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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사각 준주거지역 때문에 드리워진 '검은 그림자'

규제사각 준주거지역 때문에 드리워진 '검은 그림자'

발행일 2022-06-27 제12면

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

경기도 내 일부 신축 주상복합 건물들이 준주거지역이라는 이유로 높이 제한 '특수'를 누려 인근 주민들이 일조권 침해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의왕시 엘센트로 2단지 후문 인근에 들어서는 신축 주상복합건물 공사를 반대하며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 2022.6.26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일부 신축 주상복합 건물들이 준주거지역이라는 이유로 높이 제한 '특수'를 누려 인근 주민들이 일조권 침해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26일 수원시 장안구 북수원패션아울렛 건물 외벽에는 재건축심의 통과를 자축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2003년 개점 이후 애물단지 처지였던 상가 건물을 허물고 주상복합 오피스텔을 신축하는 재건축사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아울렛 바로 뒤편에 위치한 수원 한일타운 121동 한쪽 벽면에는 '일조권 침해'를 주장하는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주민 최모(77)씨는 "저쪽 건물(아울렛)이 32층으로 높아지면 햇빛도 안 들어오고 공원도 다 가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타운 입주민들은 4층 상가를 32층까지 높이는데 입주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입주민 비상대책위원회는 "주상복합 오피스텔은 건물 간 이격 거리나 높이 제한이 아파트와 다르게 적용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주상복합 오피스텔은 건축법에 따른 일조권 검토 대상이 아니다. 아파트나 빌라처럼 전용주거지역이 아닌 준주거지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주상복합 오피스텔 재건축 급물살

인근 주민들, 일조권 침해 등 호소

고층 늘어나는데 보상기준 불분명

경기도 내 일부 신축 주상복합 건물들이 일조권 검토 대상이 아닌 준주거지역이라는 이유로 높이 제한 '특수'를 누려 인근 주민들이 일조권 침해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의왕시 엘센트로 2단지 후문 인근 신축 주상복합건물 공사 현장 모습. 2022.6.26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같은 날 의왕시 엘센트로 2단지 후문 인근에도 '주변에겐 검은 그림자 사업자에겐 햇볕정책'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골목길 하나 건너 신축 건물 공사가 한창인데, 7층 높이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었던 땅에 28층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이 역시 자연녹지지역이었던 건물 부지가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된 덕이었다.

코앞의 상가가 7층에서 28층으로 높아지자 다수의 세대가 햇빛에 가려질 처지에 놓였다. 주민 이모씨는 "입주할 때는 분명 7층이라더니 갑자기 28층으로 계획을 바꿨고 의견을 듣는 과정도 전혀 없었다. 입주민을 기만하는 태도"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준주거지역 개발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해 1월 정부는 역세권 준주거지역 용적률을 기존 400~500%에서 최대 700%로 완화했고, 8월에는 건축법 개정으로 집합건물 재건축 허가 요건을 조합원 동의율 100%에서 80%로 완화해 개발 훈풍이 불기도 했다.

주민 피해가 예상되지만 건설사 측은 법적 절차에 따라 피해를 검토하고 적절한 보상체계를 마련하겠다는 입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전문가는 일조량 피해가 명확하지 않으면 사실상 법적 구제를 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차율의 고형석 변호사는 "통상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피해를 보전받을 수는 있지만, 일조권 침해 기준이 엄격해 전문적인 감정평가가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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