도울라 카던데? 결국엔 박근혜가 될끼다. 봐라. 문재인도 여 왔는데 이 정도로 많이 안 왔다 안 카나. 젊은 사람들이 아무리 아니라 캐싸도 부산은 아직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젤이라."

두툼한 패딩점퍼를 입은 김영훈(61)씨가 발 디딜틈 없이 모여든 사람들을 가리키며 '문재인 필패'를 예고했다. 11월 30일 오전 부산 괘법동 서부시외버스터미널 앞,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유세를 보기 위해 모인 이들로 가득 찼다. 사실 이곳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지역구다. 문 후보도 유세 첫날인 27일 이곳을 가장 먼저 찾았다. 그러나 나흘 전 열린 문 후보의 유세 때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사람들이 박 후보를 보기 위해 모였다.

김씨는 "젊은 사람들은 몰라도, 우리 같이 나이 좀 있는 사람들은 안 흔들린다"며 "박근혜는 꾸준히 정치를 했고, 문재인은 노무현 비서실장한 것 말고 뭐가 있나"고 되물었다. 김씨의 말처럼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 모인 이들 대다수가 50대 이상 노장년층으로 보였다.

'6·25 국가유공자'라고 수가 새겨진 모자를 쓴 이아무개(77)씨는 "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느냐"가 묻자,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세워야제, 아버지와 어머니를 흉탄에 잃고 얼매나 힘들었겠노"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나라를 이만치 살게 했으니깐 (박근혜를) 뽑아야지"라고 답했다. 이들에겐 '부산 출신 후보'도 안 통했다. 이씨는 "문재인이 경고(경남고) 나왔다 카던가, 근데 경고 동문회에 얼굴 안 비친다 카더만"라며 "사람은 몰라도 당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같은 중장년층의 반응은 민주통합당의 부산 공략이 쉽지 않음을 예고했다. 문 후보 측은 현재 부산지역에서 45% 이상 득표하길 기대하고 있다. 2010년 부산시장 선거 당시 김정길 민주당 후보가 얻었던 44.6% 이상 표를 얻는다면 박 후보를 충분히 이길 수 있단 계산이다. 새누리당 역시 문 후보의 부산 득표율을 30% 이상 내주지 않아야 이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선거 초반 부산 민심은 박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국제신문> 등 8개 지방지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 지난 11월 27·28일 양일간 전국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박 후보는 부산·울산·경남에서 60.1%를 얻어 문 후보(32.0%)를 크게 앞섰다. (유·무선 RDD 자동응답 전화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2%p)

흔들림 없는 '박근혜 사랑'... 문재인의 부산 득표율 45% 무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30일 오후 부산 서구 충무시장에서 유세를 펼치자, 지지자들이 박 후보의 연설에 연호하며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 유성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30일 오후 부산 진구 부전시장을 찾아 유세를 펼치자, 지지자들이 박 후보의 연설을 경청하며 연호하고 있다.
ⓒ 유성호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 '빨간 비닐봉지' 응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30일 오전 부산 북구 구포시장에서 거리유세를 펼치자, 박 후보의 지지자들이 빨간 비닐봉지를 들고 연호하고 있다.
ⓒ 유성호

박근혜 후보의 인기는 이날 고개를 들면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가 가는 곳 어디에나 주변 건물 창문에 시민들이 붙어 서 있었다. 이들은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박 후보를 향해 손을 흔들거나 '기호 1번'을 상징하는 엄지손가락을 연신 들어올렸다. 시민 3000여 명이 모인 부산 진구 부전시장 유세 때는 부산 연고 야구팀인 롯데 팬들의 트레이드 응원인 '주황색 봉지'를 뒤집어 흔드는 이들도 등장했다.

부전시장 유세장에서 만난 김아무개(58)씨는 연신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부산 진갑)의 찬조연설에 맞장구를 쳤다. "문재인 후보는 차기 대선을 생각해서 국회의원도 사퇴하지 않았다"고 할 때에는 "얍삽하다"고 소리쳤고, "문재인 후보가 참여정부 때 부산저축은행 부도를 막아서 서민들이 피해를 입었다,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겠나"라고 주장할 땐 "안 된다"고 소리 질렀다.

김씨는 "왜 박근혜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그냥 좋다"고 답했다. 연제구 거제동에 산다는 그는 이날 유세를 보기 위해 박 후보 도착 1시간 전부터 부전시장에 와 있었다. 김씨는 "새누리당은 이름을 바꿀 만큼 나쁜 짓도 하고 했지만 박근혜는 그런 거랑 관계 없지 않냐, 박근혜가 있으니깐 새누리당이 이 정도라도 하는 것"이라며 "박근혜가 대통령 되면 깨끗하게 나라 이끌 거다"고 자신했다. "문재인 후보는 왜 안 되느냐"는 질문에는 "박근혜만치 강단 있게 나라를 못 이끌 것 같다"며 "좌파들한테 끌려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부산에 100% 박근혜 지지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부전역 2호선 앞 농협에서 만난 안희수(35)씨는 유세 인파를 보며 "부산이 이렇지에"라고 멋쩍게 웃었다. 안씨는 "저 같은 젊은 사람들은 생각이 다른데, 나이 많은 분들만 저래 합니다"며 "애기엄마들이 모여서 얘기하는데, 박근혜 교육공약보고 못 믿겠다 캅니다"고 말했다. 이어, "새누리당도 하고, 민주당도 하고 그렇게 번갈아 해야 부산도 발전할 수 있다"며 "저리 해갖고 또 정치인들한테 이용만 당하니깐 이번에는 정권을 바꿔야죠"라고 말했다.

