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파란blog이전(+)됨:약7십만접속/-박근혜 前 대통령ㆍ청와대

새누리 ‘친박 족보’, 원박··신박·월박·복박·짤박·종박…

 

새누리 ‘친박 족보’, 원박··신박·월박·복박·짤박·종박…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13.11.25 청와대사진기자단

박 대통령과의 친소관계 통해 본 여당의 ‘권력 지형도’
그 중 제일은 ‘종박’…최경환·윤상현·김태흠 등 꼽혀
‘레이저’ 맞고 친박 ‘탈락’, ‘박심’ 따라 항렬 ‘점프’도

새누리당은 거대한 ‘가족 정당’, ‘씨족 정당’이다. 일부 비주류·소장파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이른바 친박근혜(친박) 일색이다. 지난 26일 전병헌 민주당 대표가 “집권여당이 주장하는 ‘종북’이 아니라 ‘종박’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비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종박은 박근혜 대통령을 ‘추종’하는 ‘친박’들을 일컫는다. 친박중에서도 가장 골수 친박이라는 얘기다.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에 두고 박 대통령과의 친소, 당내 영향력, 과거 전력 등을 겹쳐가며 동심원을 그려보면, 나름 ‘친박 족보’가 그려진다.

 

우선 ‘원박’(원조 친박)이 있다.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때부터 줄곧 박 대통령 주변을 지켰던 이들이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등이다. 이들은 ‘구박(舊朴)’으로도 불린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친박계 핵심으로 이른바 종박에 해당한다. 최근 ‘누님 논란’을 일으킨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원박이다. 친박계 핵심으로 급부상한 윤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 경내 교통을 마비시킨 자신의 출판기념회를 통해 ‘실세’의 힘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경환 원내대표,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김태흠 원내대변인(왼쪽부터)

 

원박·구박이 있으면 ‘신박(新朴)’도 있다. 지난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측근으로 올라선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이주영 여의도연구원장 등이다. 황 대표는 친박계 ‘코어’인 최경환 원내대표에게 밀리면서 당내 입지가 형편 없이 쪼그라든 상황이다. 이주영 의원은 지난 5월 최경환 의원과 원내대표 선거에서 맞붙어 불과 8표 차이로 패한 바 있다. 내년 원내대표 선거를 다시 노리고 있다.

 

‘짤박’도 있다.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다가 친박 핵심에서 밀려난 옛 친박계 인사들이다. 유승민 국회 국방위원장이 이른바 대표적인 자발적 짤박으로 꼽힌다. 그는 친박계의 폐쇄성을 공공연히 비판하고, 지난해 19대 총선을 앞두고는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이 총애했던 현기환 전 의원을 공천심사위원에 발탁하자 ‘현기환 불가론’을 제기하는 등 박 대통령의 의중과는 다른 길을 갔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이 유승민 의원의 ‘복박(짤박에서 친박으로 복귀)’을 구하는 진언을 올렸다가 박 대통령의 쏘아보는 ‘레이저’를 맞았다는 얘기도 있다.
유승민 의원, 이혜훈 최고위원, 진영 의원(왼쪽부터)

 

당내 경제통인 이혜훈 최고위원도 짤박으로 분류된다. 이 최고위원은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일관되게 “경제민주화 공약이 후퇴해서는 안된다”며 정부와 청와대를 압박했다. 최근 천주교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의 시국미사와 관련해서도 “사제도 정치적 견해를 밝힐 수 있다”며 사제단 전체를 종북으로 몰아가는 당내 ‘종박’과는 결이 다른 합리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복박’에 성공한 이들도 있다. 박 대통령 곁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경우다. 지난해 대통령선거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김무성 의원이 대표적이다. 김 의원은 세종시 수정안 등에서 박 대통령에게 대놓고 반기를 들었다가 미움을 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전횡 논란에 휩싸인 최경환 의원을 2선으로 물리는 대신 김 의원을 총괄선대본부장에 앉혔다.

