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28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고도 집값을 잡지 못했다. 집값 급등의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은 채 다주택자를 적폐로 규정하며 이들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부동산 정치’를 펼친 결과다. 징벌적 세금을 매기고 규제 강도를 높였지만, 지난해 수도권 주택가격은 평균 18.61%(KB국민은행) 올랐다. 2006년(20.34%)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그런 전 정권의 실책을 바로 잡을 적임자라는 기대를 받았다. ‘대장동 1타강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부동산 이슈를 열심히 파헤쳤고, 이것이 주목을 받으면서 더욱 기대감을 키웠다. 원 장관은 취임사에서 “이념을 앞세운 정책으로는 주거 안정을 이룰 수 없다. 정책은 철저히 실용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 장관은 지난 23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과연 정치가 아닌 정책을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을까. 시장의 기대감을 높인 것과 달리 막상 눈에 보이는 정책은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여기 저기서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에선 유튜브 활동을 열심히 하는 원 장관을 두고 ‘자기 정치’에 더 신경쓰는 것 아니냐는 쓴소리도 나온다.
첫 부동산 정책으로 내놓은 8·16 공급대책이 대표적인 예다. 원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1기 신도시 특별법’까지 언급하며 바로 변화가 있을 것처럼 기대감을 키웠지만,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 정립 시기를 2024년으로 언급해 파장을 일으켰다. 대통령실이 ‘1기 신도시 재정비에 속도를 내겠다’고 진화에 직접 나섰음에도 해당 지역민의 반발은 끊이지 않는 중이다. 결국 원 장관이 “’직을 걸고’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치적인 공약이 강조된 것에 비해 실제 정책은 미흡했던 셈이다.
‘원희룡TV’ 유튜브 운영도 논란거리다. 원 장관은 소통방식의 하나라고 하지만, 확정되지 않은 정책을 언급하며 주목을 받으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택시대란 문제다. 원 장관은 ‘심야 택시대란!! 이렇게 해결하겠습니다!’라는 동영상에서 정책 추진 방향을 소개했지만, 사실 택시 문제에는 국토부보다는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더 크다. 택시 요금제 변경, 개인택시 부제 해제 등 관련 사안이 모두 지자체의 권한 아래 있다. 역시 정책보다는 정치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민이 기대하는 건 18만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브에서 친절하게 재건축의 요건을 설명하는 장관이 아니다. 공약 남발하듯 속 빈 정책을 열거하는 장관도 아니다. ‘거래절벽’을 해결하고, ‘내 집 마련’을 가능하게 해주기를 원한다. ‘부동산 정치를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원 장관은 이제 구체적인 정책을 빠르게 내놓아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정책을 발표하는 것은 정치를 정책으로 포장하는 것일 뿐임을 국민은 다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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