범천동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문명자(50)씨도 "안철수씨는 신선한 맛이 있어서 찍을라 캤는데 아깝지에"라며 "그래도 박근혜 후보보다 문재인 후보를 찍겠다"고 말했다. 이유는 '가정을 지켜온 경험이 있는 후보'이기 때문이었다. 문씨는 "(결혼해서) 3년은 사랑으로 살아도 나머지 30년은 남편과 자식에 대한 책임감으로 사는 것"이라며 "박근혜씨는 결혼도 안 했고 아이도 안 낳아봤는데 책임감이란 걸 알까예, 모성애라 카는 것도 말뿐이지"라고 말했다.

"안철수 사퇴하기 전까진 '박근혜 대통령' 설득 안 됐는데, 지금은"

30일 오후 부산 서구 충무시장에서 열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유세에서 한 지지자가 지갑 속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유세장에 등장한 박정희 동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30일 오후 부산 금정구 서동시장에서 거리유세를 펼치자, 한 지지자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판을 들어보이며 연호하고 있다.
ⓒ 유성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30일 오후 부산 중구 피프광장에서 유세를 펼치자, 한 지지자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씨의 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다만, 안철수 전 무소속 예비후보의 사퇴는 분명 부산 민심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아름다운 단일화'를 만들지 못한 게 주된 원인이었다. 윤진희(56) 새누리당 조직특보는, 특히 젊은층에서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특보는 박근혜 후보의 팬클럽 중 하나인 '근혜동산' 부산본부 사무국장이다.

"안철수씨가 사퇴하기 전까지는 아무리 논리적으로 박근혜 후보님이 대통령 돼야 칸다고 설명해도 젊은 애들한테 안 통했다 아닙니꺼. 그런데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솔직히 제 작은 아들만 해도, 안철수씨 지지했어요. 아버지가 호적 파삐린다고 캐도 안 통했는데 지금 문재인은 안 찍는다 캐요."

윤 특보는 "원래 문재인 지지하던 사람들은, 좀 삶이 어려웠던 사람들, 원래 민주당 지지했던 사람들이 대다수"라며 "안철수씨 지지했던 젊은 층들은 '안보' 문제 때문에 박근혜 후보님한테 상당히 돌아오는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서부시외버스터미널 유세 현장에서 만난 대학생 전민주(20)씨는 자신의 주변에서 '기권자'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박 후보의 연설을 끝까지 다 듣고 돌아섰다. 전씨는 "처음 맞는 선거라서 유세 모습이 신기하기도 해서 끝까지 지켜봤다"면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건 아니다, 야권후보에게 표를 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주변에서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단일화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실망을 많이 느꼈다"며 "대선 때 투표장에 안 나가겠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고 말했다. 또 "부산의 젊은 층 사이에서 야권이 유리하긴 하지만 잘 찾아보면 10명 중 3명 꼴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 진구 범천동 CBS 방송국 앞에서 만난 회사원 박아무개(41)씨는 "문재인, 안철수 후보 모두에게 좀 실망했다"며 '유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안 후보 아버지가 운영하는 범천의원도 여기 있고 (안철수) 사람도 괜찮은 것 같아서 찍어줄라 ?는데 (단일화 협상 때) 둘 다 좀 시원한 모습을 못 보여줬다"며 "안철수씨가 어떻게 하는지 보고 (지지) 후보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부전시장에서 청과상을 운영하는 황아무개(38)씨는 "후보보다 당이 문제"라며 박근혜 후보로 마음을 바꿨다. 그는 "아무리 주변에서 '안철수는 피라미'라 캐도 좀 다른 정치를 할 것 같아서 지지했다"며 "호남당인 민주당을 밀 수 없어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도 호남 사람들한테 발목 붙잡히가 힘들었다 아인교"라며 "문재인도 별 수 없을거라"고 말했다.

야권 지지 '유보' 많아진 대학가... "안철수, 문재인 지원하면 완전 좋은데"

대학가의 분위기도 조금 달라졌다.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선뜻 밝히기도 했지만 안철수 전 후보의 사퇴에 아쉬움을 표하며 선택을 유보하는 경우도 있었다.

부경대에서 만난 이민준(23)씨는 투표 의사를 밝히면서도 지지후보는 유보했다. 그는 "주변을 보면 안철수 사퇴가 영향을 끼쳤다"며 "안 전 후보의 사퇴가 아쉽다고 하는 아이들이 많다,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지지한다면 (대학생 투표에) 영향을 끼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천영(23)씨도 안 전 후보를 지지하다 선택을 유보한 상황이었다. 그는 "안 전 후보가 사퇴하면서 문재인 후보에게 실망을 느꼈다, 제3자인 박근혜 후보에게 득이 된 느낌"이라며 "안 후보 전에는 박 후보를 지지했다"고 밝혔다.

경성대에서 만난 김영민(28)씨도 마찬가지였다. 김씨는 "문재인 후보에게 마음이 안 끌린다"며 "당이 아니라 안철수란 사람을 선호했다, 안철수가 혁신과 개혁을 더 실천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왜 문재인에게 마음이 안 끌리나"란 질문에 그는 "당내 불협화음이 많아 문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말이 진정성 없게 들린다"고 말했다.

이현정(21)씨는 안 전 후보 사퇴 이후 박근혜 후보에게 마음이 쏠리고 있었다. 이씨는 "대학생으로서 공감하는 게 많았다, 안철수가 대통령되면 변화되는 게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사퇴해서 마음이 안 좋았다"면서 "나도 여자다 보니, 여자대통령이 나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씨는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지지한다면"이란 질문에 "그럼 완전 좋다"며 화색을 띄었다. 그는 "원래 주변에서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사퇴하면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도 있고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도 있다"며 "이제는 자기 성향에 따라 나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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