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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칼럼] 수원만의 거물은 따로 있다-7ㆍ30 수원 재보선-

[김종구 칼럼] 수원만의 거물은 따로 있다-7ㆍ30 수원 재보선-
김종구 논설실장  |  kimjg@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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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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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어느 날 이병희 전 장관의 동상이 파손됐다. 얼마 뒤 ‘그’와 만났다. “(이병희 동상)내가 해머로 부쉈어요. 화강암이라 탕탕 튀더라고요. 그 동상을 두고는 수원 정치가 안 됩니다.” ‘그’는 진보진영 쪽 인사였다. 사후에도 지역을 보수로 틀어쥐고 있던 이 전 장관이었다. 그 엄청난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그’만의 투쟁이었다. 재물 손괴가 아니라 정치행위였다. 아무에게 말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 사건은 미제(未濟)다.
거물의 조건은 유권자 머릿수만큼 다양하다. 같은 인물이라도 극단의 호ㆍ불호 속에 거물과 괴물을 오간다. 그럼에도, 다수가 인정하는 상대적 거물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존재한다. 수원에도 몇 있다. 그때 동상이 부서져 나갈 정도로 증오의 대상이던 이병희 장관(용인 출생ㆍ1926~1997)이 있고, 심재덕 시장(수원 출생ㆍ1939~2009), 김진표 부총리(수원 출생ㆍ1947~), 남경필 도지사(수원 출생ㆍ1965~)가 있다.
‘李 장관’은 수원에서 7선을 했다. 중앙당 부총재도 했고, 무임서 장관에 세계농구연맹 부회장도 했다. ‘沈 시장’은 무소속으로 연거푸 수원시장에 당선됐다. 국회의원까지 했고, UN 기구인 세계 화장실협회를 창설해 회장을 지냈다. ‘金 부총리’는 경제ㆍ교육 부총리를 했다. 수원에서 3선을 하며 중앙당 원내 대표까지 역임했다. ‘南 도지사’는 수원에서 5선을 했다. 외교통상위원장을 지냈고, 수원출신 최초의 민선 도지사가 됐다.
중량감만큼이나 업적도 크다. ‘李 장관’은 경기도청을 유치했고 삼성전자를 끌어 왔다. ‘沈 시장’은 화성(華城)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시켰고 문화혁명의 기틀을 마련했다. ‘金 부총리’는 지하철 시대를 열었고 수원고등법원을 유치했다. ‘南 도지사’는 그의 5선 내내 화성(華城) 복원의 중심에 있었다. 모든 게 수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먹거리다. 도로 몇 개 뚫고 국ㆍ도비 몇 푼 챙기는 정치와는 급(級)이 다르다.
모두 시민이 만든 작품이었다. 크게 될 ‘싹’을 미리 알아봐 줬다. ‘표’를 주며 기다려줬다. 이런 선택과 인내가 아니었으면 그들도 없었고 그들의 업적도 없었다. 그저 키 작고 동글동글한 전직 군인으로 51년전 끝났을 것이다. 그저 한여름밤의 음악축제를 준비하던 문화원장으로 21년전 끝났을 것이다. 잘나가던 부총리로 9년전 끝났을 것이고, 대를 이으려던 아들로 21년전 끝났을 것이다. 이런 것이 수원 거물의 역사다.
그랬던 역사가 지금 위기다. ‘李 장관’ ‘沈 시장’은 떠난 지 오래다. 그 뒤를 잇던 ‘金 부총리’는 도지사에 낙선하며 떠났고, ‘南 도지사’는 도지사에 당선되어 떠났다. 60년대 이후 이어졌던-80년대 신군부 시절 제외- 수원 거물의 계보가 갑자기 끊겼다. 두 달 전만 해도 시민들은 눈치 채지 못했다. 도지사 후보 기호 1, 2번이 수원출신임에 뿌듯해하기만 했다. 그 중 하나를 잃는 것이 선거임을 깨달은 건 6월4일 저녁 이후다.
다들 “이제 김진표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 “김진표는 끝난 것이냐”며 아쉬워한다.
이 끊어진 수원 거물의 역사를 이어붙여야 하는 것이 7ㆍ30 수원 재보선이다. 지나가는 과객(過客)이 아니라 뿌리 내릴 주객(主客)을 뽑아야 한다. 수년 갈 단기(短期)가 아니라 수십년 갈 장기(長期)를 뽑아야 한다. 개인의 영달(榮達)이 아니라 지역의 번영(繁榮)을 뽑아야 한다. 낙선하면 떠날 이주민(移住民)이 아니라 죽어서도 묻힐 정착민(定着民)을 뽑아야 한다. 수원만의 재목을 찾아내 그 위에 물과 거름을 주기 시작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당장 시작해도 ‘李 장관’ 만드는 데 30년 걸리고, ‘沈 시장’ 만드는 데 20년 걸리고, ‘金 부총리ㆍ南 지사’ 만드는 데 십수년 걸린다. 갑자기 밀고 들어온 ‘정치적 떴다방’-이력서 한 번만 클릭해보면 금방 확인되는-들에게 선수(選數) 얹어주고 임기(任期) 내어 줄 여유가 없다.

[이슈&토크 참여하기 = 수원만의 거물은 따로 있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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