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리스트는 친박 죽이기? 그럼 장자연 리스트는? | | | 2009년 03월 23일 (월) 00:54:39 | 고하승 시민일보 편집국장 | |
| | 요즘 세간의 화젯거리는 단연 '박연차리스트'와 '장자연리스트'다.
그런데 박연차리스트는 소위 조중동을 비롯한 족벌언론의 주요 화젯거리인 반면, 장자연리스트는 네트즌들에게 있어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으뜸 뉴스가 되고 있다.
반대로 조.중.동에서는 장자연리스트가 그저 가십거리 정도로 취급되고 있으며, 네티즌들에게 박연차리스트는 ‘그 밥에 그 나물’정도로 인식되고 있을 뿐이다.
그러면 ‘박연차리스트’란 무엇인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금품을 건넨 정관계 인사 70여명의 명단이라고 한다. 여야의 국회의원, 심지어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거명된 리스트라는 것.
그럼, ‘장자연 리스트’는 또 무엇인가.
고 장자연 씨가 소속사 대표의 강요에 못 이겨 술 접대와 성 상납을 한 인사 10여명의 리스트라고 한다. 물론 방송계와 기업계 인사뿐만 아니라 유력언론사 대표까지 거명된 리스트다.
이처럼 똑같이‘리스트’라고 이름 붙여졌지만 그 실체는 엄연히 다르다.
하지만 사실 공식적으로‘박연차 리스트’라는 건 없다. 그저 박연차 회장이 검찰 앞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거나, 혹은 금품 수수 정황이 잡힌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일 뿐이다.
반면 ‘장자연 리스트’는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다. KBS가 입수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고 장자연 씨의 필적과 동일하다고 잠정결론 내린 문건이다. 물론 실명과 직책 등이 확실하게 기재돼 있다.
그런데 언론은 정 반대다. 각 언론을 보면 ‘박연차리스트’는 있는데, ‘장자연리스트’는 없다. 실제 22일자 조.중.동의 대문 기사는 모두 ‘박연차리스트’다. 반면 ‘장자연리스트’는 눈씻고 찾아 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거나, 아니면 한 귀퉁이에 초라하게 단신 뉴스 정도로 취급되고 있을 뿐이다.
이들 리스트를 대하는 검찰의 태도도 다르다.
‘박연차리스트’는 검찰이 열심히 뒤지지만, ‘장자연리스트’는 아예 무관심이다. 사실 이들 리스트 모두 유력인사들이 불법적으로 상납을 받았다는 점에서 다를 바 없다. 다만 하나는 ‘돈’으로, 또 하나는 ‘몸’으로 상납을 받았다는 점만 다를 뿐 본질적으로 먹이사슬구조에서 기득권에 위치한 사람들이 권력을 무기로 상납을 받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왜 수사기관과 친이 족벌언론은 이들을 서로 다르게 취급할까?
우선 대통령의 뜻이 그렇기 때문이다. 여의도 정치에 부정적인 이명박 대통령이 '박연차 리스트'와 관련해 차제에 뿌리 뽑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다는 보도도 나오는 판이다. 물론 이 대통령은 장자연리스트에 대해서는 그런 의지를 보이거나 그 절반의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대체 왜 그럴까?
어쩌면 이 대통령은 박연차리스트를 정적 제거의 호기로 삼으려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실제 언론에 의해 보도된 ‘박연차 리스트’엔 박근혜계 인사와 친노 인사들이 주로 거명되고 있는 반면, 친이 측 인사는 겨우 추부길 씨 한 명만 거명되고 있다. 물론 여당의 주류 인사는 쏙 빠져있다. 그래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반면 장자연리스트에 올라있는 인사들은 대부분 친이 세력이다.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언론사의 대표와 그와 가까운 기업 총수까지 거론되고 있다. 어쩌면 조중동 등 족벌 언론들이 기를 쓰고 박연차리스트만 부각시키는 것은 껄끄러운 장자연리스트를 수면 아래로 감춰두려는 속셈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네티즌들의 입을 어떻게 틀어막을 것인가.
각 주요 사이트에는 지금 ‘장자연리스트’라는 게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필자가 최근 쓴 칼럼, 이른바 ‘장자연법’을 만들자는 취지의 글은 아고라에서 베스트에 올라 1만 여명 이상이 봤고, 다른 네티즌이 다시 올려 두 번이나 베스트에 오를 만큼 관심도가 높았다. <시민일보> 자유게시판에서도 무려 1000명 가까운 독자가 읽었고, 추천수만 해도 100개가 넘었다. 이게 민심이다. 이런 민심을 과연 조중동이 의도적으로 부각시키는 ‘박연차리스트’로 막아 낼 수 있을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