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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희의 P-STORY] 윤진숙 장관 경질과 박근혜 대통령의 '수첩 인사

[오경희의 P-STORY] 윤진숙 장관 경질과 박근혜 대통령의 '수첩 인사

박근혜(가운데) 대통령이 취임을 전후해 낙마한 인사들. 6일 경질된 윤진숙(왼쪽 첫번 째) 해양수산부 장관과 지명 후 낙마한 김용준(왼쪽 두번 째).  초대 총리 후보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후보자, 김학의 법무부 차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아랫줄 왼쪽부터). 1호 인사였으나 성추행 혐의로 경질된 윤창중(오른쪽 첫번 째) 전 청와대 대변인과 김종훈(오른쪽 두번 째)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스포츠서울닷컴DB, 서울신문 제공
 
박근혜(가운데) 대통령이 취임을 전후해 낙마한 인사들. 6일 경질된 윤진숙(왼쪽 첫번 째) 해양수산부 장관과 지명 후 낙마한 김용준(왼쪽 두번 째). 초대 총리 후보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후보자, 김학의 법무부 차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아랫줄 왼쪽부터). '1호 인사'였으나 성추행 혐의로 경질된 윤창중(오른쪽 첫번 째) 전 청와대 대변인과 김종훈(오른쪽 두번 째)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스포츠서울닷컴DB, 서울신문 제공

[스포츠서울닷컴ㅣ오경희 기자]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그대 함께 간다면 좋겠네."

박근혜 대통령이 좋아하는 노래 가운데 하나인 가수 해바라기의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의 노랫말이다. 박 대통령이 있는 곳엔 때때로 이 노래가 울려 퍼진다. 2012년 7월 10일 대통령선거 후보 출마선언식에서 박 대통령은 지지자들과 함께 이 노래를 합창했다. 대선 유세기간에도 '박근혜의 행복을 주는 사람'으로 개사해 직접 녹음했고, 선거 로고송으로 사용했다. 지난해 2월 25일 대통령 취임식에서도 참석자 7만 명과 함께 노래했다.

'모래알에서 찾은 진주'라며 기용한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을 6일 경질한 박 대통령은 이 노래를 읊조렸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취임을 전후해 번번이 '인사 실패'의 쓴잔을 들이키다 보니 '험하고 먼 길을 함께 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을 간절히 바라지 않았을까.

박 대통령이 단행한 고위직 인사는 일반적 수준을 벗어난 실패의 연속으로 점철되고 있다. '대탕평·공정 인사'를 내걸었지만 첫 인사였던 대통령 당선인 수석대변인에 극우 논객인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을 기용해 논란을 불렀다. 김용준 초대 총리 내정자가 지명 닷새 만에 물러난 것을 시작으로 김종훈(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 김학의(법무부 차관), 김병관(국방부 장관 후보자), 한만수(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황철주(중소기업청장 내정자) 등이 연이어 낙마했다.

인사 참사의 정점은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단행했던 '1호 인사'인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다. 한·미 정상회담 시기에 벌어진 윤 전 대변인의 주미대사관 인턴 여성 성추행 사건은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성과를 무색게 했다. 이 과정에서 윤 전 대변인은 물론, 늑장보고 등의 책임을 지고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까지 옷을 벗어야 했다. 그리고 윤 전 장관이 실패의 정점을 찍었다. 여기에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사건 때 국민에게 책임이 있는 듯한 발언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교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끊이지 않는 '인사 실패' 요인 가운데 하나로는 '나홀로 수첩 인사' 때문이라고 야권에선 말한다. 박 대통령은 수첩에 꼼꼼히 이름을 적었다가 필요할 때 사람을 부른다고 주장하면서 이 같은 인사 방식이 청탁에서 자유로울 수 있지만 제대로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아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윤 전 장관은 지난해 2월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 여권 인사들이 성별(性別)조차 모를 정도로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알고 보니 박 대통령이 과거 우연히 한 세미나에서 본 인연이 전부였다.

인사 실패의 고리를 끊는 방법은 '인사 원칙이 바뀌어야 한다'는 게 정가의 공통된 견해다. 많은 업적을 남긴 세종은 사람을 제대로 썼고, 혼자하지 않았다. "어진 인재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인재를 얻으면 편안해야 하며, 일을 맡겼으면 의심하지 말고, 의심이 있으면 일을 맡기지 말아야 합니다"라는 허조의 말을 들었다. 물론 지금 박 대통령의 곁엔 '쓴소리 정치인' 허조와 같은 인물은 없는 듯하다. 청와대 '왕실장'이라 불리며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도 개인적인 이유로 곁을 떠났다. 박 대통령은 무엇보다 임기 끝까지 국정 수행을 '탈 없이' 보좌하고 '국민에게 행복을 줄 사람'을 찾는데 심혈을 기울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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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팀 ptoday@med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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