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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전망대] 양날의 칼 '재개발·재건축'

​​​​​​​ [경제전망대] 양날의 칼 '재개발·재건축'

발행일 2022-04-14 제18면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2015년 이후 재개발 구역지정 제로'. 작년 서울시가 '신속하고 신중한 재개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제시한 숫자다. 과거 박원순 서울시장과 현 문재인 정부에서 재생과 복원을 중심으로 흘렀던 정비사업 추진의 상징적인 결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문정부 부동산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위축에 따른 공급불안 요소가 자리한다. 문정부는 2017년 5월 집권 이후 공급은 충분하다는 인식에 따라 투기(혹은 투자)수요가 유입되는 정비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에 나섰다. 대표적인 규제가 안전진단 통과 절차 강화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민간택지분양가상한제 등이다. 또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조합원 분양권 전매 제한 및 재당첨 제한, 임대주택 공급 의무비율 강화 등도 동시다발적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수요자는 서울 등 도심 주택 공급 희소성 이슈를 주목하며 '똘똘한 집 한 채' 현상으로 진화했다. 어떤 마켓이든 '똘똘한 의미의 상품'은 항상 부족하다는 인식이 자리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 현상에 따라 서울 강남처럼 희소성이 큰(대체불가) 지역에서 가격이 급등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즉 차기 정부도 작금의 '똘똘한 집 한 채' 현상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향후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 시키기 어렵다는 의미다.

2015년이후 서울 재개발 지정 '제로'

공급량 확대 위해 '규제 완화' 필수

곧 집권할 윤석열 정부는 다른 인식 위에 정책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윤정부는 서울 등 도심에서의 주택공급이 부족하다고 인정하며 대통령 후보시절에 임기 내 250만호 공급 계획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여기서 도심 공급 확대의 주요 키워드도 역시나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활성화에 있다. 문제는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 확대는 양날의 칼처럼 또 다른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에 추진됐던 뉴타운(재정비촉진지구)은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직전까지 서울 강북지역의 지분(토지)가격 급등에 일조했고, 일부 뉴타운 사업은 최종 마무리된 이후에도 원주민 재정착률이 절반 이하에 불과했다. 초기 청사진과 실제 결과는 달랐다는 의미다. 특히 입주권을 얻기 위한 지분쪼개기 현상이 횡행해 1~3차 뉴타운 26곳 중 사업이 정상적으로 완료된 곳이 손에 꼽힐 정도다. 결과적으로 과거 박원순 서울시장 시절에는 사업성이 떨어지는 재개발 사업장을 정리하느라 조합원의 매몰비용(기존에 투입된 비용)에 대한 보상 이슈가 사회문제가 됐다.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의 성패는 사업 주체인 조합원들의 추진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적정 수준의 동의율(3분의 2)을 확보해도 구역지정에서 사업완료(준공)까지 평균적으로 10년가량의 시간이 소요되는 장기 사업이어서 걸림돌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합과 시공사는 기대만큼의 적정수익이 확보되지 않으면 정부가 아무리 사업 추진을 독려한다고 해도 조합장 해임이나 구역해제, 공사비 갈등, 분양 및 준공 지연 등과 같은 문제들이 이어진다. 이에 문정부도 뒤늦게 공공주도의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2·4공급대책에서 조합원에게 10~30%p의 추가수익을 제시한바 있다.

차기정부 조합원 적정이익 보장과

수익환수 사이에서 황금률 찾아야

투기수요 유입되지 않도록 차단도

종합하면 윤정부에서 추진될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는 서울처럼 택지가 부족한 공간에서(혹은 좋은 위치를 이미 선점한 집들 사이에서)의 공급량 확대를 위해서는 필수적 요소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가치 상승 기대감이 높아질 경우 외부 투자수요가 유입되고, 이는 감정평가(종전자산평가) 이전부터 지분가치에 대한 프리미엄을 상승시켜 조합원 간 분배 갈등을 유발한다. 종국에는 수요자가 체감하는 일반분양가가 높아져 주변 시세를 더 끌어올리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차기 정부는 조합원의 적정 이익 보장과 과도한 수익에 따른 환수제 사이에서 황금률(적정 비율)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제도 중 하나인 임대주택 비율 조정, 기부채납 및 지역사회 환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조합원 입주권 거래제한 등의 다양한 수단을 통해 차익 목적의 투기수요가 유입되지 않도록 조기 차단에 나설 필요가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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