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경제.부동산의 칸 ../*경제.경영.유통.재테크

이재용의 '스마트 리더십'은 과연 통할까/ 이재용사업과 이건희사업은 어떻게 다를까 / 이건희는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했나- 비즈니스포스트

이재용의 '스마트 리더십'은 과연 통할까/ 이재용사업과 이건희사업은 어떻게 다를까 / 이건희는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했나- 비즈니스포스트

***

[게재 순서]

이재용의 '스마트 리더십'은 과연 통할까/

이재용사업과 이건희사업은 어떻게 다를까 /

이건희는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했나

***

이재용의 '스마트 리더십'은 과연 통할까국제적 인맥과 소통 리더십 호평...책임지는 일 맡은 적 없는 리더십 한계
이계원 기자 | gwlee@businesspost.co.kr
폰트키우기폰트줄이기프린트하기메일보내기신고하기
승인 2014.07.14 19:39:57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네이버구글msn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래리 페이지 구글 CEO가 지난해 4월 서울 삼성전자 본사 사옥에서 회동을 마치고 어깨동무 하고 있다.<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리더십에 대해 삼성 관계자들은 ‘스마트 리더십’이라고 말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한번 신념이 생기면 거세게 몰아붙였던 이건희 회장의 ‘카리스마 리더십’과 전혀 다른 경영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리더십에 흔히 정답이 없다고 말한다. 시대가 바뀌면 다른 리더십이 요구되는 것도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고도성장기에 삼성전자와 삼성그룹을 이끌었던 이건희 회장의 카리스마 리더십과 결별할 때가 됐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그러나 문제는 이재용 부회장의 ‘스마트 리더십’ 실체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한편에서 이재용체제가 등장해 이건희 회장의 그림자를 벗게 되면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한다.

다른 한편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스마트 리더십이 단 한번도 제대로 실체를 보여준 점이 없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삼성그룹이 향후 성과를 만들어내기가 힘들 것이라고 우려한다.

◆ 소통으로 내부에 존재감 드러낸다는 이재용

스마트 리더십의 핵심은 끊임없이 ‘소통’하려는 자세다. 스마트 리더십이란 임직원들을 비롯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의 얘기를 잘 듣고 이를 취합해 창의적이고 새로운 혁신방안을 내놓는 것을 말한다고 삼성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이 부회장은 고교시절부터 사교적이고 교우관계가 돈독했다고 전해진다. 그의 한 고교 동창생은 “삼성 아들로 통했던 재용이는 학창시절에도 교우관계가 매우 좋았다”며 “가끔씩 재용이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퍼질 때 그를 아는 동창생들은 그럴 친구가 아닌데라면서 웃고 넘긴다”고 말했다.

이런 성격을 바탕으로 이 부회장은 인사관리에서 능력을 발휘한다고 삼성그룹은 전한다.

이 부회장은 임직원들과 소주 등 서민적인 술을 즐기며 승진에 탈락한 임원들이 있으면 일일이 전화해 위로를 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승진에 탈락한 인사가 이 부회장의 예기치 못한 전화를 받으면 적지 않은 감동을 느낀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한 고위임원은 이 부회장이 “각종 회의에서 자신의 뜻과 다른 의견이 있더라도 일단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난 뒤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을 즐겨한다”고 말했다. 독단적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데도 반대의견을 매너있게 말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부드러운 면모를 갖춘 게 사실이지만 한 번 결정한 것은 끝까지 밀어붙이는 과감성을 겸비하고 있다”며 “카리스마를 앞세운 이 회장과 다른 스마트 리더십을 이 부회장이 앞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내부에서 경직된 조직문화를 유연하게 바꾸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직원들이 혁신의 아이디어를 찾아내려면 조직문화의 유연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직원들과 소통강화로 소프트파워를 키우기 위해 사내 집단지성시스템인 ‘모자이크(MOSAIC)’를 본격 가동했다. 모자이크는 임직원들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실행해서 성과로 나타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모자이크에 등록된 아이디어 가운데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되면 독립된 근무공간과 파격적 보상을 지원하기도 한다. 이는 근무시간의 20%를 원하는 시간에 쓰게 하는 구글의 ‘20% 프로젝트’와 비슷하다. 이를 통해 구글은 지메일과 구글어스를 개발할 수 있었는데 이 부회장도 이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삼성전자는 하루 4시간만 근무할 수 있는 ‘자율출근제’를 연구개발과 디자인 인력에도 확대했다. 또 임직원 해외출장 때 가족동반을 할 수 있도록 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로 했다.

