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를 붙여가며 에둘러 표현하고, 민감한 핵심을 비켜서는 언변술은 과히 언어의 연금술사 답다.
어디서 특별히 배운것이 아니라 말한마디로 생명줄이 왔다갔다하는 직업이다 보니 본능적으로
익힌 실전기술인 것이다. 탄탄대로를 걸어오다가도, 쓸데없는 말한마디 책잡혀서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진 선배 동료들을 보며 익힌 학습효과인 것이다.
'돈조심' ‘입조심’은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얘기지만 특히 정치인이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정치적 언변술의 틀을 깬 사람 중의 하나가 바로 박근혜이다.
그의 정치적 중량감에 비해, 박근혜가 사용하는 표현은 지극히 가볍고 경쾌한 쪽이다.
박근혜 어록을 보면 ‘단순하고 명쾌하다’는 한마디로 축약된다.
정치적 수사가 거의 없고, 핵심을 찌르는 몇 마디의 말로 의미를 전달한다.
오히려 기자들이 나름 세련되게 표현하기 위해, 군더더기를 덧붙이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박근혜의 짧은 몇마디 말보다, 기사의 사족이 더 길어지는 것이다.
소위 ‘꿈보다 해몽’인 경우가 많다.
게다가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의 기복이 없고 찬찬하게 이야기를 하니, 발언의 강도나 표현의 수위를
놓고 기자들도 설왕설래하기도 한다. 박근혜의 발언을 놓고, 사람들이 자기입맛에 맞게 다양한 해석
을 하는 것도 이런 ‘박근혜식 대화’와 무관하지 않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의견이라 할지라도 끝까지
들어주며, 고개를 끄떡여주는 매너도 잊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이 ‘리액션’에 오해하고 오버하는
사람들이 가끔 삽질을 한다는 것이다.
조용조용 얘기해도 표현의 강도는 숨어있는 법이다.
문구 전체는 평범해도 예사롭지 않은 ‘단어‘에서 찾아보면 된다.
예를 들어 ‘오만의 극치’나 ‘참 나쁜 대통령’은 박근혜식 표현중 상당히 강도가 쎈 것이다.
이번에 박근혜가 얘기한 ‘정치의 수치’라는 표현도 그에 뒤떨어지지 않는 강경표현으로 보면 된다.
수치(羞恥)는 우리식으로 풀면 단순히 ‘부끄러움’인데, 한문으로 풀이해보면 ‘당당하거나 떳떳하지
못하여 느끼는 부끄러움’ 이라 한다.
한자 한자 새겨서 의미를 보면, 정말 심하게 꾸짓는 표현이다.
2~3년전쯤 박근혜가 ‘수치’란 표현을 꼭 한번 썼던적이 있다.
노무현 정부 말기에 청와대가 정부의 모든 기자실을 하나로 통폐합하고, 기자와 공무원과의 대화
창구도 막았던 적이 있었다. 5년 내내 언론과의 전쟁을 벌이다 임기말에 무리수를 두는 바람에
국제적 뉴스감이 되었었다.
그때 박근혜가 무슨 비상시국도 아니고 이건 ‘한마디로 나라의 수치’라고 강도높게 비판한 적이
있었다. 결국 청와대가 한발짝 뒤로 물러섰는데 사실은 거의 원상회복되었었다.
이번 박근혜의 ‘정치의 수치’란 발언도 박근혜 어록에 당당히 올라 갈만한 표현이다.
이 한마디로 경합이라던 경주에서 정수성이 쐐기를 박는 계기가 될것이고, 형님과 MB에게 강한
경고가 될것이다. 당장 친박중진들의 박연차 연루설을 흘리던 검찰이, 브리핑실도 닫고 입도
닫아버렸다. ‘수치’의 위력이다.
공자가 길을 가는데 대로중앙에서 똥을 싸고 있는 아이를 만났다.
제자들이 인상을 찌푸리는데 공자는 말없이 지나쳤다.
잠시후 길 가장자리에서 오줌을 싸고있는 아이를 또 만났다.
공자가 그아이를 꾸짖었다.
제자들이 묻길.. ‘어째서 똥싼넘은 지나치고 오줌싸는 넘을 꾸짓습니까?’
공자왈~
‘대로중앙서 똥싸는 넘은 ‘수치’를 모르는 넘이니 말귀도 못알아 먹어 소용이 없다.
길 가장자리에 오줌싸는 넘은 그래도 ‘수치’를 아는 넘이니 꾸짓어준 것이다.‘
MB어록에도 ‘수치’란 단어가 있을까?
빙고 !!!~~ ..... 한번 있다.
보좌관 김머시기를 해외도피 시키고 위증을 강요했다가 의원직을 상실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내 인생 최고 수치스런 사건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적어도 ‘수치’를 아니, 아직 희망은 있겠다.
이번 박근혜의 발언은 바로 ........
공자가 오줌싼 넘을 꾸짖은 것과 다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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