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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주자 리더십 손학규 1위·안희정 2위

대권주자 리더십 손학규 1위·안희정 2위

경향신문|윤호우 선임기자
입력 15.09.19.

 

 

<주간경향>, 전문가 5인 통해 점수 분석… 김무성 3위·박원순 4위·유승민 5위

2017년 대통령 선거의 주자 경쟁이 일찌감치 불붙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을 둘러싼 공방에서 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가 각을 세우면서 대선주자 간 경쟁구도는 첨예화됐다. 대권주자 지지도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사위와 부친 등 가족사에 얽힌 의혹, 오픈 프라이머리 내분 등으로 불안한 1위 자리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선주자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간경향>은 대선주자 10인(김무성 대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문재인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나다 순)의 리더십을 분석했다. 최근 정치에 대해 날카로운 분석을 하고 있는 관련 전문가 5인이 대선주자 10인의 리더십 성적을 매겼다. <주간경향>은 한국 정치에서 대선주자가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을 열 가지로 분류한 후 전문가들로부터 각 덕목당 점수를 받았다. 리더십 분석에 참여한 5인의 전문가는 신율 명지대 교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 황태순 정치평론가다. <주간경향>은 이들이 평가한 기초자료를 통해 대권주자 10인의 리더십이 가진 장점과 약점을 분석했다.

권력의지·시대정신 등 열 가지 항목<주간경향>이 대권주자 리더십의 중요 항목으로 본 열 가지 덕목은 권력의지, 시대정신, 도덕성, 비전 제시, 추진력, 인사능력, 민주적 정책 결정, 커뮤니케이션(소통), 위기관리, 갈등조정(사회통합)이었다. 5명의 전문가는 각 덕목당 0~10에 이르는 점수로 대권주자를 평가했다. 이 점수를 합산한 결과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대권주자는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였다. 손 전 대표는 총점 500점에서 379점을 받았다. 열 가지 덕목에서 33~42점(만점 50점)에 이르는 점수를 골고루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권력의지’나 ‘시대정신’ ‘도덕성’에서 40점대의 높은 평가를 이끌어냈다. ‘위기관리’라든지 ‘갈등조정’ 같은 덕목에서 다른 대권주자들이 낮은 점수를 받은 데 비해 손 전 대표는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난해 7월 재·보궐선거에서 떨어진 뒤 정계 은퇴를 선언한 손 전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체제가 흔들릴 때마다 구원투수감으로 지목됐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비노 측은 노골적으로 정치무대에 복귀하라고 손짓하고 있다. 그의 리더십에 대한 전문가들의 높은 평가는 이 같은 손짓을 더욱 바쁘게 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손 전 대표에 이어 총점에서 두 번째로 높은 평가를 받은 대권주자는 안희정 충남도지사로 342점이었다. 이번 리더십 분석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결과다. 안 지사 역시 손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10가지 덕목에서 비교적 고른 점수를 받았다.

리더십 총평가에서 1·2위를 차지한 두 대권주자는 2017년 대선에 대한 뚜렷한 의지를 표명하지 않으면서 대권주자 레이스에서 사실상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 손 전 대표는 전남 강진에서 칩거 중이며, 안 지사는 충남도지사로서 직무를 수행하며 중앙정치 무대에는 거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평가에 참여한 윤희웅 여론분석센터장은 “김무성·문재인 대표나 안철수 전 대표처럼 중앙정치에서 두드러진 인물은 평가에서 마이너스 요인이 많지만 이들 두 정치인은 부정적으로 평가할 요인이 별로 없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권주자 지지도 1위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326점을 받아 3등을 차지했다. 대권주자 지지도에서 2위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317점으로 리더십 4등의 평가를 받았다. 리더십 5등은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308점을 받았다. 최근 대표직 재신임 논란으로 화제의 대상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다소 박한 점수인 295점을 받아 6등을 차지했다. 대선주자 지지율 여론조사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포함시킬 경우 1위를 차지했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함께 293점이라는 점수를 받았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82점이었고,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254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정치 현안마다 등장해 화제가 된 김무성·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다소 ‘엄격한’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대선주자 무대 뒤에 서 있는 손 전 대표와 안 지사가 비교적 후한 점수를 받은 것과 대비된다.

