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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롯데몰 사태가 주는 교훈

수원 롯데몰 사태가 주는 교훈

경인일보 webmaster@kyeongin.com  2014년 08월 18일 월요일 제13면

유통공룡 롯데쇼핑이 수원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지난 15일 수원상인연합회와의 3차 협상이 또다시 결렬된 것이다. 추석이 임박해 시간은 벌었으나 양측 입장 차이가 워낙 큰데다 장기간의 내수부진까지 겹쳐 난항이 예상된다. 롯데몰과의 대회전을 앞두고 대규모 확장공사 중인 AK플라자는 자칫 불똥이 튈 수도 있어 긴장하는 눈치이다.

관전포인트는 롯데몰이 부담해야할 발전기금 규모이다. 영업개시 이전에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토록 한 유통산업발전법이 근거이다. 지난해 협성대는 연구를 통해 롯데몰 신규 개설로 수원시내 시장상인들이 입을 손해액을 20억여 원이라고 추정했는데, 롯데는 3.5배나 많은 현금 70억원 제공에 상인자녀 우선채용 등 간접지원까지 제시했으나 연합회가 거부한 것이다. 수원역에 AK플라자가 입점한 지 10년만에 팔달문 등의 원도심 상권이 완전히 초토화된 터에 경기남부 최대의 쇼핑센터가 옛 KCC부지에 추가로 개장하면 수원시내 22개 전통시장 3천500여 점포의 도산은 불문가지라며 보상으로, 시설 및 경영현대화 자금조로 500억 원을 요구했던 것이다.

전통시장 활성화정책에 눈길이 간다. 정부는 2002년부터 매년 수천억 원의 혈세를 투입해서 전통상권 현대화에 공을 들였다. 진입로 확장과 주차장 확보, 화장실 개선 및 비가림막 설치는 물론 마케팅을 위해 경품 및 이벤트행사 지원, 상인대학 개설, 대형유통점 의무휴일 강행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어떠한가. 지난 6월 한국은행 경기본부가 발표한 '경기도의 유통규모 변화 및 시사점'에 따르면 도내 마을 슈퍼와 전통시장 점포수는 2006년 17만1천개에서 2012년 13만6천개로 20% 이상 사라진 것이다. 리노베이션에도 관리가 안돼 방치된 시설들이 점증하는 터에 틈새시장을 찾는다며 장터마다 '그 나물에 그 밥'인 식당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소비자들이 외면해 파리만 날리는 지경이니 말이다.

취급품목이 갈수록 축소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품질은 고사하고 가격마저 별로여서 온라인상품권은 시장에서 홀대 당하기 일쑤이다. 현대화투자 대비 성과가 별로인 것이다. 서민들의 희망사다리가 축소될수록 대기업들의 생태환경 또한 척박해질 수밖에 없다. 스마트상업시대에 부합하는 전통상권 재구축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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