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 운동권 논리`가 득세하던 노무현 정부 시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는데 기여했습니다. `탄핵 역풍`이 몰아닥친 2004년 총선 때 그가 없었다면 열린우리당은 개헌가능 의석을 얻었을지 모릅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압승을 이끌어 좌파정권 종식의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변화를 바라는 다수 국민의 열망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뒤의 행보는 달랐습니다. 박 전 대표는 광우병 시위, 미디어법 처리, 용산 방화사건, 세종시 문제 등 민감한 이슈 때마다 현 정부는 물론 우파 주류세력과 다른 목소리를 냈습니다. 때로 나타나는 독선적 이미지와, 과거 노사모를 연상시키는 일부 열성 지지자들의 `팬클럽 정치`에 대한 거부감을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여러 측면에서 박 전 대표와 대조적입니다. 가난한 시골 출신인 김 지사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으로 투옥과 제적된 경험이 있고 대학 입학 24년 만에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한때 좌파 노동운동의 대부로 꼽히던 그는 소련의 몰락 등을 보면서 젊은 시절 동경했던 사회주의의 미망(迷妄)에서 깨어났고 3선 의원을 거쳐 지방행정을 맡고 있습니다.
김 지사는 장애인 등 진정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중시하면서도 광우병 사태, 미디어법, 기업규제, 쌍용자동차 사건, 세종시 문제 같은 현안에서 분명한 목소리로 국가 및 기업경쟁력 제고, 법치와 시장경제 원리를 강조했습니다. 최근 김 지사에 관심을 보이는 국민 가운데는 박 전 대표의 행보에 비판적인 우파 지식인이나 기업인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보다 대중적 지지도는 많이 떨어집니다.
두 사람은 모두 1970년에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현 여권에 합류한 시점도 비슷합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면서도 전통적 지지층이 아닌 국민으로 지지의 외연을 넓히려는 박 전 대표와, 한때 품었던 좌파 이념이 그릇된 것이었음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새로운 소신에 따라 행동하는 김 지사. 극적인 반전을 보인 두 사람의 길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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