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문 닫을 거야. 정리해야지."

어렸을 적 문구점 아줌마가 되는 게 꿈인 적이 있었다. 게임기도 있고 달콤짭조름한 음식도 있어서 친구들이 모여 놀기 좋았다. 게다가 가격은 얼마나 싼가. 1천원이면 방과 후 학원 가기 전까지 시간을 때우기 좋았다.

이제는 아이들의 건강을 염려한다는 이유로 불량식품도 많이 없어졌고,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게임기도 사라졌다. 언뜻 깔끔해 보이지만 이제는 소소한 먹거리나 즐거운 놀잇거리가 없어진 것 같아 내심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던 중 11년 동안 내 모교 앞을 지키던 문구점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불량식품과 게임기 단속에 매출이 준 것도 모자라, 아이들이 더 이상 학용품을 사지 않아 하루 매출이 오후 5시가 되는 동안 1만원이 채 안 된 적이 부지기수였다는 것이었다. 학생들에게 학용품을 지원하기 시작한 작년 초부터였다.

"종이 한 장까지 학교에서 나눠주면 문구점은 대체 무엇으로 먹고 살라는 건지…."

아주머니의 한숨에 한동안 가슴이 먹먹해졌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은 없다. 하지만 최대한 억울한 사람이 없는 쪽으로 이해관계를 조절하는 것이 정책이 아닐까.

현재 학교에서 납품받고 있는 학용품은 주로 대기업 도매업체라고 한다. 안 그래도 혜택이 한 쪽으로 쏠려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깊은데 문구점까지 독식하는 형태다. 조금만 더 생각했어도 학용품을 살 수 있는 바우처를 주거나 납품 통로를 동네 문구점으로 했다면 어땠을까 아쉽기만 하다.

문구점은 없어졌지만 우리내 인심과 따뜻한 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정책도 그랬으면 좋겠다.

/김혜승 (수원시 매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