삼성그룹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자율출근제부터 해외출장 가족동반, 모자이크 등 삼성의 변화는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며 “이런 변화에 이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 이 부회장이 단 한번도 책임지는 자리에서 일을 하지 않은 데 대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리더십은 결정하고 추진하고 책임지는 것인데, 이재용 부회장의 스마트 리더십은 그런 대목과 아직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중 경제통상포럼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 이재용의 화려한 국제 인맥이 위력을 발휘할까

이 부회장은 세계를 무대로 삼성그룹의 ‘얼굴’ 역할을 오래 전부터 해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 13일까지 열린 세계 경제계 거물들의 모임인 ‘선밸리 미디어 컨퍼런스’에 참석해 글로벌 재계 거물들과 교류했다. 애플의 팀 쿡과 나란히 회의장을 나서며 대화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 부회장은 올해에도 대외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최대 통신사인 버라이즌의 로웰 매커덤 회장의 초대를 받아 미국에 다녀왔다. 2월에 중국 베이징에서 왕양 부총리를 만났다. 4월에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한국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조찬모임에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4월 중국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서 IT와 모바일 기술을 활용한 의료 헬스케어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5월에 갤럭시S5 판매 등을 점검하고 시스코 버라이즌 등 해외 파트너들과 협력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장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부회장은 삼성의 국제적인 얼굴로 애플과 같은 기업들과 거래를 중재해 왔다”며 이 부회장을 국제적 인맥과 감각을 두루 갖춘 인물로 평가했다.

이런 국제적 활동을 가능케 한 것은 역설적으로 ‘e삼성 실패’와 ‘삼성특검’이라는 시련이었다.

이 부회장은 2008년 삼성특검 당시 무보직 해외순환근무를 하면서 글로벌시장을 돌아다녔다. 이를 통해 당시 IBM, 소니 등 글로벌기업의 최고경영자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들과도 친분을 쌓았다.

하지만 재계는 이 부회장의 이런 국제적 활동보다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굵직한 의사결정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더욱 관심을 쏟는다. 이 부회장의 화려한 국제적 인맥도 '포스트 스마트폰'에 대한 해답을 찾는 받침대로 작용할 때 비로소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그룹은 당장 내년도 전략을 짜야 하고 인사를 준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이재용체제에 걸맞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재계는 관심있게 보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미 한 사람이 결정하는 체제를 넘어섰다. 삼성경제연구소 등에서 시장상황과 여러 방향 등을 연구한 결과를 내 놓으면 내부논의를 거쳐 중지를 모아간다. 이 과정에서 미래전략실이 중추적 기능을 행사하지만 결국 오너가 기꺼이 책임을 질 때 최종방향도 힘을 지닌다.

따라서 세간의 관심은 이 부회장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재계의 관계자는 “지금은 이건희 회장이 만들어 놓은 체제가 이 회장 입원 이후 더 긴장감 있게 돌아가고 있지만 앞으로 조 단위 투자나 전략적 경영방침을 제시해야 할 때 이 부회장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계원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이재용사업과 이건희사업은 어떻게 다를까반도체와 스마트폰은 이건희사업...이재용체제 삼성의 핵심사업은?
이계원 기자 | gwlee@businesspost.co.kr
폰트키우기폰트줄이기프린트하기메일보내기신고하기
승인 2014.07.14 21:35:40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네이버구글msn

삼성그룹이 사실상 이재용체제로 전환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삼성의 얼굴’을 넘어 삼성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얼마 전 영업이익 7조 원대의 2분기 잠정실적을 내놓았다. 위기라는 진단이 나왔고 이재용체제의 미래를 놓고 시선이 집중됐다.

이재용체제, 삼성은 어디로 갈까?

몇 차례에 나눠 이재용체제를 긴급히 진단해 본다. <편집자 주>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4일 서울대학교 글로벌공학교육센터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강을 듣고 참석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뉴시스>


삼성전자라는 거인이 위기다. 삼성의 이재용체제는 이 위기를 앞에 두고 출발선에 서있다.

