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넘어 ‘고지’로 향하라 - MB 잠룡육성전략
‘여의도 정치’ 형님에 맡긴 MB ‘청와대 정치’로 차기 키우기
정몽준·정두언 독대 이어 오세훈·김문수 청와대서 만찬 회동
MB정부의 집권 2기를 맞아 여권 잠룡들이 꿈틀거리고 있다. 대선을 향한 본인들의 의지는 물론 ‘밀어 주겠다’는 제스처를 취하는 MB의 ‘청와대 정치’ 때문이다.
적극적인 MB ‘청와대 정치’
MB는 최근 자천타천 ‘차기주자’ 혹은 ‘차차기주자’로 꼽히는 이들을 청와대로 불러들이고 있다.
1월 임시국회가 끝난 직후 홍준표 원내대표와 만났으며 이어 2월 들어서는 ‘복심’이었던 정두언 의원과 회동했다. 2월11일 정몽준 최고위원과 독대했으며 20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안상수 인천시장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회동을 가졌다.
이 같은 MB의 행보는 이례적이다.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둬 온데다 지난 1·19 개각 인선을 하면서 “왜 정치인이 장관을 하려는지 모르겠다”,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경력을 관리해야지, 왜 정부에서 경력관리를 하나. 그건 잘못된 것”이라고 쏘아붙일 정도로 정치인은 스스로 커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했기 때문이다.
집권 2년차를 맞아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가는 ‘여의도 정치’를 ‘형님’에게 맡긴 MB가 본격적인 ‘청와대 정치’를 펴려는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경제위기 상황으로 MB의 지지율이 집권 초인 50%대로 상승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 돼버렸다. 경제위기가 빠른 시일 내에 회복된다 하더라도 이미 국민들의 기대감은 차기주자에게로 넘어가 버리게 된다.
MB정부의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정권재창출을 위해서는 MB와 차기주자의 친밀한 관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물론 현 정치권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차기주자 박근혜 전 대표와 MB의 사이는 그리 희망적이지 못한 게 사실이다. MB가 박 전 대표와의 관계 회복을 바라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시선은 다른 차기주자군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른 차기주자의 부각은 MB의 권력누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여권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 여권 한 핵심인사는 “정권 재창출을 하려면 지금부터 박 전 대표의 대항마들을 키워야 한다. 그 대항마들끼리 단일화를 해서 박 전 대표와 붙어야 한나라당 경선이 흥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3월 임시국회, 3월9일 이재오 귀국, 4월 재보선, 한나라당 당협위원장 교체, 5월 원내대표 경선, 한나라당 전당대회, 10월 재보선까지 수많은 정치 일정이 있는 올해가 지나면 ‘예비 대권전’이라 할 수 있는 2010년 지방선거로 이어져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
차기주자들로써도 박 전 대표처럼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전략을 달리 수립하지 않지 않는 이상에야 MB와 손잡고 가는 ‘윈-윈 전략’이 나쁘지 않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이상득 의원도 “한나라당이 탄생시킨 이명박 정부가 성공해야 국가와 국민이 잘 되는 것이고, 한나라당이 성공해야 정권도 유지할 수 있다”고 MB정부의 공과는 함께 짊어지고 가야 하는 MB와 한나라당 차기주자들의 관계를 짚었다.
꿈틀대는 여권 잠룡들
박 전 대표의 독주를 막아설 ‘대항마’는 누가 될까. 한나라당 내 차기주자군으로는 정몽준 최고위원과 강재섭 전 대표, 지난 대선 한나라당 경선에 출마했던 홍준표 원내대표와 원희룡 의원, MB의 측근인 이재오 전 의원과 정두언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꼽힌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오랜 무소속 생활을 정리하고 한나라당에 들어와 자력으로 당 대표 최고위원 경선 2위에까지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지난 대선 MB의 손을 잡아 정권교체에 힘을 보태면서 범친이계로 분류되고 있지만 자신만의 자리를 만들어 가는데 더 주력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친이계의 모임에 모습을 드러내며 친이계와의 거리감 좁히기에 나섰다. 그의 정책연구소 ‘해밀을 찾는 소망’ 개소식에는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이윤성 국회 부의장, 홍준표 원내대표, 안경률 사무총장, 주호영 원내 수석부대표, 김효재·전여옥·고승덕·김소남·조해진·주광덕·조진래·안효대·이은재·김성태·조윤선·정두언·손숙미·원희목 의원 등 40여 명의 한나라당 의원이 참석, 당 내 그의 영향력을 보여줬다.
2월25일로 MB정부 집권 2기 시작…정치의 계절 온다
꿈틀거리는 잠룡 ‘박근혜 대항마’로 단일화 전쟁 조짐
또한 최근에는 MB와 독대를 하는 등 친이계의 유력 차기주자로 주가를 높여가고 있다.
17대 당 경선과 대선을 거치며 극까지 치달았던 계파갈등 속에서도 임기를 마무리했던 강재섭 전 대표는 최근 연구재단 ‘동행’을 공식 출범시키며 여의도에 모습을 드러냈다.
‘동행’의 설립위원으로 40명의 의원들이 이름을 올렸으며 창립 세미나에는 박희태 대표, 김형오 국회의장, 이상득 의원, 정몽준·송광호·박순자 최고위원, 안상수·정의화·김충환·권영세·이종구·이춘식·정태근 의원, 김효재 대표비서실장 등 50여 명의 현역의원들이 참석, 당 주류측이 총출동했다.
