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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수자기(帥字旗)를 아시나요- 지성호 수원시 화성사업소장

[기고] 수자기(帥字旗)를 아시나요- 지성호 수원시 화성사업소장

최종수정 2015-04-06 20:01

기(旗)는 천이나 종이로 만들어 깃대에 매다는 표식이다. 뜻이나 대표성을 위해 글씨나 그림, 부호, 색깔 등을 넣는다. 인류의 기 사용 기원은 분명치 않다.

애초 종교의식에 사용되다 왕이나 군대 등의 권위 상징의 수단이 됐다. 기는 오늘날 그 용도가 다양해졌다. 국가를 상징하는 국기뿐만 아니라 각종 기관·단체에도 상징기는 필수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국내·외 체육대회기와 상업용 배너기도 성행이다.

기는 특히 군대에서 많이 사용됐다. 조직과 명령체계의 중요성으로 깃발이 요긴하게 쓰였다. 고대 중국에서는 기수와 접촉해도 죄로 다스렸다. 유럽에서는 군인들의 충성서약을 부대기에 할 정도였다. 그래서 군대의 기는 최후까지 지켜야 하는 보루였다. 아울러 전투에서 기를 잃음은 곧 패배를 뜻했다.

'병학지남'에 따르면 "깃발은 색으로 신호하는 것이고, 북은 소리로 신호하는 것이다. 모든 장수와 군사들은 귀로는 징과 북소리만 듣고, 눈으로는 깃발의 방향과 색깔만을 볼 것이며, 누구를 막론하고 입으로 명령하는 것은 절대로 듣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쟁 시 병사들은 깃발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했다. 하급부대의 대장은 상급부대의 깃발을 보며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고, 모두 최종적으로 장군의 명령을 옮기는 깃발을 보면서 행동했다. 깃발은 명령전달의 중요한 수단이었다.

깃발 그림에는 용, 호랑이, 사신도, 말, 해와 달, 별, 태극 등의 도형, 산수, 신선이 주로 등장하며, 다섯 방위를 상징하는 오방색인 청, 황, 적, 백, 흑색이 주로 사용되었다.

수원 화성 성곽의 5.7㎞에는 347개의 기가 나부끼고 있다. 여기에는 장수의 명령을 전달하는 영기와 순찰 시 사용하는 순시기 300개, 지휘관이 사용하던 신호용 인기 45개, 군사 사열을 시험하는 시열기 2개다. 이를 통해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역사의식을 고취시키는 산 교육장이 되고 있다.

그러나 평시에는 없는 기가 있다. 서장대에 거는 수자기다. 수자기는 조선시대 군영 최고지휘관의 기다. 군사시설 화성의 최고 지휘관은 바로 정조였다. 기록에 의하면 정조는 1795년 윤 2월12일 현륭원 참배를 마치고 서장대에 올라 화성을 수비하고 공격하는 주야간 훈련을 직접 지휘했다고 한다.

'병학지남연의'에 의하면 수자기는 대장이 있는 곳을 표시하고자 만들었다. 즉 수자기는 총지휘관이 있는 본영에 꽂는 것이다. 깃발 한가운데 장수를 뜻하는 '帥'자가 있다. 황색 바탕의 무명으로 넓이 12폭 길이 16척 검은색 '帥'자는 12척이다.

끈의 길이는 24척 붉은색 꼬리는 3척이다. 수자기를 올릴 때는 도르래를 사용하는데 크기가 매우 거대하여 북을 치면 올리고 징을 치면 내리는 방식으로 세 번에 거쳐 올렸다고 한다.

금년 수원화성문화제 때는 조선시대 군기 등의 깃발을 재현하는 옛 수원화성 깃발전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전통 수자기의 재현과 수자기 게양 재연도 해 봄직하다. 서장대 하늘 공간에 자리할 수자기의 모습에 벌써 마음이 설렌다.

지성호 수원시 화성사업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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