삼성전자의 분기 8조 원 영업이익 신화가 무너졌다. 메모리에 이어 삼성전자의 신화를 썼던 스마트폰시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스마트폰 정체를 타개할 성장동력으로 태블릿PC를 지목했는데 이 또한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삼성의 전략이 그리 영리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FT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2012년 내놓은 갤럭시S3가 마지막 혁신제품”이라며 새로운 혁신제품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한마디로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이후’를 놓고 뚜렷한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작 삼성전자의 위기는 ‘스마트폰 다음에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데 있다.

'2030 대담한 미래'라는 책을 쓴 미래학자 최윤식 한국뉴욕주립대 미래연구원장은 삼성전자가 ‘알렉산더 딜레마’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알렉산더 대왕처럼 전쟁에서 연이어 승리한 후 군대를 쉬게 할지 아니면 새로운 전쟁을 해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다”고 염려했다.

삼성전자의 오늘을 만들어준 스마트폰시장에서 ‘영리한 전략’을 쓰든지, 아니면 새로운 시장을 향해 달려가든지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그 다음’을 찾는 일은 이재용체제의 안착과 직결돼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동안 경영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따라서 이재용체제로 전환하는 명분은 결국 삼성전자의 실적일 수밖에 없다. 당장의 실적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삼성전자가 가야할 좌표만큼은 명확히 제시해 보여줘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아버지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오래 전부터 사실상 삼성전자에서 중심적 역할을 해왔다. 삼성전자의 미래를 찾는 일에도 깊이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체제에 이 부회장은 메모리반도체와 휴대폰 같은 '이건희 사업'을 넘어 삼성전자의 내일을 이끌 '이재용 사업'을 찾아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갈 방향을 제시하고 삼성전자의 역량을 그 방향으로 집중해야 한다.

이 부회장은 어떤 사업을 향해 거대 삼성전자를 이끌고 갈까?

◆ 하드웨어의 우위, 시스템 반도체에서 살릴까

삼성전자는 누가 뭐래도 하드웨어에 강점을 지닌 글로벌기업이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서 신화를 쓴 것도 하드웨어가 뒷받침이 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삼성그룹이 지난해 말부터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전자 부문의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합병을 통해 사업구조를 재편한 것도 하드웨어의 강점을 더욱 살리기 위한 전략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삼성의 강점은 수직계열화를 바탕으로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는 힘에 있다”며 “하드웨어 기술 강점을 잘 활용한다면 얼마든지 실적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이런 하드웨어 우위를 더욱 굳히게 된다면 스마트폰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전까지 시간을 충분히 벌 수 있다는 얘기인 것이다.

삼성전자는 그 길을 시스템 반도체에서 찾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에 반도체 부문에서 2 조원을 넘는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률도 20%를 넘기면서 스마트폰이 포함된 모바일 부문을 따라잡았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분야에서 점유율 34%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5.3%로 인텔(20.3%)과 퀄컴(5.8%)에 이어 3위에 그치고 있다.

반도체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326조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시스템 반도체가 시장의 80%를 차지한다. 앞으로 연간 5% 이상 성장하는 등 견고한 성장도 예상된다.

사람의 두뇌로 치자면 시스템 반도체는 계산을 하는 부분이고 메모리 반도체는 기억을 담아두는 부분이다. 시스템 반도체는 컴퓨터의 CPU가 대표적인데 ‘스마트폰의 두뇌’라고도 불릴 정도로 대부분의 전자기기에서 쓰인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10년 전까지도 세계 시스템 반도체시장에서 순위권에도 들지 못했지만 이제 매출 기준 3위까지 성장했다”며 “삼성전자가 지닌 융복합 기술을 적극 활용해 시스템 반도체사업을 메모리 반도체처럼 세계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그동안 실적이 부진했던 시스템반도체 담당 사장을 물러나게 하고 메모리반도체를 담당했던 김기남 사장에게 반도체 총괄 및 시스템LSI 사업부장을 맡기는 인사를 실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시스템 반도체시장에서 11.5%의 점유율을 기록해 인텔의 14.3%를 바짝 쫓고 있다.

▲ 양제츠 중국 국무위원이 지난해 11월 경기 화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나노 시티'를 방문했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양제츠 중국 국무위원, 전동수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뉴시스>

◆ 융복합 시대, 사물인터넷에서 미래를 찾을 수 있을까

사물인터넷은 삼성전자가 이재용체제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는 분야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8일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상을 수상한 자리에서 “제품과 기술이 융합되고 있다”며 “사물인터넷이 대표적인 융복합 기술이 필요한 분야”라고 말했다.

