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 대통령의 분노, 국회 넘어 외교까지 흔들 텐가
동아일보
입력 2015-07-03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믹타(MIKTA) 국회의장단을 접견하는 자리에 정의화 국회의장이 불참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믹타는 2013년 우리나라의 주도로 결성된 한국 멕시코 인도네시아 터키 호주의 5개 중견국 협의체이고, 믹타 국회의장회의는 정 의장이 제안해 처음 서울에서 열린 것이다. 청와대는 당초 정 의장까지 참석하는 오찬을 검토했으나 박 대통령의 다른 일정 때문에 접견 형식으로 바꾸면서 정 의장을 제외했다고 밝혔다. “국회의장은 입법부 수장이어서 외국 국회의장이 대통령을 접견할 때는 참석하지 않는 것이 관례”라는 해명이지만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오찬을 접견으로 굳이 바꾸어 접견 관례를 적용한 것도 정 의장을 배제하기 위한 의도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정 의장이 촉 바른 소리를 많이 해 박 대통령의 눈 밖에 났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자 정 의장은 “대통령의 재의 요구를 헌법에 따라 본회의에 부쳐야 한다” “법 취지에 벗어난 행정입법은 당연히 국회에서 논의해 처리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작년 12월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는 당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준 핫라인으로 박 대통령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솔직히 직접 통화는 한 번도 되지 않았다”고 박 대통령의 불통을 공개적으로 꼬집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믹타 국회의장단 접견은 정치가 아니라 외교다. 나라끼리 합종연횡의 블록화가 심화하고 있는 국제무대에서 믹타라는 우군의 국회의장단을 만나는데 굳이 정 의장을 빼는 것은 국익을 중시하는 외교라 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국가원수 자격으로 접견하는 자리에 입법부 수장 불참 관례 운운하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설사 박 대통령이 정 의장에게 서운한 감정을 가졌다 해도 이런 식으로 표현할 일은 아니다. 믹타 국회의장단은 정 의장이 접견에서 제외된 것을 보고 ‘묘한 의전’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뒤집어 생각해서 박 대통령이 접견 자리에 정 의장을 초대했더라면 모처럼 소통하고 오해를 풀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만일 참모진 누구 하나 대통령에게 “재고하라”는 말을 못 했다면 한심한 일이다. 박 대통령의 6·25 국무회의 발언 이후 청와대가 문을 안으로 걸어 잠근 채 소통을 거부하는 협량(狹量)의 모습을 계속 보이고 있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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