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선 수원구간 개통에 재래시장 상인들 한숨만
<분당선 수원구간 개통에 재래시장 상인들 한숨만>
역전시장, 지상 오가던 유동인구 감소로 상권 몰락 우려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지하철역이 새로 생기면 수원역에 오는 사람 모두 지하에서 왔다갔다할 텐데, 우리 재래시장이 장사가 제대로 되겠습니까?”
분당선 연장선 수원시내 전 구간 개통을 이틀 앞둔 28일 오전 수원역 앞 역전시장 상인들의 마음은 추워진 날씨보다 더 얼어붙었다.
수원에서 서울 강남까지 40분대에 갈 수 있는 ‘지하철 시대’가 30일부터 열리게 됐다고 수원시 전체가 기대감에 들떠 있지만, 상인들은 마냥 좋아만 할 수 없는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수원역전시장 김원기(54) 상인회장은 시장에 찾아간 기자에게 “지하철 역이 생기면서 역전시장 앞을 오가는 유동인구가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지하철 덕분에 수원역으로 오는 교통편의가 좋아져 유동인구가 많아지면 시장을 찾는 손님도 증가할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오히려 지상을 오가던 유동인구가 급감하면서 역전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걱정한다.
역전시장은 하루 20만명 가량의 유동인구를 자랑하는 수원역 바로 맞은편에 있다.
인근에 대학교 통학버스가 거치는데다 먹자골목 등 젊은 층이 좋아할 상권이 형성돼 퇴근 시간대에는 시장 앞길이 사람들로 가득 찬다.
그러나 분당선 연장선 수원역 지하철역이 생기면 지상으로 오가던 사람들이 모두 지하로 다니게 돼 말 그대로 지상은 “유령 거리”가 될 것이라는 것이 김 회장의 생각이다.
그의 말대로 분당선 수원역은 지하로 수원지하상가와 AK백화점, 현재 AK백화점 뒤편에 건설중인 롯데백화점까지 이어지게 된다.
지금까지는 수원역전 시장 앞 지상 인도를 이용해야 먹자골목이나 로데오거리, 반대편에서 AK백화점까지 갈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저녁에는 시장 앞 횡단보도에는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수백명씩 넘쳐났다. 자연스럽게 역전시장을 보고 찾아들어 오는 손님들이 많았다.
분당선 수원역이 개통되면 지상을 이동하는 인구가 줄어들면서 시장을 찾는 손님이 감소할 것을 역전시장 상인들은 걱정하는 것이다.
더구나 지하철역 출입구 공사를 하면서 수원시가 역전시장을 알리는 유일한 홍보도구인 입간판마저 철거해 상인들의 마음을 더 무겁게 하고 있다.
김 회장은 한 달 전부터 상인위원회 상인 20명과 함께 대책토론회를 열어왔다. 그러나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다.
역전시장 상인들은 생존권 보장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데모를 하거나 항의조차 한 번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역전시장 상인의 고충을 외면하는 수원시가 서운할 따름이다.
김 회장은 “수원시민 전체가 분당선 지하철역 개통을 축하하고 좋아하는데 우리만 어떻게 고춧가루를 뿌리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도 “지하철 개통으로 우리 재래시장 상인만 다 죽게 생겼다. 완전히 ‘그로기(groggy)’ 상태”라는 말로 고충을 토로했다.
역전시장은 앞으로 분당선 개통으로 상권에 영향을 받는 매산시장, 지하상가, 테마거리 등 4개 시장 상인들과 공동으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수원시 대표 재래시장중 하나인 역전시장은 230개 점포에 상인 470명이 모여 의류와 이불 등 공산품과 음식을 판매하고 있다.
경기도와 수원시는 29일 오후 3시 수원올림픽공원에서 분당선 연장 수원시내 구간 개통식을 열 계획이다.
hedgeho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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