사물인터넷이란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모든 기기에 센서를 붙여 인터넷으로 연결해 스마트기기를 만드는 것을 뜻한다. 애플이나 구글 등 IT분야의 글로벌기업은 너나 할 것 없이 사물인터넷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사물인터넷시장은 생활가전을 비롯해 자동차, 의료 등 무궁무진하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자료를 보면 사물인터넷 세계시장 규모는 지난 해 202조 원에서 오는 2020년 1010조 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사물인터넷시장은 2조 원에 불과한데 오는 2020년까지 17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가 웨어러블(입는 컴퓨터) 기기 시장이나 스마트홈시장에서 선도자의 입지를 굳히고자 하는 것도 사물인터넷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다.

신종균 IM(IT 및 모바일)부문 사장은 지난 2월 “올해부터 웨어러블기기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할 것"이라며 "웨어러블기기 시장의 마켓 크리에이터라는 책임을 갖고 시장성장을 주도해 실적에 확실히 기여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5월까지 미국시장에서 판매된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78%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해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질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은 “갤럭시 기어(스마트워치)는 내가 경험해 보려다가 반나절만에 바로 되팔아버린 유일한 제품”이라고 혹평했다. 애플이 하반기에 아이워치를 오는 10월 내놓을 경우 웨어러블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이런 우위를 유지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윤부근 소비자가전부문 사장은 스마트홈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윤 사장은 지난 1월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거실에서 가족들이 시청하는 TV쇼를 요리하는 당신도 주방가전 스크린을 통해 즐기는 모습을, 스마트폰을 집어들지 않고도 걸려 오는 전화를 냉장고로부터 받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고 말했다. 윤 사장은 “올해가 스마트홈에서 혁신의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한국 미국 영국 등 11개국에서 TV 에어컨 청소기 등 집안 가전기기들과 스마트폰 등 IT기기들을 통합 플랫폼으로 연동시키는 ‘삼성 스마트홈 서비스’를 내놓았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능력이다. 삼성전자가 사물인터넷시장으로 가기 위해 웨어러블기기 시장이나 스마트홈시장에서 선도자 역할을 차지하려고 노력해도 소트프웨어 역량이 뒷받침어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나온다.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 역량을 갖추지 못한다면 스마트폰시장에서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종속되는 상황이 앞으로도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소프트웨어 능력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삼성전자는 14일 자체 운영체제인 타이젠을 탑재한 스마트폰 ‘삼성Z’의 출시 행사를 취소했다. 타이젠폰 출시가 미뤄진 것은 벌써 세 번째다. 업계는 타이젠 운영체제에서 구동되는 앱들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본다.

미국 IT전문매체인 씨넷은 “삼성전자는 새로운 운영체제에 대해 영원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며 “개발자들은 실제 사용자가 없는 스마트폰을 위해 앱을 개발하지 않으려 하고 소비자들 또한 앱이 없는 스마트폰을 구입하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출근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의 헬스케어사업, 이번엔 성공할까

이건희 회장은 2010년 5대 신수종사업을 선포하고 2020년까지 23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5대 신수종 사업이란 태양전지, 자동차전지, LED, 바이오, 의료기기를 말한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바이오 의료기기를 통한 헬스케어사업을 중점과제로 선택했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을 승계받을 당시 반도체를 핵심사업으로 삼았던 것처럼 이재용 부회장은 헬스케어사업을 선택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4월 중국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서 “고령화 문제에 직면한 전 세계 대다수 국가에서 의료비 지출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며 “의료비를 낮출 솔루션을 찾아낼 수 있다면 엄청난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장 잠재력이 큰 헬스케어시장을 스마트기기와 의료기기, 바이오 의약품 등을 서로 연결해 매출을 한꺼번에 가져오겠다는 전략을 제시한 셈이다.

헬스케어 사업의 중심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메디슨이 있다.