정치무대 활동 중인 인사는 박한 점수마찬가지로 중앙정치 무대 뒤의 대권주자는 각 리더십 덕목별로 고른 점수를 받은 반면, 무대 위의 대권주자들은 평가 덕목마다 점수가 엇갈렸다. 어떤 리더십 덕목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어떤 덕목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김무성 대표는 ‘권력의지’(43점)를 비롯해 ‘커뮤니케이션’ ‘인사능력’ ‘위기관리’에서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도덕성’과 ‘비전 제시’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최근 가족들에 얽힌 의혹과 그동안 당대표로서 뚜렷한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했다는 점이 감점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표는 ‘권력의지’(45점)와 ‘도덕성’에서만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을 뿐 나머지 덕목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았다. 특히 ‘갈등조정’이나 ‘위기관리’ 능력에서는 낮은 평가를 받았다. 최근 혁신위의 공천개혁안이 중앙위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졌고, 재신임 여부를 둘러싸고 친노와 비노 간 갈등이 격화된 것에 대한 차가운 반응이 반영됐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문 대표는 최근 일련의 사태에서 권력의지가 높은 것을 보여줬지만 결정과정에서 밀어붙이기만 했지 민주적이지 않았다”며 최근 행보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권력의지’에서만 41점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시대정신’과 ‘도덕성’은 30점대 초반의 점수를 받았다. 나머지 덕목에서는 다른 대권주자에 비해 아주 낮은 점수가 매겨졌다. 특히 ‘인사능력’과 ‘위기관리’ ‘갈등조정’은 매우 낮았다. 윤희웅 여론분석센터장은 “안 전 대표는 문 대표의 재신임 논란에서 정치적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지만 계파 정치인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덮어쓰게 됐다”면서 “이런 면들이 이번 리더십 분석에 많이 투영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는 친노와 비노 간 갈등의 주축이 되면서 리더십 평가에 대한 동반 하락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최근의 흐름은 정치인들에게 국민을 감동시키는 감성적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는데, 오히려 계파나 거창한 공약에 의존하는 정치공학적 리더십이 판을 치고 있다”면서 “계파 대결에서 이기면 단기적으로 득이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실이 된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권력의지’ 덕목에서 44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도덕성’ 덕목에서 26점이라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박 시장은 최근 불거진 아들 병역기피 의혹 때문에 도덕성에 흠집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기문 사무총장 높은 평가 못 받아유승민 전 원내대표 역시 지난 7월 초 박근혜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리더십 덕목별로 굴곡이 뚜렷했다. 국회 원내대표 연설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철학을 표방했던 유 원내대표는 ‘시대정신’에서 39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권력의지’와 ‘위기관리’ 덕목에서는 ‘7월 사퇴파동’에서 드러낸 개인적 역량의 한계를 반영하듯 박한 평가를 받았다.

‘무대 뒤 최고 지지율’의 대권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반기문 사무총장의 리더십 평가에서도 굴곡이 드러났다. 35점 이상의 높은 평가를 받은 리더십 덕목은 하나도 없었다. 리더십 덕목 중 ‘도덕성’과 ‘비전 제시’ ‘추진력’ ‘위기관리’ 점수가 비교적 낮았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시장 재직 시 논란을 불러일으킨 ‘무상급식 논쟁’이 리더십 평가의 기준이 된 것으로 보인다. ‘권력의지’나 ‘위기관리’ ‘인사능력’은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비전 제시’ ‘갈등조정’ 같은 리더십 영역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동일한 덕목에서 5인의 전문가마다 극과 극의 평가를 받은 대권주자가 있는 반면, 낮은 점수든 높은 점수든 5인의 전문가에게서 비슷한 점수를 받은 대권주자들이 있었다. 극과 극의 평가는 리더십 해석에 대한 여지가 남아 있음을 말해준다. 반대로 특정 덕목에서 전문가로부터 비슷한 점수를 받았다는 것은 그 평가가 매우 보편적이라는 점을 드러낸다.

5인의 전문가로부터 덕목마다 극과 극의 평가를 받은 대권주자는 문재인 대표다. ‘권력의지’ ‘도덕성’ 덕목에서는 높고 고른 점수를 받았지만 나머지 리더십 덕목에서는 칭찬과 혹평이 엇갈렸다. 문 대표 다음으로는 안철수 전 대표에게서 들쭉날쭉한 평가가 많았다. 안 전 대표는 ‘민주적 정책결정’ ‘커뮤니케이션’ ‘위기관리’ ‘갈등조정’에서 전문가별로 5점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그만큼 전문가마다 평가가 엇갈린다는 뜻이다.

