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판 짠다. | |
작성자 : Ice Princess | 2009-05-08 |
호떡집에 불났나? 박근혜가 한마디 하자 어김없이 난리가 나버렸어. 대부분 언론은 한나라당과 박근혜와의 역학관계, 혹은 이명박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한나라당이 어떻게 될 건지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어. 왜 박근혜가 김무성의 원내대표 추대를 반대했는지에 대한 심층 분석은 거의 없었지. 원칙이 아니다란 말은 당연한 말이기는 하지만 모든 것을 다 말해 주지는 않아. 과연 박근혜의 심중에 있는 생각은 무엇일까? 박근혜와 김무성의 관계는? 또 앞으로 친박 진영은 누가 이끌어 갈까? 김무성은 누가 뭐래도 친박 좌장이었어. 그러던 것이 어느 순간부터 김무성의 정치를 하고픈 욕심이 생겼지. 김영삼이 김무성을 질책하면서 야심을 일깨워줬다는 설도 있는데 어쨌든 김무성은 친박의 좌장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 모양이야. 포스트 박근혜가 아니라 지금의 김무성이 더 중요해 졌던거지. 그런 마음 때문에 김무성과 박근혜 사이가 소원해 졌을거야. 그런 증거들은 다양하게 제시할 수 있는데 단적으로 이번 일을 들여다보면 이상한 점이 눈에 띄지. 왜 김무성은 스스로 원내대표를 거부하지 않았을까? 아니 왜 박근혜에게 물어보지도 못했을까? 김무성이 노라고 한마디 하면 깨끗이 끝날 일이었는데 김무성은 할 말이 없다고 하고 박근혜가 나서서 정리를 하고 말았어. 원래대로 하자면 김무성이 박근혜에게 의중을 물어보고 박근혜가 아니라고 하면 김무성이 나서서 안한다고 하는 게 정상일거야. 그런데 김무성은 박근혜와 연락을 못했다고 했지. 미국에 가서 못했을까? 아니야. 언젠가부터 박근혜와 소통을 못했던 거야. 그렇기 때문에 김무성조차 박근혜의 마음을 읽지 못해 초조하게 기다렸겠지. 박근혜가 노라고 하자 김무성은 할 말을 잃었어. 그러니 친이들의 혼란이야 말할 수 없었겠지. 김무성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고 판세를 들여다보면 오히려 친이 쪽에서 김무성을 믿었던 것 같아. 김무성을 보면서 어쩔 수 없이 강재섭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지. 강재섭인들 좋아서 박근혜를 배신했겠어? 그래서 김무성과 허태열의 박연차 리스트 제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지. 이명박이나 친이 입장에서는 김무성과 박근혜 사이를 이간할 좋은 기회였지. 친박이 김무성을 믿지 못했던 것만큼이나 친이 쪽에서는 김무성을 믿었단 말이지. 김무성 정도면 박근혜를 엮을 수 있겠다는 기대는 박근혜의 한마디로 산산조각이 나버렸어. 친이의 패닉은 그런 이유 때문이지. 김무성도 안 되면 더 이상 박근혜를 어찌해 볼 도리가 없으니까. 그 와중에도 그럼 박근혜가 다음 재보선과 지방선거에도 안나서는거냐는 근심과 걱정이 난무하고 있지. 그러게 왜 박근혜를 건드려. 자신도 없으면서. 내가 언젠가 김무성을 조용필에 비유하면서 잘해 주면 안되겠니?란 말로 맺은 적이 있었지. 그때부터 김무성의 위상은 이미 없었던 거야. 좌장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더 이상 말할 수는 없었지만 그런 흐름이 있었던 것만큼은 분명한 일이지. 그런 관계였기 때문에 박근혜는 미련 없이 김무성을 쳐버렸어. 명분은 원칙이고 원내대표 경선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명박과 아울러 김무성에 대한 불신을 깔고 있지. 그렇지 않다면 김무성의 입장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거부는 어려웠겠지. 적어도 김무성과의 관계가 원활했다면 노라고 말하기 전에 김무성에게 입장 정리를 할 시간적 여유는 줬을거란 얘기지. 그런데 박근혜는 김무성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칼에 베어 버렸어. 이걸로 김무성의 좌장 이미지는 치명타를 맞았지. 이런 이미지 추락은 박희태와 이재오의 회동이 보도됨으로써 음모의 냄새까지 풍기자 더욱 가속되었지. 이재오가 김무성을 수락했다면 이건 뭔가 있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니까. 김무성을 이용한 이재오 당선 시나리오는 어느새 설득력을 갖춰갔지. 김무성으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어. 물론 김무성의 잘못도 있어. 