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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업으로 나눔의 문화가 싹트고, 아름다운 소통이 시작

도시농업으로 나눔의 문화가 싹트고, 아름다운 소통이 시작
수원시 마을만들기 9, 제2의 고향으로 자리잡아가는 거버넌스의 실천 모델
2012년 06월 25일 (월) 김범수 기자 kim@suwon.com

▲ 삭막했던 고렴골이 마을만들기를 통해 인정넘치고 사람사는 마을로 변해가고 있다. 온화한 미소를 지닌 고렴골 회원들의 기념사진.
수원시 마을르네상스는 시민이 주도적으로 살고 있는 마을을 주민 스스로 문화와 예술, 건축과 환경 등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삶의 공간으로 새롭게 디자인하는 시민공동체 회복운동이다.

다가구주택과 원룸촌이 즐비하고 청년층이 밀집해 살고 있는 곳에서 마을공동체 회복을 위한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면, 과연 누가 믿을 수 있을까?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한 번쯤은 확인하고픈 마을이리라. 주변 공한지를 놔두고 옥상에서 먼저 도시농업을 한 마을.

도시농업을 매개체로 마을을 만들어가는 현장을 살펴보고 이들의 성공요인과 향후 지향하는 모습을 소개하고자 한다.

▲ 이재준 수원 제2부시장이 고렴골 옥상텃밭을 찾아 작물들을 돌아보고 회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참여와 협력의 거버넌스로 사람중심의 마을공동체를 회복

우리도 할 수 있어!! 먼저 우리 집 옥상부터 열면 되지 뭐!

수원시 권선구 곡선동은 수원 동남부에 위치하며, 화성시와 경계를 이루는 지역으로 대단위 아파트단지인 권선동 지역과 다가구주택과 원룸형 임대주택 700여동이 집중 건립된 곡반정동을 행정구역으로 하는 지역이다.

31,000여 명의 주민 중 약 60% 이상이 20~30대의 젊은 층으로 내 집보다는 전*월세로 거주하고, 삼성전자 등 주변 기업체에 근무하는 청년층의 비율이 타 지역보다 월등히 높아 주민간의 왕래 및 상호교감이 비교적 적은 지역으로 마을 일은 없고 내 일만 중요한 지역이었다.

산세가 수려하고 단풍이 짙게 들어 고렴(高染)골로 불리던 지역에 90년 중반 택지 개발이 추진되며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다세대주택이 건립됐다.

이후 자연의 풍광은 사라지고 ‘고렴골’이라는 옛 지명만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었다. 특히 고렴골은 원룸형 임대주택이 집중적으로 건립되며, 이웃과의 교감은 물론 지역에 대한 애향심도 사라져 건물주조차도 삭막하고 정이 없다는 이유로 타 지역으로 이주를 고려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수려한 자연의 풍광이 사라지며 정마저 메말라버린 이 지역을 변화시킨 것은 2011년 7월 공모사업을 시작한 수원시 마을르네상스 사업이었다.

고렴골로 이주해 온 지 5년이 채 안된 신성열 회장을 중심으로 몇몇 뜻있는 사람들이 마을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자구책을 찾던 중 마을르네상스 공모사업을 알게 되고 방치된 원룸주택의 옥상을 이용하여 도시농업을 하기로 결정한다.

고렴골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고렴골 마을만들기협의회(회장 신성열)를 구성하고 농촌진흥청 등을 수시로 방문해 옥상텃밭에 대한 교육을 받고, 옥상텃밭이 활성화된 지역을 견학다니며 참여한 7개 주택의 구조에 적합한 옥상텃밭 유형을 스스로 결정하고 상추, 고추, 배추, 야생화를 식재하기 시작하였다.

원룸 옥상을 활용해 도시농업을 한다는 소문에 반신반의하던 주민들 사이에 상추, 고추, 배추 등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먹거리가 생산되는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되면서 긍정적인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갔다.

올해는 옥상텃밭 재배 회원수가 23가구로 늘어났고, 현재도 회원으로 가입하려는 대기 가구도 30여 가구에 달하는 등 지역주민들의 참여의지가 매우 높아지고 있다.

‘옥상텃밭 조성사업’은 다가구주택이 여느 지역보다 많은 곡반정동의 특성을 살려 옥상의 유휴공간을 텃밭으로 조성하여 콘크리트로 뒤덮인 마을을 저탄소 녹색마을로 조성했다.

동시에 이웃 주민간 취미생활을 함께 공유하고 생산된 농작물을 수확하여 어려운 이웃을 위해 제공하는 등 나눔 문화 확산을 통한 마을공동체 회복을 위해 시작된 사업이었다.

이 사업을 추진한지 어느덧 1년이 되어가는 동안 마을의 변화되어 가는 모습은 왕래도 적고, 자기의 일 이외에는 무관심했던 주민들이 스스로 회원 가입을 원했고 매월 정기적인 만남의 시간을 통해 마을에 대한 공통의 관심사를 논의하고, 마을 소식을 전파하는 소통의 자리가 되어 열정적으로 녹색마을 조성을 위해 앞장서고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이웃간의 따뜻한 정이 되살아나고 있다.