김무성 대표는 ‘시대정신’ ‘도덕성’ ‘갈등조정’에서 평가가 엇갈렸고,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비전 제시’ ‘갈등조정’에서 굴곡이 심했다. 반기문 총장은 ‘시대정신’에 대한 리더십 평가에서 극과 극을 오갔다. 리더십 총점에서 1등을 차지한 손학규 전 대표는 전문가로부터 모두 고른 평가를 받았지만 ‘비전 제시’ 덕목에서는 전문가별로 점수차가 컸다. 2등을 차지한 안희정 지사는 ‘비전 제시’ ‘추진력’ ‘인사능력’ ‘커뮤니케이션’에서 전문가별 점수 차이가 많이 났다.

<주간경향>이 대권주자 10인의 리더십 평가를 위해 설정한 열 가지 덕목은 기존의 우리나라 정치지도자의 리더십 연구에서 제시된 항목들을 최근 정치적 상황에 맞게 틀로 맞춘 것이다. 열 가지 리더십 덕목 중 전문가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한 덕목은 서로 엇갈렸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권력의지’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평가했다. 황 평론가는 “우리나라 정치상황에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 위한 대권주자의 조건으로 ‘권력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대권주자 본인이 강력한 권력의지를 갖고 있어야 정치적 구심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황 평론가는 “대권주자가 권력의지에 대해 왔다갔다 하는 입장을 보인다면 어떤 국민이 그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면서 “권력의지가 있어야 강력한 추진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권력의지’ 덕목에서는 문재인 대표가 45점(만점 50점), 박원순 시장이 44점, 김무성 대표가 43점, 안철수 전 대표가 41점, 손학규 전 대표가 40점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24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대권주자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얻은 대권주자들이 대부분 ‘권력의지’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셈이다.

‘리더십 중요 덕목’ 전문가마다 달라일부 전문가들은 ‘권력의지’ 덕목을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대통령 리더십 분야를 연구해온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미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대권주자들은 비전 제시 능력은 부족한데 권력의지만 높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리더십 덕목 중 ‘권력의지’는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의 요건이며, 대통령에 당선된 후에는 권력의지가 권위주의적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면서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지적했다.

최진 연구소장은 가장 중요한 리더십 덕목으로 ‘위기관리’를 손꼽았다. 최 소장은 “최근 사회가 다변화되면서 돌발적인 사태가 벌어지는 불확실성의 시대가 됐다”면서 “대권주자들은 이런 위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리더십 덕목에서 비교적 낮게 평가됐던 ‘위기관리’는 최근 세월호 사고와 메르스 확산으로 우리나라 지도자에게 중요한 덕목으로 떠올랐다.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위기에다 늘 우리 사회에서 잠재적 위기로 분류되는 한반도 안보위기,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도 대권주자들이 갖춰야 할 숙제다.

위기관리 능력은 대권주자 자신에게 닥친 정치적 위기를 어떻게 돌파하느냐와 같은 개인적 능력과도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위기관리’ 덕목에서는 김무성 대표가 36점으로 가장 높았고, 손학규 전 대표가 35점, 안희정 지사가 33점으로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안철수 전 대표는 20점,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24점, 문재인 대표는 25점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상돈 교수는 ‘시대정신’의 덕목을 가장 높이 평가했다. 이 교수는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되려면 시대정신에 대한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대권주자의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밝혔다. 이번 리더십 분석에서 ‘시대정신’에 대한 평가는 손학규 전 대표가 40점으로 가장 높았고,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39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야권 주자 3인방(박원순·문재인·안철수)은 각각 35점, 29점, 31점으로 예상보다 낮았다. 김무성 대표는 28점, 오세훈 전 시장은 24점에 그쳤다.

2017년 대선에서 국민의 요구에 걸맞은 시대정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전문가의 답은 ‘사회 양극화 해소’에 맞춰졌다. 황태순 평론가는 “계층 간·노사 간 격차가 커지고 부의 대물림과 가난의 대물림이 이뤄지면서 사회 양극화 해소가 대선의 화두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여기에 대해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는 대권주자에게 유권자들의 표가 쏠릴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이상돈 교수 역시 “2017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박근혜 정부에서 더 심화된 사회갈등과 양극화를 치유하는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교수는 또 “양극화 해소와 더불어 악화된 국가재정의 건전성 회복이 시대정신으로 대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진 소장은 글로벌 리더십을 꼽았다. 최 소장은 “최근 박 대통령의 외교적 행보가 지지율 회복에 크게 도움이 됐듯이 남북통일과 외교·경제가 결합된 글로벌 리더십이 시대정신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