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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활성화 효과, 노동시장 개혁 미흡, 창조경제 기대

부동산 활성화 효과, 노동시장 개혁 미흡, 창조경제 기대

김상수 기자 , 박형준 기자 , 신무경 기자 , 이상훈기자 , 이샘물 기자 , 정세진 기자

 

 

입력 2015-07-27

[박근혜노믹스 ‘마지막 골든타임’]<上>성장 프레임을 복원하자 
기업인-경제전문가 50명 설문



“요즘 기업 하기 너무 힘들다.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안 좋은 것 같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다.”

10대 그룹의 한 임원급 간부가 최근 사석에서 한 말이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 한국 경제는 ‘눈에 보이는 충격’으로 휘청했지만 3, 4년 후 곧바로 일어섰다. 지금은 성장 동력 부재, 저성장, 대표 업종에서의 중국의 빠른 추격 등 ‘보이지 않는 충격’ 때문에 한국 경제가 만성적으로 시들어 가고 있다. 

해결책이 없을까.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은 50명의 기업 간부와 경제 전문가를 설문했고 추가로 20여 개 기업을 접촉해 박근혜 정부의 전반기 평가와 후반기 정책 제언에 대해 취재했다. 일부 기업인은 “설문 내용이 너무 민감하다”며 두세 개 질문에 대해 공란으로 남겼다. 중소기업인들은 상당수가 기업 이름을 공개하지 말 것을 부탁했다. 특별취재팀은 이 같은 요청을 모두 수용하면서 기업인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봤다. 


○ 문제는 ‘대외 환경’과 ‘정책 부재’

박근혜 정권의 전반기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매우 나빠졌다’(6%)와 ‘나빠졌다’(50%)는 응답이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매우 좋아졌다’고 답한 이는 아예 없고 ‘좋아졌다’는 응답도 6%에 불과했다. 

 

한국 경제 상황이 악화된 이유(복수 응답)에 대해선 ‘대외 환경 악화’(32.8%), ‘정부의 정책 부재’(29.3%), ‘대통령의 리더십 부족’(19.0%), ‘발목 잡는 국회’(13.8%) 순으로 답했다.

엔화와 유로화 동반 약세,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 등 대외 교역 여건이 악화된 데다 내수도 살아나지 않았다. 전수봉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현 정부는 강하게 창조경제와 구조 개혁을 추진했지만 세월호 사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등 손쓸 수 없는 악재가 너무 많이 터져 성과를 낼 수 없었다”고 진단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정책실장을 지냈던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현 정부의 정책은 구체성이 미흡하다”며 “예를 들어 경제 민주화를 하려면 근로자 소득 증대를 통한 내수시장 확대, 이를 위한 조세 구조 개편 등이 필요한데 그런 구체적 준비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 창조경제와 부동산 활성화는 성과

현 정부가 추진한 경제 정책 중 가장 성과가 좋았던 것(복수 응답)으로는 ‘부동산시장 활성화’(30.2%), ‘규제 개혁’(25.6%), ‘저소득층 복지 강화’(15.1%)를 주로 꼽았다. 

1년 전에 취임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 경제의 기(氣)를 살리겠다며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 같은 부동산 규제를 풀었다. 그러자 주택 거래 시장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거래 비수기인 5월에도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1만2244건으로 실거래가 조사가 시작된 2006년 이후 5월 기준으로 최대치를 나타냈다.

반면 성과가 낮았던 것으로는 ‘노동시장 개혁’(18.7%), ‘일자리 창출’(16.5%), ‘경제 민주화’(12.1%)를 많이 꼽았다. 현 정부가 노동, 공공, 금융, 교육 등 ‘4대 개혁’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정작 결과물이 없다는 점이 이 같은 평가를 내리게 한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의 창조경제 추진 의지에 대해선 비교적 높은 평가를 내렸다. ‘강력하게 추진해 초창기 성과를 보이고 있다’(14%)는 응답과 ‘강력하게 추진했지만 (초창기라) 아직 성과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46%)는 응답이 60%를 차지했다. 

설문에 응한 10대 그룹의 한 임원은 “2년 반 동안 정치적, 사회적으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창조경제만큼은 지속적으로 강조됐다.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한) 지방 벤처기업들이 앞으로 성과를 내면 일자리 창출도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성장 프레임과 규제 개혁 원해

투자와 고용을 늘려 경제성장을 이끌기 위한 조건(복수 응답)으로 ‘핵심 규제 철폐’(32%)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성장 프레임으로 집권 후반기 정책 짜기’(17%), ‘국회가 기업 친화적인 법안을 빨리 통과시키기’(11%), ‘정권이 바뀌어도 일관되게 정책 추진’(11%), ‘유연한 노동시장을 만들기 위한 노동 개혁’(10%) 순이었다. 