삼성전자는 2011년 의료기기회사인 메디슨의 지분 66%를 5천억 원에 사들였다. '서울대 벤처1세대'로 불리는 이민화 사장이 1985년 세운 회사다. 세계 최초로 ‘3D 초음파 진단기’를 개발했고 이 진단기는 국내 1위(33%), 세계 5위(7%)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메디슨을 인수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이렇다 할 실적은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해 매출액은 2680억 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100억 원 이상 줄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42억 원으로 전년 대비 4분의 1로 감소했다. 삼성그룹은 삼성메디슨에 대해 경영진단을 벌이고 향후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가 2011년 각각 42.55%씩 지분을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5월 영국 바이오업체 주식의 절반을 725억여 원에 인수하기도 하는 등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적자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매출 4350만 원에 그쳤고, 영업손실은 1464억 원을 기록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업을 부쩍 챙기고 있다. 지난해 4월 방한한 글로벌 2위 제약사 머크의 케네스 프레이저 회장에게 삼성의 반도체 공장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당시 “삼성이 머크보다 적은 비용으로 더 빨리 약을 생산할 수 있다”고 설득했고 지난 4월 머크와 바이오시밀러(복제약)를 개발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전 세계 의약품시장은 1천조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바이오 의약품은 200조 원으로 초고속성장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도 바이오의약품 사업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바이오시밀러 개발은 수십년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신 시킹알파는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가장 앞선 셀트리온은 삼성이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의 개발을 이미 마치고 판매허가도 받았다”고 지적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출범시기와 배경들이 14년 전 e삼성이 만들어진 것과 비슷하다”며 “이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삼성에버랜드가 과감히 투자하는 만큼 이번에 이 부회장이 경영능력을 보여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계원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이건희는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했나길림길에서 반도체와 스마트폰 선택...이병철의 그림자 압박감 이겨내
이계원 기자 | gwlee@businesspost.co.kr
폰트키우기폰트줄이기프린트하기메일보내기신고하기
승인 2014.07.14 19:46:11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네이버구글msn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삼성의 스티브 잡스’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 회장이 지난 5월 심근경색으로 쓰러지자 이런 평가를 하면서 삼성그룹이 중대한 갈림길에 선 시기에 이 회장의 건강문제가 불거졌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포브스는 “삼성은 이 회장의 건강악화 의미를 축소하려 하지만 후계자 문제와 스마트폰사업 부진 등을 고려할 때 삼성에 대한 ‘심판의 날(a day of reckoning)’이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건희 회장은 40여년 전 돌연 삼성그룹의 후계자로 지목된 뒤 숱한 심판의 날을 맞아야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갈림길에서 삼성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시했다. 포브스는 이재용 부회장이 갈림길에 선 삼성그룹을 두고 이건희 회장처럼 갈 길을 제시할 수 있을지 묻고 있는 셈이다.

이 회장은 회장직에 오른 1987년 ‘이병철 체제’의 삼성전자에 ‘반도체’와 ‘스마트폰’이라는 미래 먹거리를 제시해 삼성전자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이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은 이병철 회장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해 불면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이재용체제에서 이재용 부회장도 그럴까?

◆ “텔레비전 몇 대”와 맞바꾼 ‘반도체’

이병철 창업주와 이건희 회장은 반도체사업에 대해 정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평소 이병철 회장은 치밀하고 세세한 경영관리에 능한 데 비해 이 회장은 미래의 큰 그림을 잡는 것을 좋아하는 등 경영스타일이 달랐다.

이병철 회장은 삼성전자가 전자부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자 반도체사업에 비용을 들이는 것을 꺼려했다. 그러자 이건희 회장은 1974년에 사비를 털어 파산직전이던 한국반도체의 지분 50%를 인수했다.

이병철 회장은 당시 “그 돈으로 텔레비전을 몇 대를 더 생산할 수 있는데”라며 이건희 회장을 타박했다고 한다.

이건희 회장은 이병철 회장을 끈질기게 설득했다. 결국 1983년 연인원 26만 명을 투입해 6개월 만에 기흥공장을 완성했다. 반도체공장을 짓는데 선진국에서도 1년 6개월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강하게 사업을 몰아붙였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10년도 채 안 된 1990년 선진국도 주저했던 ‘8인치 웨이퍼’ 투자를 선언했다. 당시 세계 D램 반도체 시장은 극심한 불황이었다. 이 때문에 도시바, 히다치 등 일본 반도체업체들도 새로운 도전을 멈칫하고 있었다.

이건희 회장의 도전이 실패하면 1조 원 이상의 막대한 손실을 보게 돼 회사 자체가 망한다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도 이 회장은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신기술 선점이라는 도박에 가까운 최후의 결단을 내렸다.

이 회장은 어떻게 이런 결단을 내릴 수 있었을까?

이 회장은 반도체라는 이름 자체에 직관적으로 끌렸다. 우리나라는 젓가락 문화권이어서 손재주가 좋고 주거생활이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등 청결을 중시한다. 이 회장은 이런 문화가 미세한 작업이 요구되는 반도체사업과 맞아떨어진다고 믿었다.

