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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홍 문화산책]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로 가는 길

[장혜홍 문화산책]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로 가는 길

2016. 08. 11   15:34 입력

 

기사사진과 설명
장혜홍 
수원 행궁재갤러리 관장
섬유예술가

장혜홍
수원 행궁재갤러리 관장
섬유예술가

 

 


 

대학 시절 서양 미술사를 공부하면서 언젠가 꼭 가보리라 생각한 곳이 지중해다. 서양 사상의 헬레니즘으로 표현되는 그리스와 로마미술의 풍광과 그 색채를 꼭 확인하고 싶었다. 인간의 창작은 그가 사는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아 예술로 탄생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아드리아 해의 진주라 불리는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로 향했다. 아드리아 해는 지중해 북쪽의 이탈리아 반도와 발칸 반도 사이에 있는 바다다. 서쪽 해안은 이탈리아와 접하고 있고 동쪽 해안은 북쪽으로부터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몬테네그로, 알바니아와 접하고 있다. 이탈리아 측의 해안선은 단조로운 편이나 동쪽의 발칸 반도 측 해안선은 풍광이 아름다워 각종 휴양지가 산재해 유럽인도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다.

국가 간의 경계를 넘기 위해 평균 6시간씩 타야 하는 차 안에서 설렘을 가지고 기다린 것을 보답해주듯이, 아름다운 아드리아 해안선과 어우러진 산과 평지는 내내 마음속에 그렸던 그림처럼 펼쳐졌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목길을 가진 두브로브니크는 구시가지 전체가 웅장한 성벽으로 둘러싸인 곳으로, 16세기에 지어진 성벽의 견고함 속에는 군사 요새로서 그 유구하고 치열한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에메랄드빛 아드리아 해와 붉은색 지붕의 조화는 지중해에서 푸른색이 왜 그리 많이 사용됐는지 알게 했다. 작열하는 햇볕은 몸을 다 태울 듯이 뜨거웠지만, 그늘로 들어가면 갑자기 시원해져 돌로 집을 지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태양 빛을 흡수하는 어두운색보다는 반사하는 밝은색을 주로 생활에서 사용하고, 푸른색과 붉은색을 많이 사용한 그림과 공예품들은 밝고 맑은 경쾌한 색채로 표현됐다.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성벽 입구에는 1991년 내전으로 시가가 화염에 싸인 모습이 담긴 사진을 그대로 걸어놓고 그날을 잊지 않고 있었다. 두브로브니크는 내전으로 30%가 불탔을 때 유럽의 지식인들이 인간 띠를 하고 지킨 세계문화유산으로 시간이 멈춘 곳 같지만, 여전히 살아 숨쉬는 곳이다.

지형학적 특성으로 로마 제국과 비잔틴 제국을 거쳐 아드리아 해의 여왕이란 이름으로 불린 베네치아공화국의 지배를 받았고,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바다 동쪽은 새로 건국된 남슬라브족의 나라 유고슬라비아의 영토가 됐다가 2차 대전이 발발하면서 일부 지역이 이탈리아령이 됐다가 패전 후 반환됐다. 유고슬라비아가 해체된 후 다양한 분쟁을 통해 여러 나라로 나누어졌고, 바다 동쪽에서 가장 긴 해안선을 가진 국가가 크로아티아가 됐다.

마침 여름 축제 기간이라 화강암을 비추는 햇살이 빛나 대리석같이 보이는 플라차 중심거리는 각국에서 온 관광객으로 활기차고, 거리 양편 고풍스러운 건물에는 주민들이 살고 있었다. 분수가 아니라 수도꼭지가 달린 물탱크인 오노폴리안 분수 옆 미술관에서는 20세기 위대한 스페인 출신 화가 피카소의 작품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이 아름다운 도시가 다시는 혼란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마음속으로 빌며 석양이 지는 두브로브니크를 뒤로하고 떠났다.

 

kookbang.dema.mil.kr/kookbangWeb/view.do?parent_no=1&bbs_id=BBSMSTR_000000001129&ntt_writ_date=2016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