독특한 점은 ‘규제 개혁’의 경우 현 정부의 성공적인 경제 정책 중 두 번째로 꼽혔으면서 투자와 고용을 늘리기 위한 첫 번째 조건으로도 꼽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20대 그룹의 한 임원은 “현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규제 개혁을 단행해 상당한 성과를 보인 것은 맞다. 하지만 지금도 투자를 하려면 ‘시장성이 있는지’가 아니라 ‘규제는 뭐가 있는지’부터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24일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참여한 대기업의 총수 17명 등을 청와대로 초대했을 때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삼성동 한전 터를 개발하면 젊은 사람을 더 많이 채용할 수 있는데 규제에 막혀 있다”고 말했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경제는 심리적 측면이 큰데 현재 대기업의 투자 심리는 비과세 및 조세 감면 축소 움직임, 기업인 구속 등으로 많이 위축돼 있다. 집권 후반기를 ‘성장 프레임으로 짜겠다’는 신뢰를 시장에 심어 주고, 기업을 ‘성장 원동력’으로 간주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면 기업의 투자 심리는 분명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정부-국회 지원’ 日3.7 美3.5 韓2.2점 ▼

한미일 경제살리기 성적표는

아베노믹스-美양적완화 높은 평가… 최고지도자 리더십 “한국이 최저”


2012년 하반기 한국과 일본에 새로운 지도자가 뽑혔다. 미국에서도 대선을 거쳐 2기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했다. 세계적으로 경제가 침체에 빠진 상황이었기에 3국 지도자들은 모두 ‘경제 살리기’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올렸다. 현재 성적표는 어떨까. 

국내 기업인과 경제전문가 50명은 현 경제 상황에 대해 한국이 미일에 뒤지는 것으로 평가했다. 한국은 5점 만점에서 2.3점으로 미국(3.8점)과 일본(3.7점)보다 크게 낮았다. 한국은 최고지도자 리더십 부문부터 박한 평가를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은 2.6점으로 중간점에 머물렀고 미국은 3.8점, 일본은 3.3점이었다. 기업인과 전문가들은 특히 ‘한국 경제정책의 방향성은 분배인지 성장인지 헷갈린다’는 지적을 많이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012년 12월 총리 취임 직후부터 엔화를 시중에 풀어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면서 ‘아베노믹스’를 실시했다. 수출 대기업 실적이 크게 개선됐고 올해 들어서는 중소기업으로까지 실적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 장기간 양적 완화를 통해 경기를 끌어올린 오바마 행정부는 현재 금리 인상 시점을 조심스럽게 저울질하고 있다. 박근혜노믹스의 현장사령탑으로 1년 전에 취임한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41조 원의 경기부양 계획을 내놓으며 경제 살리기에 나섰지만 아직 현장에서는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축인 정부와 국회 지원에서도 한국은 2.2점으로 일본(3.7점)과 미국(3.5점)에 뒤진 것으로 평가됐다. 여야 간 정쟁으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의료법, 관광진흥법과 같은 각종 경제활성화법을 6개월 동안 한 건도 처리하지 못한 상황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를 살리기 위한 기업의 노력에 대해서는 3.2점으로 평가했다. 여기에는 주로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는 점도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 설문조사에 응한 기업인과 경제전문가


<대기업>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기아자동차, LG전자, 포스코, 에쓰오일,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현대중공업, SK네트웍스, 대우인터내셔널, LG화학, 삼성물산, 현대모비스, 현대오일뱅크, SK하이닉스, 롯데백화점, 현대제철의 임원(이상 2014년 매출 기준 상위 20개) <중소기업> 달성레미콘, 대명과학, 대양, 대현산업, 세평통상, 전광인쇄정보, 지엠티, 필룩스 등 20개사의 최고경영자(익명을 원하는 중소기업은 표기하지 않음) <경제전문가> 고준형 포스코경영연구원 동향분석센터장,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백흥기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정책실장,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연태훈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조정실장, 이수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쟁정책연구부장, 이재호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전수봉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

특별취재팀
팀장=김상수 산업부 차장
팀원=박형준 정세진 이샘물 신무경(이상 산업부) 이상훈 기자(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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