 

최근 기초연금 문제를 두고 청와대와 이견을 보이며 보건복지부 장관에서 물러난 진영 의원도 대표적인 복박 인사다. 그는 2004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비서실장을 맡았지만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때는 박 대통령을 돕지 않았다. 세종시 수정안에도 찬성하고, 이른바 당시 박근혜 의원 주변의 문고리 권력의 문제와 폐쇄성을 공사석에서 지적하고 비판하면서 친박계와는 완전히 갈라섰다. 진 의원 스스로 ‘탈박’을 선언했다. 하지만 대선 승리 뒤 박 대통령이 그를 대통령직 인수위 부위원장에 발탁해 새 정부의 국정지표 등 청사진을 그리도록 했고, 새 정부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하면서 복박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기초연금 대선공약 수정을 두고 “양심의 문제”라며 장관직을 던지면서, 진 의원의 ‘족보’를 다시 써야한다는 의견이 많다. 짤박으로 분류하자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에서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로 당이 갈려있던 시절, 차기 대선주자가 확실했던 박근혜 대통령에게로 힘이 몰리면서 ‘주이야박(낮에는 이명박, 밤에는 박근혜)’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친이계나 비주류에서 친박으로 넘어온 이들은 ‘월박’으로 불린다. 대선 이후 ‘벽상공신’이면서도 별다른 자리를 받지 못하고 홀대 받는 이들을 두고서는 ‘홀박’으로 칭하기도 한다.

 

최근 친박계 족보에서 ‘항렬’을 뛰어넘어 급부상하는 이들이 있다. 26일 최경환 원내대표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기춘대원군’으로 통하는 김기춘 청와대 대통령실장, 박 대통령의 ‘복심’이자 ‘혀’를 대신한다는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 등이 출석한 이날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김태흠 원내대변인이 자리를 박차고 나와 위원장석 앞을 가로막았다. 야당 의원들이 국회 비정규직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노동 3권을 부정하는 듯한 자신의 발언을 일제히 공격하자 벌어진 일이었다. 김 원내대변인은 “잠깐만요”를 외치며 과열된 분위기를 진정시키려는 최 원내대표의 마이크를 치워버리기도 했다. 원내대표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기 마련인 원내대변인이 일종의 ‘하극상’을 한 셈이다.

 

초선인 김 원내대변인도 친박계 핵심으로 떠오르며 이른바 ‘종박 족보’에 이름을 올렸다는 평가가 당내에서 나온다. 당 관계자는 “돌아가는 상황을 알려면 최경환, 윤상현, 홍문종(사무총장), 김태흠 정도를 두드리면 된다”고 했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이 박 대통령의 눈에 든 것은 2009년 세종시 수정안을 두고, 수정을 요구하는 친이계와 원안을 고수한 친박계로 당이 두쪽날 때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당시 삭발투쟁을 벌이던 김 원내대변인을 본 박 대통령이 호기심 어린 ‘레이저’를 쏘며 “저 분은 누구세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는 얘기다. 지난해 총선에서 처음 배지를 단 김 원내대변인이 당선 한달여만에 당 최고위원에 출마했던 것도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던 박 대통령의 ‘하명’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멘토 그룹으로 알려진 7인회의 김용환 새누리당 상임고문 보좌관 출신이다. 충남도 정무부지사, 국무총리실 근무를 통해 잔뼈가 굵었다. 당내에서는 “악역을 맡는 의원들도 있어야 하는데 관료나 교수 출신 의원들은 너무 점잔을 뺀다. 보좌관 경험이 있는 김태흠 원내대변인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잦은 막말 파문을 일으키며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 단골손님이 된 초선의 김진태 의원도 김태흠 원내대변인 못지 않은 ‘불같은 화력’으로 박 대통령 눈에 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극우·보수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한 김 의원은 최근 박 대통령의 서유럽 순방에 동행하는 ‘특전’을 얻었다. 당내에서는 “김진태 의원 정도는 튀어줘야 대통령 순방길에 따라갈 수 있는 것이냐”는 농담이 오가기도 했다. 김진태 의원은 프랑스 파리에서 박 대통령 반대 집회를 벌인 교민·유학생들을 향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했다가 또다시 야당으로부터 윤리위에 제소될 처지에 놓였다.

 

김남일기자 namfic@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