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하에서 움직이는 박근혜
외부 활동을 자제해 온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당내 중도성향 초선 의원들과 비공개 회동을 갖는 등 물밑 움직임이 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말 그대로 정중동(靜中動) 행보다.
박 전 대표는 지난달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권영진, 김선동, 김성식, 윤석용 등 4명의 서울지역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당내 현안을 놓고 가벼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는 박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를 주장했던 권 의원 등의 요청에 의해 마련된 것으로 김선동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인사들은 중립 내지는 상대적으로 친이(친이명박)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박 전 대표는 원구성 이후에는 서울과 부산지역 등 중립성향 초선 의원 한두명씩과 비공개 오찬도 자주 갖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 대표가 먼저 연락을 하기 보다는 의원들로부터 "한 번 만나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오면 약속을 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 전 대표는 또 친박 무소속 연대가 모태지만 복당 이후 김세연, 장제원, 현기환 의원이 가입해 외연을 넓힌 `여의포럼' 정기모임에도 최근 두 차례나 방문했다.
심지어 지난 26일 회동에는 선약이 있었음에도 일정을 마친 후 뒤늦게 잠시 들르기도 했다. 이래저래 당내 의원들과 접촉면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한 측근은 7일 이와 관련 "초선 의원들 중에 박 전 대표를 잘 모르는 경우는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의원들이 제법 많다"면서 "그런 의원들이 박 전 대표쪽에 면담을 요청해 온 경우 면담이 이뤄지는 것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또 다른 측근도 "박 전 대표가 의도적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중도에 있는 사람들 중에 박 전 대표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꽤 있고 그런 사람들과 한두명씩 만나는 정도"라며 "조직적인 외연 확대라던가 그런 의도는 전혀 아니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극도의 조심스러운 행보를 택해온 박 전 대표가 계파 내부가 아닌 외부 인사들과 '스킨십'을 강화하는 모습은 장기적으로는 먼 미래를 염두에 둔 포석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 관계자는 "친박 진영 내부는 이미 더 손댈 필요가 없이 공고한만큼 박 전 대표에게 시급한 것은 결국 외연확대 아니냐"면서 "당 내부 구심이 부재한 상황에서,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중도 내지 친이(친이명박)계 가운데에 주변부 인사들과 자연스럽게 만나가는 과정이 지금부터 필요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