이 회장은 또 주변정황도 충분히 분석했다. 전 세계가 1973년 오일쇼크를 거치면서 자원 하나없는 우리나라에서 반도체가 ‘산업의 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결국 이 회장은 공장을 지은 지 10년 만인 1993년 일본을 제치고 메모리 반도체분야에서 세계정상에 올랐다. 당시 미국과 일본언론은 일제히 “삼성이 기적과 같은 일을 해냈다”고 놀라워했다.

이 회장은 이를 놓고 “구멍가게 같은 공장에서 개인사업으로 시작한 반도체가 10년 만에 삼성의 핵심사업으로 인정받았다”고 자부했다.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 '재빠른 대응'으로 애플을 제치다

“삼성전자는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에 전자레인지 같은 제품을 생산해 미국시장에 뛰어들어 지금도 결국 헐값에 파는 값싼 브랜드다.”

포춘이 2002년 삼성전자에 대해 보도한 글이다. 삼성전자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해외에서 이런 저가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이건희 회장은 2010년 ‘스마트폰’ 하나로 삼성전자의 브랜드 이미지를 뒤집었다. 2012년부터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1위를 기록하며 외국인들의 손바닥 위에서 ‘삼성’이란 브랜드를 다시 알렸다.

이 회장은 2010년부터 ‘빠른 추격자’ 전략을 선택했다. 아이폰 등 혁신제품으로 휴대폰 1위기업 노키아까지 무너뜨린 애플을 따라잡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전자는 2009년까지 스마트폰으로 세계 5위에도 들지 못한 상황이었다. 전 세계 시장점유율도 3.2%로 존재감 자체가 희미했다. 하지만 피처폰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어 수익창출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잘나가던 피처폰사업을 멀리하고 스마트폰 후발주자임을 자처했다. 승리에 도취돼 애플을 얕잡아본 노키아와 전혀 다른 선택을 한 것이다.

이 회장은 2010년 경영일선에 복귀하자 마자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수원사업장을 직접 찾았다. 이 회장은 “세상 어떤 스마트폰보다 더 강력한 스마트폰을 만들어 달라”고 딱 한 가지만 주문했다.

그는 “앞으로 10년 안에 지금까지 삼성을 대표하던 모든 제품이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하며 스마트폰에 집중할 것을 선언했다.

이 회장의 이런 지시가 있고 3개월 만에 ‘갤럭시S’가 세상에 나왔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로 애플을 빠르게 추격해 2년 만에 시장 선도주자가 됐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삼성이 최근 거둔 성공은 기술 리더십에 기반을 둔 게 아니라 신속한 대응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이 회장을 두고 재빠른 ‘세일즈 머신’이라고 불렀다. 만약 이 회장이 두 달만 늦게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찾았다면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노키아가 두 달 뒤에 스마트폰을 내놓았지만 이미 삼성전자에게 자리를 내줬다.

◆ 하루아침에 후계자 된 이건희의 압박감

이 회장은 삼남인데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후계자로 지목됐다. 이 회장마저도 취임 초창기에 창업주에 대한 믿음이 컸던 직원들을 이끄는 데 엄청난 부담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이병철 회장은 장남인 이맹희씨에게 1973년 “다 잘 할 수 없으면 잘 할 수 있는 것만 해라”고 했다. 그리고 1976년 일본으로 폐암수술을 받으러 가기 전 날 밤 “앞으로 삼성은 건희가 이끌어가도록 하겠다”며 폭탄선언을 했다.

이 회장은 1977년 공식적으로 삼성그룹을 이끌 후계자가 됐다. 1979년 쟁쟁한 형들을 제치고 삼성그룹의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병철 회장이 타계한 1987년까지 혹독한 경영수업을 7년 동안 받아야 했다.

그런데도 이 회장은 부회장 시절 실패만 거듭했다. 에너지사업 실패로 경영능력에 대한 악평이 무성했다. 이 회장은 1987년 1월 46세 젊은 나이로 그룹 총수가 됐지만 아버지 그늘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이 회장은 스스로 “이건희가 과연 이병철만큼 삼성을 이끌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 압박감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이 회장은 이병철 회장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채 3년이 지난 1992년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이 회장은 당시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면증에 시달렸고 하루에 한 끼도 간신히 먹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계원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