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朴 3인, 경선불참 밝힐 듯… 박근혜 "경선, 올림픽만큼 중요한 거 아닌가요"
非朴3인이 불참해도 어쩔 수 없다는게 기본 입장
경선 일정 - "정해진 시간내 선출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이고 예의"
완전국민경선제 - "비당원들이 후보 뽑는 격… 정당정치 기본 훼손시켜 금권선거 가능성도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2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이 다 달라서 현행 당헌·당규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당 지도부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 "현행 룰대로 8월 20일 직전에 경선을 하면 런던올림픽(7월 27일~8월 12일)과 맞물려 국민 관심이 떨어진다"며 경선 연기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올림픽이 중요한 국가행사인 건 맞지만 공당(公黨)에서 당 대선후보를 뽑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행사 아닌가요"라고 말했다고 당 고위관계자는 전했다. 또 비박 측이 요구하는 완전국민경선제로 경선을 치렀다가 투표자 동원을 하느라 금권(金權)선거 의혹이 터질 경우, 대선에 결정적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의원 등은 경선 불참에 대한 공식 입장을 이르면 25일 중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24일 "현행 룰과 일정대로 대선후보 경선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박근혜 전 대표의 뜻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황우여 대표는 이날 "경선 룰을 어떻게 할지 그 어떤 안(案)도 만들어진 게 없는 상황"이라며 "변경이 되지 않았으니까, 그냥 현행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새누리 지도부는 25일 최고위를 열어 기존 일정과 방식대로 경선을 진행하는 방안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현행 당헌대로 대의원 20%, 당원 30%, 일반국민 30%, 여론조사 20%를 반영해, 8월 19일 경선투표를 실시한 뒤, 8월 20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예정이다.
◇박 전 대표 강수에 눌린 지도부
박 전 대표가 공개적으로 경선 룰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 4월 "경기의 룰에 선수가 맞추는 것이지 선수에게 룰을 맞추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한 게 전부다. 그러나 그는 그동안 지도부와 측근들에게 '경선 룰 변경'의 문제점을 비롯한 자신의 의견을 구체적으로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당 고위관계자와 친박계 중진들은 그동안 박 전 대표에게 몇차례 '타협안'을 조심스레 건의했으나, 모두 퇴짜를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측근은 "올림픽 기간을 고려해 연기하는 방안을 건의했다가, '그러면 당헌·당규를 고쳐야 하지 않느냐'는 (박 전 대표) 말만 들었다"고 했다. 박 전 대표는 "국민들이 대선후보의 정책이나 비전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도록 원래 정해진 시간 내 후보를 선출하는 게 국민들에 대한 도리이고, 예의"라면서 이같이 설명했다고 한다.
◇"비박 3인 중 1명만 참여해도 돼"
박 전 대표는 비박 주자들의 완전국민경선제 도입 주장에 대해 "정당정치의 기본 훼손"이란 표현도 사용했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국민들이 본선에서 우리 당 후보를 심판하게 돼 있는데, 경선에서 당원들하고 상관없이 당 후보를 뽑는 건 문제 아닌가요"라며 "그럼 정당이 왜 존재해야 하나요"라고 했다는 것이다.
또 당원과 국민의 참여 비율을 5대5로 정해놓은 현행 경선 룰보다 완전국민경선제를 "후진적(後進的)"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친박계 중진 인사는 "박 전 대표가 '과거 차떼기 당이란 말까지 들었던 우리 당이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했다가 돈 관련 사고가 하나라도 터지면 20~40대는 완전히 우리한테 등을 돌릴 것'이라고 걱정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최근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 등에서 잇따라 경선 부정 또는 잡음이 드러나 곤욕을 치른 마당에 새누리당까지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할 경우 대선국면에서 결정적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박 전 대표는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의원, 정몽준 전 대표 등 비박 3인의 경선 불참 '위협'에도 그다지 흔들리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핵심 측근은 "박 전 대표는 비박 3인이 현행 룰을 받아들이지 않고 경선에 불참해도 어쩔 수 없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비박 3인이 빠지고) 이미 출사표를 던진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과 안상수 전 인천시장에, 출마를 고민 중인 김태호 의원이 참여하면 오히려 더 미래지향적인 경선 모습이 될 수도 있다"는 말도 하고 있다.
김봉기 기자 knigh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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