일을 단순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박근혜까지 나서게 만들었으니까. 그게 박근혜 입장에서는 얼마나 부담스러운 건지 잘 알면서 좌장으로서의 역할을 망각했던 거지. 욕심이지. 그걸로 김무성의 위상은 전 좌장이 되고 말았어. 한편 박근혜는 강공을 펼치면서 친이 진영을 거의 패닉 상태로 몰아갔지. 그건 아마 정수성 당선효과라고 봐야 될거야. 자신감을 얻었지. 따라서 미국에서도 독자 행보에 힘이 들어가 있어. 박근혜에게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자신감의 표출이었는데 여기에는 새로운 판짜기에 대한 확신 같은 게 있었던 모양이야. 다들 의아하게 생각하는 게 아마 그러면 앞으로 김무성의 자리를 누가 대신할 것이냐는 거겠지. 박근혜는 이미 여기에 대한 답을 내놨어. 박근혜는 미국행에 8명의 의원을 대동했어. 그러자 언론들은 일제히 세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달았지. 그런데 세를 과시하는 건 박근혜 스타일이 아니야. 박근혜는 일부러 자기 과시를 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렇다면 언론의 세 과시 운운은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은 거지. 그러고도 언론이라고 할 수 있나? 박근혜의 원칙에 대해서는 일견 그럴듯한 해석을 다는 언론도 있지만 박근혜의 행보 쪽으로 가면 전혀 문외한로 돌변하고 말지. 박근혜가 8명의 의원들을 대동한 것과 김무성 추대를 반대한 것 사이에는 일정한 함수관계가 있어. 어떤 언론도 이것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고 눈치조차 채지 못했지. 그러나 명단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뭔가 짚이는 게 있지. 박근혜가 새판을 짜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거야. 지금까지 부산과 경남, 소위 PK는 김무성과 허태열이 주축이었어. 두 사람이 친박을 대표하고 있었지. 그런데 박근혜는 이번 방미에 이들을 동행하지 않았어. 물론 다른 이유로 동행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지만 5박7일 동안 박근혜 옆에서 박근혜와 큰 구상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는 걸 생각하면 이번 방미 수행자 명단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봐야지. 안홍준---재선. 51년생. 마산 을. 유재중---초선. 56년생. 부산 수영. 이진복---초선. 57년생. 부산동래. 박근혜는 이들 세 사람을 대동했는데 이들이 아마도 새롭게 부상하는 PK대표라고 봐도 무방할거야. 특징은 50년대생 초재선으로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이라는 사실이지. 이계진---재선. 46년생. 강원도 원주. 이학재---초선. 64년생. 인천. 서상기---재선. 46년생. 대구북구 을. 이들 세 사람은 각 지역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데 역시 초재선이야. 서상기는 홍사덕의 대구 경북을 대신했다고 봐야지. 이번 정수성 당선에도 서상기의 공이 상당하다는 걸 감안한다면 앞으로 서상기와 정수성의 협력체제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 이정현---초선. 58년생. 비례대표. 유정복---재선. 57년생. 김포. 두 사람은 두말할 필요 없는 박근혜 보좌진들이지. 따라서 이번 방미에 이들을 대동한 것은 앞으로 판세를 주도할 인물들과의 교감을 넓히고 이들에게 정치적 안목을 넓혀 주려는 박근혜의 배려라고 볼 수 있을거야. 다시 말하면 정치 연수라고 보면 되겠지. 이들 외에도 구상찬과 진영이 있는데 이들은 좌우 날개, 즉 기동대로 보면 될거야. 이렇게 보면 김무성, 허태열, 홍사덕, 서청원등의 맹장들은 2선으로 물러나고 신진 세력들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중이라고 볼 수 있겠지. 그랬다고 노장들이 사라지는 건 아닐거고 나름대로의 역할을 하겠지. 박근혜의 용병술은 한번 쓴 사람은 배신하기 전에는 버리지 않는 스타일이니까. 선봉만 바뀐거야. 지난 경선에서 활약했던 인물들은 중군으로 나머지는 후위로 빠졌다고 보는 거지. 이런 구도가 새롭게 짜여졌기 때문에 박근혜는 김무성 카드를 베는 데 별로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었어. 