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전통적 기반인 대구경북 지역 민심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세종시로 역차별로 인한 난기류가 형성되더니 이동관 홍보수석의 막말 파문으로 민심 이반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대구, 경북 지역은 현재 미래 성장 동력으로 첨단의료복합단지를 비롯해, 경제자유구역과 혁신도시, 국가산업단지 조성 등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었지만 세종시 수정안이 나오면서 이들 사업이 당장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들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기업유치가 최대 관건이지만, 정부가 세종시 입주기업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줘 대구, 경북으로 오려던 기업들이 세종시로 발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구, 경북지역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산업용지가 없어서 기업유치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세종시 불똥이 튀면서 이제는 오히려 산업용지가 남아도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더구나 대구, 경북지역에서는 그동안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에도 적극적이었는데, 이것마저 세종시로 갈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구, 경북지역은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게 됐다.
이른바 '세종시 역차별론'이 TK에 불고 있는 것이다.
조홍석 헌법학회장은 대구경북지역 민심이 세종시 수정안 반대 여론이 높고 이 대통령 지지율이 낮은 것에 대해 "대구경북출신 대통령에 대한 큰 기대가 실망으로 나타났다"며 "대구경북의 경제는 최하에 머무르고 있으며, 감히 희망이 없는 지역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진단했다.
조 회장은 이어 "그나마 지역민이 기대를 걸었던 첨단의료복합단지사업도 반쪽이 되고 말았고, 인구도 매년 상대적으로 더 많이 감소하고 있다"며 "다른 지역보다 특혜를 기대하지는 않지만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뒤떨어지지 않은 지역을 만들기 위해서 국가가 더 많은 노력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상황에 청와대 이동관 홍보수석이 대구경북을 지칭해 막말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경북일보는 지난 1일 “지난달 28일 이 수석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TK(대구·경북) X들, 정말 문제 많다. 이건 기사로 써도 좋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구·경북 언론에 대해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수석은 “대구·경북지역이 역차별 운운하며 다른 지역보다 (이 대통령의 정책에) 더 반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이 대통령이 대구·경북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 데 그렇게 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는 것이다.
이 수석은 또 “첨단의료복합단지 같은 경우도 이 대통령이 챙겨주지 않았으면 선정되지 못했을 프로젝트”라며 “그런데도 고향인 대구·경북에서 (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2일 “이동관씨 혼자 그런 생각인지 다른 사람이 또 있는지 걱정이다. 스스로 신분을 망각한 것”이라며 “이런 사람들은 빨리 대통령 주변에서 물러나주는 게 맞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 수석의 신분이 “(국민의) 머슴”이라고 전제하고, “국민이 주인이고 국민 중에는 TK(대구·경북)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 번 선거에서 TK가 지원해서 당선된 것인데 주인을 욕하고 덤벼들면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같은당 서상기 의원도 "본인도 부인하고 있기는 한데, 어쨌든간에 이런 일들이 있었다는 것 자체는 정말 대통령께 누가 될 수 밖에 없다"며 "또 당사자인 대구경북 지역 주민들이 불쾌하게 생각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험한 TK 정서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또 "사실 홍보수석은 대통령의 입 아니냐. 그래서 다른 어느 누구보다도 좀 언행에 신중해야하는데,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은 유감스럽다"며 "더더구나 그 내용을 보면 대구경북 지역에 뭘 주었는데 하는 이런 이야기 같은 것은 그건 정말 해서는 안 될 이야기"라며 타지역의 반발을 초래한 첨단의료복합단지 특혜 발언을 질타하기도 했다.
TK, 한나라당 영향력보다 박근혜 영향력 더 강해
'세종시 TK역차별'과 'MB가신 이동관 수석 막말'이 직접적인 요인이지만 그 기저에는 '박근혜 영향권'하에 있는 TK민심이 반영된 것이다.
보수의 핵심인 대구경북 지역이 한나라당 아성이지만 지금은 MB와 친이의 한나라당보다는 오히려 '박근혜 영향력'이 더 강하다. TK 이해관계와 일치하는 세종시 수정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TK에 뿌리를 둔 차기 대권주자 1순위이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1월 <폴리-모노 여론조사> 결과,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세종시 문제에 대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입장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54.8%,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18.0%로 드러나 동의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당시 충청권을 포함한 평균수치는 동의 57.8%, 동의안함 33.0%인 것과 비교해도 TK의 격차가 더 크다.
또한 2월19일자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대구경북권에서 박근혜 지지도는 54.4%로 평균 지지율 35.4%보다 무려 20%P가량 높다.
또 매일신문과 대구KBS가 공동으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5일~28일 대구경북 지역민 2천여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박 전 대표의 정치 활동에 대해 대구시민은 ‘잘 하고 있다’ 67.2%, ‘잘 못하고 있다’ 28.0%로 평가했다. 경북도민들은 ‘잘 하고 있다’ 67.5%, ‘잘 못하고 있다’ 24.1%로 평가했다.
이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민심 이탈이 박 전 대표에게 쏠리고 있는 것이다.
세종시에 대해서도 대구시민은 '원안 찬성' 49.3%, ‘수정안 찬성’ 38.7%로 원안 지지가 월등히 높았고, 경북도민은 ‘원안 찬성’ 39.3%, ‘수정안 찬성’ 38.1%로 역시 원안 지지가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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