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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일 칼럼] 박근혜와 박정희의 공(功)

[박재일 칼럼] 박근혜와 박정희의 공(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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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2-18
편집국 부국장 겸 정치·경제부문 에디터
IMF 외환위기 직후 1998년, 근 18년 동안 칩거하던 ‘박근혜’가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에 출마했을 때만 해도 나는 그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물론 당시 한 학교에서 열린 박 후보의 ‘데뷔 연설’에서 엄습해온 정치적 기류의 조짐은 있었다. 박 후보가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 어머니(육영수)’를 거명하자 장내는 이내 중장년 여성을 필두로 흐느낌에 휩싸였다.

‘문재인’에게는 다소 미안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개인적으로 나는 ‘박근혜’가 당선되는 것이 낫다고 여겼다. 좀 어렵게 말하면 역사 흐름이 그를 필요로 한다고 판단했다. ‘박정희의 딸’을 거부하기에는 한국 사회가 정리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것은 마치 1980년 ‘광주의 부채’로 김대중 대통령을 탄생시킬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소명과 같은 맥락이다. 박근혜의 등장은 한국 사회의 흐름을 잇는 동시에 새 출발을 위한 ‘역사적 정리정돈’이었다고 할까.

절반의 지지로 당선된 박 대통령은 한때 80%에 육박하는 지지도를 과시했지만, 세월호 참사를 기점으로 추락해 30%대로 주저앉았다.

옛 성현의 말을 칼럼에 빌려오기는 싫어하지만, 대충 하나 인용해보자. 

공자의 제자가 물었다. “한 마을에 사내가 있는데 마을 사람 모두가 싫어합니다. 이 사람은 군자(君子)가 될 수 있습니까.” 공자가 답했다. “모두가 싫다면 군자가 되기는 어렵다.” “모두가 좋아한다면….” “모두가 좋아한다면…그럴 수 있겠다.”

이어 제자가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습니까”라고 묻자 공자가 답했다. “다 좋아하는 사람보다 못하겠지만, 그 사람은 지혜를 가졌을지 모른다. 충분히 군자가 될 수 있다.” 공자는 반반의 지지율을 가진 인물을 더 정치력이 있는 군자로 보는 듯했다. 

좋고 싫음은 변하기 마련이다. 대통령 지지율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나는 박 대통령이 보다 근본적인 것, 보다 기본적인 것에 천착하면 좋겠다. 역사적 소명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하나는 ‘지방에 사는 인재의 등용’이고, 하나는 ‘국토 활용의 철학’이다. 이는 아버지 박정희 시대의 공과(功過) 중 공(功)을 복원하는 능력과도 연관돼 있다. 

서울을 벗어나 대한민국 곳곳에 숨은 인재를 발굴하고 과감히 기용해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서울대 총장은 장관이 돼도 경북대 총장, 전남대 총장이 장관에 오르는 것을 보지 못했다. 대구지방변호사회장이나, 광주의 교수회장이 입각하는 것도 보지 못했다. 기껏 하는 소리가 누구 누구가 요직에 기용됐는데 ‘호적상’ 어디 출신이라고 자위한다.

숱한 ‘인사 참사’는 그런 좁은 시야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조선이 망한 이유도 좁은 인재풀로 인한 기득권 양반층의 끝없는 인사 순환에 있었다. 아버지 박정희는 전국에서 인물을 찾고 끌어오고 등용했다.

국토 활용도 마찬가지다. 연초 기자회견에서 수도권 규제완화를 박 대통령이 거론할 때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대기업이나 땅을 가진 기득권층의 감언에 행여 귀가 솔깃한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이 컸다. 안 그래도 대한민국은 지금 너무 좁게 국토를 이용하고 있다. 울산, 대전, 포항, 여수에서 제주도까지 국토를 새롭게 디자인한 박정희 시대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역사에 도전하는 지도자는 기득권을 누가 가졌는가에 주목하고 끊임없이 그걸 줄여 나가야 한다. 그게 비전으로 압축되고 구호가 돼야 한다.

2012년 8월20일, 박근혜는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면서 이렇게 말했다. “어느 지역에 살든 어느 분야에서 일을 하든 자신의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은 산업화·민주화 시대를 뒤로하고 새로운 시대로 이어주는 마지막 대통령일지 모른다. 역사의 정리정돈이 그에게 남아 있다. 솔직히 나는 그런 기대감을 아직도 놓치고 싶지 않다. 그야말로 집권 3년차 분수령(分水嶺)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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