아마 박근혜는 미국행을 수행한 8명의 의원들과 김무성 문제를 숙의했을 거야. 언론이 박근혜가 심사숙고해서 답을 내놓았다고 했기 때문에 당연히 논의가 있었다고 봐야지. 김무성 문제를 김무성과 의논하지 않고 이들과 의논했다면 과연 김무성의 존재는 뭐냐는 거야. 여기서도 김무성과 박근혜 관계의 일단을 엿볼 수 있지. 어쨌든 김무성의 행보가 어려워졌어. 그래서 나는 김무성에게 미끼를 물지 말고 태도를 빨리 명확히 하라고 재촉했던 거야. 지난번 내 글은 좀 다급한 마음으로 써내려 갔던 게 사실이니까. 그만큼 상황이 급박했었지. 이런 결과는 김무성의 앞날에도 결코 도움이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김무성과 친박 전체를 위해서는 김무성의 결단이 가장 쉽고 빠른 길이었지. 결국 김무성은 눈치를 보다가 시간을 놓치고 말았어. 정치는 타이밍이라는 걸 생각할 때 아쉬운 부분이지. 친이, 특히 청와대에서는 분당하자는 말이냐는 소리까지 나왔지. 박근혜의 한마디는 이들에게는 가히 청천벽력이었던 모양이야. 부글부글 끓어도 어찌 할 수 없는 게 지금의 이명박이고 한나라당이지. 선거를 치를 능력이 없으니 어쩔거야. 박근혜 역시 일전을 불사할 태세지. 그러나 이런 일촉즉발의 상황은 그리 오래 가지는 않을거야. 아직은 갈라설 때가 아니니까. 친이들의 우려대로 지방선거까지 박근혜가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뭔 사단이 나겠지. 그러나 지방선거에서 박근혜가 침묵하지는 않는다고 봐야지. 그랬다고 지금같이 친이가 독식하는 공천을 두고 보지도 않을 거야. 뭔가 다른 행보가 나온다고 봐야지. 공은 또다시 친이 쪽으로 넘어갔어. 박근혜는 원칙이고 친이는 변칙이라는 구도이기 때문에 변칙이 원칙을 견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야. 변칙이 바뀌어야지. 그런데 변칙을 바꾼다고 또 다른 변칙으로 일관한다면 그때는 정말 끝나는 거지. 이명박이나 친이의 고민이 여기에 있어. 원칙으로 돌아가면 결국 박근혜를 만나게 되니까. 선거 패배는 변칙의 산물이었는데 김무성이라는 변칙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으니 망하는거야. 이런 변칙들은 원칙 한마디에 힘을 쓰지 못하지. 그래서 박근혜가 무서운거야. 어떤 변칙이 난무해도 원칙 한마디면 모두 파해할 수 있으니까. 박근혜는 체제를 정비하기 시작했어. 지금은 친박의 틀을 다시 짜고 있지만 이 틀이 완성되면 정국의 틀을 다시 짜겠지. 미국행은 박근혜의 정국 주도 행보의 첫걸음이라고 봐야지. 그래서 박근혜의 어법에 거침이 없어. 이명박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지. 그러자 이명박이나 친이들의 변칙 플레이가 고스란히 드러났어. 친이측의 행보가 어려워졌지. 이제 어떡할거야. 김무성 카드를 끝까지 밀고 갈까? 과연 김무성이 독자 행보를 명분으로 원내대표에 출마할까? 그래서 친박은 반대표를 던지고 친이들이 밀어서 당선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이런 일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런 상상이 가능한 자체로 친이측의 작전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만큼은 사실이었어. 미끼일망정 뭔가를 내놓았으니까. 얼마나 아까웠겠어? 그래도 그걸 내 놓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김무성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지. 그러나 김무성 입장에서는 박근혜가 반대한 이상 끌고 갈 동력을 잃었지. 좌장이란 명분이 이젠 발목을 잡는거야. 좌장이 친이측 의도대로 따라준다면 곧바로 배신이란 단어가 따라 다닐테니까. 치명적이지. 그래서 친이도 김무성도 발이 묶였어. 그랬다고 박근혜에게로 복귀도 어려워졌지. 난감한 상황이야. 곧 터키로 출국할 모양이니 일단 머리도 식히고 언론의 눈을 피할 일이야. 어려워 진건 박근혜의 새판짜기에 김무성의 자리가 없다는 거지. 애석한 일이야. 원칙이란 때로는 답답하고 느리기도 하지만 그것을 지키는 것은 결정적인 잘못을 저지를 확률이 적다는 점이지. 박근혜는 준비가 끝났어. 원칙대로 한발 한발 나가는 중이지. 앞으로도 생소하고 참신한 새로운 인물들이 나타나겠지. 이미 한 시대는 끝났어. 박근혜의 미국행은 새로운 시대의 서막인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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