강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외국 속담에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면서 “지금이야말로 동행을 해야 한다. 힘을 합치지 않고 싸우기만 하다가는 정권을 또 빼앗기게 된다. 2~3년은 대통령이 일을 하게 단합해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재단법인 동행은 정치결사체가 아니라 정책발전소”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설립위원으로 40명의 의원들이 참여한데다 창립 행사에 참석한 의원들의 면면은 ‘동행’이 그가 ‘여의도 정치’를 펼치는데 구심점이 되어 줄 것이라는 관측으로 이어지고 있다.
‘홍반장’ 홍준표 원내대표도 “지금 이명박 대통령하고 가장 가까운 사람은 홍준표”라며 차기주자를 고르는 권력게임에 한 발을 들이밀었다.
5월 원내대표 임기 만료를 앞두고 MB법안 처리에 몰두하고 있는 홍 원내대표는 직권상정을 망설이고 있는 김형오 국회의장을 겨냥, “혼란을 종식시키고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푸는 길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칼날”이라며 “그 칼날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리에 급급해 이미지 관리하지 말라“며 ”한 밤에 분칠을 하고 선글라스를 끼고 다녀본들 알아주는 사람은 없다. 자기 환상과 자기도취에 젖어 나라의 어려움은 도외시하고 자리에만 급급하고 연연하며 이미지 관리만 하려는 태도는 선출직 공직자로서 옳은 태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홍 원내대표는 MB법안 처리 후 원내대표 연임, 서울시장 출마, 장관행 등 수많은 ‘자리’에 거론되고 있다.
디딤돌 딛고 더 높이
지난 대선 한나라당 경선에 출마하기도 했던 원희룡 의원은 원내대표 출마로 큰 꿈에 한발 더 다가갈 준비를 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다음 서울시장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서울시장의 권한과 책임이 막중한데다 대권으로 가는 지름길로 알려진 만큼 오 시장이 청계천 복원으로 서울시장에서 대통령으로 가속 페달을 밟았던 MB처럼 치적을 쌓아 서울시장 이후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뉴타운 논란’으로 친이계와 법정공방을 벌이며 사이가 벌어지면서 차기 서울시장 선거 준비에 제동이 걸렸다. 친이계 일각에서 오 시장에게 서울시장 공천을 줘서는 안된다는 말까지 나온 것. 때문에 친박계와 자주 만나고 있다는 말이나 청와대와의 물밑관계를 돈독하게 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이 정가를 떠돌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아직 대선과 경기도지사 재선 사이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차기주자 지지율은 상승세다.
김 지사는 그동안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정치계획에 대해 “생각한 적도 없다. 그럴 때도 아니며 지금은 도시사직에만 충실한다는 생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도정 추진에 모든 활동의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지난해 모두 48차례 외부 강연에 참여하는 한편 각종 현안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의견을 피력하며 몸값을 높여왔다.
또한 최근 “차기 대선에 도전할 것인지 지사직 재선에 도전할 것인지 아직까지 결심하지 못했다”고 한층 진일보한 답변을 내놓았다.
김 지사는 “나이가 들어 소심하고 생각이 많아져서 그런지 아직 마음의 정리가 안 된다”면서도 “도지사로 일해 보니 지방자치에 자치는 없고 중앙정부의 간섭이 너무 심하더라. 중앙정치가 바뀌어야 지방도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여운을 남겼다.
또한 이인제, 손학규 등 전임 지사들이 잇따라 대선에 도전했다 실패한 것을 염두에 둔 듯 “경기도지사는 대선으로 가는 길에 날개이면서 동시에 십자가다”라고 말했다. 결심을 굳히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경기도지사의 (대선 도전) 고질병이 도졌다며 희화화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해서 탈당을 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재오 전 의원은 ‘당분간’이라는 전제조건으로 MB정부의 외곽 수비를 맡았다. 지난 18대 총선 후 떠났던 유학을 정리하고 3월 초 귀국한다. 귀국 후에는 정책 비전 등을 담아 ‘나의 꿈, 조국의 꿈’(가제)이라는 책을 쓰면서 한국미래 연구에 몰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그는 “정치인이기 때문에 정치와 완전히 거리를 둔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 “연구를 마무리해야 하니 당분간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언제든 정치일선에 복귀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정두언 의원은 MB와의 회동으로 권력사유화 파문으로 추락했던 ‘복심’의 자신감을 회복했다. 정 의원은 “나는 사실 대통령에 대한 애정이나 기대, 이 정부에 대한 열정은 우리나라에서 누구보다 내가 제일 세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16일 그가 주최한 정당개혁 토론회에는 서먹했던 이상득 의원을 비롯해 김형오 국회의장, 정몽준 최고위원과 정의화·안상수·심재철·진수희 의원 등 친이계 의원 40여 명이 참석하며 세를 과시했다.
정 의원은 이상득 의원과의 관계에 대해 “개인적인 앙금은 있을 수 없고, 내가 이 의원을 좋아했다. 지금도 좋아하고 있고, 훌륭한 분”이라고 말했다. 또 ‘만사형통’ 등 이 의원에 대한 비판론에 대해 “본인도 그런 비판을 많이 의식하고 있고, 본인은 억울해한다”며 “나하고 수시로 대화 하니까 대변해서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이 의원을 감싸면서 그들의 ‘친분’도 드러냈다.
장미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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