옥상농원을 계획하고 기술자문을 받기 위해 수시로 방문한 농촌진흥청 원예특작과학원의 박사들은 현지 기술지도차 고렴골 옥상텃밭을 방문하여 신성열 회장의 옥상 모습에 깜짝 놀랐다.

이유는 본인들의 생각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옥상텃밭을 꾸미고 갖가지 야생화들이 함께 자라는 모습을 보고 옥상텃밭을 도시농업을 소개하는 카페에 올리고 싶다고 할 정도였다고 한다.

농촌진흥청의 전문가에게도 인정을 받은 고렴골 옥상텃밭은 지역주민들에게 상시 개방하여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 경로잔치를 열어 대접한 음식들은 지역 주민들이 옥상텃밭에서 길러낸 채소와 야채 등 신선하고 인체에 무해한 식재료가 사용됐다.
지난 해 11월 14일에는 옥상텃밭에서 수확한 야채와 판매한 수익금으로 곡반정동에 위치한 안룡경로당을 찾아가 음식을 대접하기도 하였다.

제육볶음과 싱싱한 야채로 준비한 음식상을 보며 어르신들은 생일상을 받는 것 같다며 즐거워 하셨고, 음식을 함께 나누며 마을만들기가 추구하는 소통의 의미를 깊이 깨달을 수 있었다고 한다.

곡반정동 토박이가 대다수인 어르신들은 경로당이 생긴 이래 음식을 장만하여 찾아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런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지역주민들은 지속적인 방문을 위하여 오늘도 옥상텃밭에 있는 채소와 야생화를 친자식 돌보듯 돌보고 있다.

도시화로 인한 녹지의 감소는 대기오염, 열섬현상 등 많은 도시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옥상텃밭 조성사업’은 지역주민들이 함께 모이고 대화하는 소통의 녹색마을을 조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안전한 먹거리를 직접 생산하여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나눔으로 삭막했던 지역을 휴먼 빌리지로 변화하는데 주춧돌이 되었다.

또한 대기정화, 마을 옥상경관 개선, 안전한 먹거리 공급, 옥상이 이웃간의 새로운 소통공간으로 활용되면서 일석 4조의 효과를 거두어 수원시 마을만들기의 또 하나의 성공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 유명해진 고렴골 마을만들기 옥상텃밭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행궁동 주민들이 이곳을 찾았다.
처음에는 일부 뜻있는 주민들의 작은 관심으로 시작한 ‘옥상텃밭 조성사업’이 ‘나비효과’가 되어 수원시 전역으로 전파되기를 기대하며, 외부에서 견학 온 분들을 늘 반갑게 맞이하며 그간 축적된 경험을 아낌없이 전달하겠다는 신성열 회장과 회원들이 의지가 사뭇 강하게 전달되어 온다.

유휴토지에서 사랑을 키워 나눔 실천

곡선동 불우이웃의 풍요로운 식탁을 우리의 땀으로 만든다!

▲ 올해부터 시작된 곡반정동 사랑의 텃밭 가꾸기. 이를 주관하는 새마을문고회, 새마을부녀회 회원들은 고렴골 옥상텃밭의 성공사례가 동기가 됐다고 한다.
고렴골 옥상텃밭의 성공 사례를 보며 곡선동 새마을지도자협의회원 15명을 주축으로 새마을문고회, 새마을부녀회 등 새마을단체가 합심하여 관내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금년 초부터 ‘곡반정동 사랑의 텃밭 가꾸기’를 새롭게 시작하여 각종 채소를 재배하기 시작하였다.

나대지로 방치되어 각종 건축폐기물과 생활쓰레기가 무단투기 되던 곡반정동 521-3번지 등 4필지 965.7㎡를 무상으로 임대받아 각종 쓰레기를 수거하고, 거름을 주고 밭고랑을 만드는 등 텃밭의 모양새를 갖추고 마을 주민들과 함께 오이, 고추, 파, 옥수수 등 각종 농작물을 식재하였다.

봄가뭄이 오랜 기간 지속되며 이재호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은 매일 순번을 정하여 농작물에 물주기와 잡초를 제거하는 등 지극정성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알찬 결실을 목전에 두고 있다.

8월 이후에는 김장용 무와 배추 등의 채소를 재배하여 새마을부녀회에 기부하여 어려운 이웃을 위한 김장용 김치 재료로 사용할 계획이다.

기존의 나대지로 관리가 되지 않은 토지를 사랑의 텃밭으로 사용함으로 쓰레기의 무분별한 투기행위를 억제하고, 채소를 재배하여 저탄소를 생활화 하는 동시에 수확한 농산물을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함으로 따뜻하고 주민이 함께 소통하는 마을을 조성하는 계기를 확충해 나가고 있다.

▲ 사랑의 텃밭에서 각종 작물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옥상에서 바라본 곡반정동의 사랑의 텃밭.
마을르네상스사업으로 추진한 ‘곡반정동 사랑의 텃밭 가꾸기’ 사업을 2013년도에는 더 많은 유휴 토지를 확보하여 새마을단체원들 뿐만 아니라 많은 주민이 참여하는 사업으로 전개, 도시농업을 통하여 소통을 확대하고 나눔 문화가 자리매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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