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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깊어지는 문재인

‘고민’ 깊어지는 문재인

ㆍ이해찬 이겨도 담합 꼬리표
ㆍ패하면 정치적 타격 불가피

요즘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은 통 입을 열지 않는다.

19대 의정활동을 위해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 거주지를 마련하느라 바쁘다지만, ‘함구’의 본질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민주당 지역경선 구도가 ‘문재인·김두관 대리전’으로 굳어지는 추세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한 측근은 29일 “전당대회가 당 대표를 뽑는 무대가 아니냐. 대리전이라는 건 왜곡된 상황”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런 빌미는 문 상임고문이 제공했다. 이 후보가 지난달 말 ‘이해찬 당대표·박지원 원내대표 역할분담’ 구상을 밝히자 당내에서 “담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문 상임고문은 자신의 트위터에 “담합이 아니라 단합”이라며 지지했다. ‘이·박 담합’에 ‘문재인 대권 후보’라는 해석이 따라붙게 됐다. 그러자 초선 당선자 21명의 반대 성명이 나오는 등 당내 논란은 더욱 커졌다.

그 결과 지역 순회 경선에서 겉으로는 ‘이해찬-김한길 후보’의 양강 구도가 구성됐지만, 물밑에는 ‘문(재인) 대 반문 연대’ 흐름까지 생겨났다. 예비 대권 주자들이 자신의 강세지역에서 이해찬 후보를 견제하거나, 경쟁자인 김한길 후보를 지지하는 형국이다.

광주·전남에서는 정세균·정동영·손학규 상임고문 측 사람들이 대거 김한길 후보를 지원했다고 한다. 제주에서도 정동영 상임고문과 가까운 강창일 의원, 손학규 상임고문과 가까운 김우남 의원이 김 후보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세종·충북에서도 손학규 상임고문 쪽은 김 후보를 밀었다는 후문이 있다.

지역경선에서 드러난 표심도 ‘친노’의 총선 패배를 질책하고 있다. 친노가 19대 총선에서 후보 선정과 전략 선택을 잘못해 선거를 망쳤다는 것이다. 이것이 그의 고민을 깊게 한다.

‘이·박 담합’의 역풍이 거세지면서 ‘이해찬 대세론’은 흔들렸고, 불똥은 문 상임고문에게까지 튀고 있다. 실제 이해찬 후보는 초반 김한길 후보와 엎치락뒤치락했지만, 26일 창원에서 열린 경남 경선 이후 연전 연패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 후보 고향인 충남과 문재인 상임고문 고향인 부산에서만 이긴 것이다. 특히 친노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영남의 4곳에서도 3대 1로 졌다. 김두관 지사의 페이스에 밀리고 있는 정황이 역력하다.

문제는 전대가 끝나도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대표’ 체제가 들어서더라도 “당내 대주주 간 담합의 결과”라는 비판이 제기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또 ‘친노 대 비노’로 갈려 당내 세력 분열이 심해질 수도 있다.

이 후보가 대표가 안된다면, 문 상임고문으로서는 19대 총선 ‘낙동강 벨트’ 패전에 이어 또 다른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30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리는 문 상임고문의 포럼 ‘상생’ 발기인 대회가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를 지지하기 위한 포럼의 1차 발기인 100여명에는 이학영·김경협·도종환 의원과 현기영 작가,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 최현섭 전 강원대 총장 등이 포함됐다. 이사장은 한완상 전 부총리가, 연구위원장은 당초 내정됐던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 대신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맡았다.

이 포럼이 그의 고민을 덜어줄 발판이 될지 주목된다.

<구혜영 기자 koo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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