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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규씨는 잘 아시다시피 저축은행 로비스트로서 유명하지 않습니까.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만나서 저축은행 로비에 관한 이야길 나눴는가 안 나눴는가를 검찰에서 밝혀내야 한다, 왜냐하면 박태규씨가 관계되어 있는 삼화저축은행에 이미 박근혜 전 위원장의 동생 되는 박지만-서양희 부부가 관계되어있단 말이에요.”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지난 23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발언한 내용이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박지원-박근혜 ‘진실 공방’이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와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만났는지가 1차적인 공방 내용이다. 박근혜 전 위원장 쪽에서는 “만난 일이 없다”면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태고, 박지원 원내대표는 “참으로 흥미진진한 일이 벌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어 저를 더욱 기쁘게 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위원장 쪽에서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거꾸로 박지원 원내대표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번 사건의 1차 관전 포인트는 로비스트 박태규씨가 실제로 박근혜 전 위원장을 만났는지, 만났다면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가 관심의 대상이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CBS노컷뉴스

박근혜 전 위원장은 “만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둘이 만남을 가졌다는 주장은 <나는 꼼수다>의 최근 방송은 물론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전해진 바 있다. 두 사람의 만남을 입증할 녹취록도 갖고 있다는 게 박지원 원내대표와 보도한 언론 입장이다.

이번 사건은 결국 법정 공방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이는데 박지원 원내대표의 칼날은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아킬레스건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부분이다. 박근혜-박태규 회동 의혹이 쟁점으로 부각되면서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친동생 박지만씨의 저축은행 로비 의혹이 관심의 초점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박지만씨의 저축은행 로비 연루 의혹은 바로 1년 전인 2011년 6월 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사안이다. 삼화저축은행 신삼길 명예회장을 둘러싼 전방위 로비 의혹은 부산저축은행 사태보다도 강도가 센 메가톤급 사건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주목할 부분은 박지만씨가 신삼길 회장과 각별한 관계였다는 게 알려지면서 메가톤급 로비의혹은 박지만씨, 나아가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과도 무관치 않은 사안이 돼 버렸다.

두 사람은 무슨 관계였을까. 중앙일보는 2011년 6월8일자 사설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박지만씨는 18년간 집권한 박정희 대통령의 아들이자 차기 여론조사 압도적 1위를 달리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남동생이다. 그래서 그는 교우관계를 비롯한 몸가짐에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 많은 이가 이권이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접근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박씨가 구속된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과 각별한 친구 관계임이 드러나 국민의 비상한 눈길을 받고 있다. 두 사람은 비슷한 나이로 수년 전부터 교유했다. 신씨가 연행되기 수시간 전에도 같이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박씨의 부인 서향희 변호사는 영업정지 전까지 삼화저축은행의 고문 변호사를 지냈다.”

보수언론이 박지만씨 저축은행 로비 연루 의혹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사안의 휘발성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도 2011년 6월 7일 <박근혜 전 대표, 동생 부부 의혹 공격적으로 규명해야>라는 사설을 내보낼 정도로 적극적인 해명을 요구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박지만씨가 신삼길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친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고, 뒤이어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은 “본인이 확실히 밝혔으니 그걸로 끝난 거죠”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이러한 주장은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를 차단하는 ‘시그널’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초점이 됐다.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이러한 인식은 언론, 특히 보수언론에게도 비판을 받았다.

한겨레 2011년 6월 8일자 4면.

조선일보 2011년 6월 9일자 사설.

조선일보는 6월 9일자 <박지만씨건, 국민이 끝났다 해야 끝나는 것>이라는 사설에서 “박지만씨와 신삼길씨가 친분을 유지해온 게 7~8년 됐다는 말이다. 이런 정황을 감안할 때 신씨가 자기 회사는 문을 닫고 자신은 철창신세를 지게 될 최악의 상황을 눈앞에 두고 박씨에게 아무런 부탁을 하지 않았을까라고 의문을 갖는 사람이 결코 야당 의원들만은 아니다. 박씨는 여당의 가장 유력한 다음 대통령 후보의 동생이다. 본인이 조용히 있으려 해도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가만두지 않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국민들이 소상히 알아야 할 사안들에 대해서까지 이렇게 한두 마디 단정짓는듯한 말투를 던지는 걸로 일이 다 마무리된 것처럼 하는 건 앞으로 대선 과정에서 큰 시빗거리로 번져갈 수도 있다는 걸 유념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기막힌 점은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말 한마디 이후박지만 의혹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당시 경고한 것처럼 해당 사안은 대선 과정에서 큰 시빗거리가 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그런 점에서 박지원 원내대표가 최근 박근혜-박태규 회동설을 쟁점화 하는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인 박지만-신삼길 의혹의 재점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쪽에서는 민감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친박근혜계로 분류되는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를 겨냥해 “원구성에 골몰하고 또 민생문제에 어떤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이런 모습이 원내대표가 해야 될 일이라고 저는 보고 있다. 이런 문제는 도외시하고 지금 민생보다는 정쟁하는 예전의 모습을 다시 재연하는 모습에 저는 실망감을 금치 못하고 있다. 특히 이런 문제에 대해서 흥미진진한 일이 벌어지겠다, 이러한 표현을 해서 허위사실유포문제와 관련되는 것을 정치 희화화하는 모습에 대단히 저는 결코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