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메르스와 관련한 유체이탈 화법으로 또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1일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메르스 같은 신종 감염병은 초기 대응이 중요한데, 초기 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말한 것이 박 대통령 특유의 ‘유체이탈화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유체이탈화법’은 정부와 거리를 두는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아, 모르겠다”는 뜻의 인터넷 용어 ‘아몰랑’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우용 역사학자는 1일 트위터에서 ‘박대통령 메르스 초기대응 미흡 질타’라는 기사 제목을 끌어온 뒤 “조선시대 평균수준의 왕이었다면, ‘이게 다 과인이 미흡한 탓이오’라 했겠죠”라며 “이 바이러스에는 무식했지만, 지도자의 도리에는 훨씬 유식했습니다. 지도자란, 질타하는 사람이 아니라 책임지는 사람입니다”라며 박 대통령의 화법을 지적했다.
그는 “여객선이 침몰해도 우왕좌왕, 치명적 전염병이 돌아도 우왕좌왕. 지금 이 나라를 무정부상태로 만드는 건, 무슨 반정부세력이 아니라 정부 자신입니다”이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또 “대통령이 국민을 대신해 고위 공직자들 '질타'해 주셨다고 감격하는 물건이 더러 있습니다”며 “이런 물건들이, 민주주의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치명적 바이러스입니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트위터에서 메르스 초기 대응 미흡과 관련해 사과도 해명도 아닌 ‘지적’만 하는 박 대통령을 유체이탈화법을 저격했다.
은 의원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내 에볼라환자가 단 한 명일 때 이미 비상대책회의를 했다. 반면 박근혜대통령은 열흘만에, 초기대응 미흡했다고 사과도 해명도 아닌 ‘지적’을 한다. 제발 책임지고 비상대응을 하시라”고 꼬집었다.
은 의원은 메르스와 싸워야할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 시사하며 국회와 싸우고 괴담 유포자 처벌로 국민과 싸우고 있다고 비꼬으며 “관리정보 공개하고 청와대가 직접 비상대응에 나서야한다. 공포가 바이러스보다 빨리 퍼지는 건 정부를 믿지못해서이다”고 비판했다.
네티즌들은 “적어도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한 사과 정도는 해야하는 것 아니냐” “남일 얘기 하듯 말하는 유체이탈화법이 이번에 또 나왔다” “국가나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게 불경죄처럼 여겨지는 현실이 어처구니 없다” 등의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박 대통령이 14일 미국 순방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출국 타이밍이 참 절묘하다”고 비꼬았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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