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왜 그렇게 박정희 욕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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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박정희에 대한 평가는 한국현대사에서 피할 수 없는 뜨거운 감자이다. 이 뜨거운 감자는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5·16을 “최선의 선택, 바른 판단”이라고 밝히면서 대선의 중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이 발언이 쟁점으로 부상하자 민생 등 할 일이 많은데 역사논쟁만 할 것이냐며 논쟁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단순히 지나간 역사에 대한 공허한 논쟁이 아니라 무엇을 위해, 무엇을 희생하면서,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현재의 선택에 대한 핵심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논쟁 중단 선언으로 피해갈 문제가 아니다.
박 전 위원장의 주장이 ‘상황론’에 기초한 매우 위험한 논리임은 여러 사람이 이미 지적한 바 있다. 정작 문제는 박 전 위원장의 이 같은 주장을 비판하고 있는 이해찬 대표 등 민주통합당의 이중성이다. 김대중 정부를 계승한 민주통합당은 5·16과 유신에 관한 한, 근본적인 원죄를 안고 있다. 1999년 여름 나를 비롯한 민중운동과 시민운동 관계자들은 연일 기자회견을 열고 농성을 벌여야 했다. 왜냐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구를 방문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젠 역사 속에서 존경받는 지도자가 돼야 한다”며 갑자기 박정희기념관 건립을 약속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주목할 것은 김 전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들 기념관이 아니라 박 전 대통령의 기념관만 꼬집어 제안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이해찬 대표 등이 각료로 참여하고 있었던 김대중 정부는 학계, 사회운동 진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한 200억원 지원을 결정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5·16 쿠데타와 유신에 관한 한, 한국사 최초의 선거에 의한 평화적 정권교체라는 김대중 정부의 출범 그 자체에도 원죄가 숨어 있다. 5·16이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박 전 위원장의 평가에 대해 민주통합당이 길길이 뛰고 있지만, 5·16 쿠데타를 주도한 실질적인 주역, 그리고 유신체제하에서 총리를 지내며 2인자 역할을 한 것은 바로 김대중 정부가 1997년 대선 승리를 위해 손을 잡았던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였다. 나아가 김대중 정부는 스스로 ‘제2의 건국’이라고 자임하면서도 초대 총리에 유신 총리였던 김 전 총재를 앉혔다. 5·16과 유신이 그처럼 문제라면 어떻게 5·16 쿠데타와 유신의 주역이던 김 전 총재와 손을 잡고 그를 초대 총리로 앉힐 수 있을까? 1998년 초 김 전 총재의 총리 임명 당시 개인적으로 비판했듯이, 40년 만의 소위 ‘민주정부’의 초대 총리에 유신 총리를 앉히는 것은 해방 후 세운 ‘민족정부’의 초대 총리에 이완용을 앉히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물론 민주통합당은 김종필과의 연정이 역사적인 정권교체를 위해, 박정희기념관이 영남으로의 동진정책과 지역통합을 위해, 문제가 있지만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해명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같은 선택을 상황론에 의해 정당화한다면, 5·16이 절차와 수단에 있어서는 문제가 있지만 국민들을 기아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박근혜 전 위원장의 주장과 무엇이 다른가?
중요한 것은 5·16 논쟁이 지나간 공허한 역사논쟁이 아니듯이 김대중 정부와 민주통합당의 원죄 역시 공허한 역사논쟁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민주통합당이 무엇을 위해, 무엇을 희생하고,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현재의 문제이다. 이제는 상황론과 결과 제일주의를 넘어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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