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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9 0819 0919' 안철수와 숫자 19의 운명

 

'0719 0819 0919' 안철수와 숫자 19의 운명
'정치인과 특정숫자' 박 대통령과 516 노 전 대통령과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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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1-1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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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wisdom@dailian.co.kr)
▲ 지난 2012년 9월 19일 당시 안철수 서울대융합기술대학원장이 서울 충정로 구세군 아트홀에서 대통령 선거 출마를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결혼기념일, 가족의 주민등록번호, 친구의 생일, 애인의 전화번호...

신용카드, 혹은 휴대전화, 이메일 계정 비밀번호로 흔히 사용되는 숫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회원가입을 할 때 ‘주민등록번호 등 유출이 쉬운 비밀번호는 피하라’는 경고문구가 뜨지만 무시당하기 일쑤다. 기억하기 쉬운 이유도 있지만, 사람들은 계정 ID, 비밀번호 등에 특별한 의미가 담긴 숫자를 사용한다.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선거 캠프 기자실의 비밀번호, 출판 기념일 날짜 등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의미 있는 숫자를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꾸미거나 자신의 정치행위에 상징을 부여한다.

출판 기념일, 대선 출마 선언일, 기자실 비밀번호 모두 한 날짜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시절이던 지난해 7월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하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당시 안 의원이 내놓은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은 초판 4만 부가 출간 하루 만에 매진되는 등 연일 출판업계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안 의원이 ‘안철수의 생각’을 출간한 날짜는 7월 19일.

정확히 2개월 뒤인 9월 19일 오후 3시, 안 의원은 서울 구세군 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소속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 이때부터 안 의원에게 19라는 숫자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후 안 의원은 대선캠프였던 진심캠프 기자실 문의 비밀번호를 ‘0919’로 설정한다. 또 안 의원의 트위터 계정(‏@cheolsoo0919)의 뒷자리에도 ‘0919’란 숫자가 들어간다. 그리고 정확히 3개월 뒤인 12월 19일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이날은 안 의원이 투표를 마치고 미국으로 출국한 날이기도 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 쿠데타와 박근혜 대통령의 51.6%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특별한 숫자가 있다. 바로 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얻은 51.6%의 득표율이다. 51.6에서 소수점만 한 자리 앞으로 당기면 5.16으로,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군사정변으로 집권한 날짜가 된다. 특히 박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박 전 대통령이 군사정변을 일으킨 지 51년 6개월 만의 일이다.

박 대통령과 숫자 ‘516’의 인연은 대선 직후 한 네티즌이 ‘516의 숨겨진 비밀’이란 제목으로 게시글을 올리면서 화제가 됐다. 당시 이 네티즌은 박 대통령의 당선을 예견된 일이라 주장했고, 해당 게시물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비슷한 내용으로 재생산돼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또 온라인상에선 해당 게시물을 놓고 찬반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마치 대선 번외편을 치르듯 첨예하게 입장이 갈려 한동안 공방을 벌였다. ‘516’이란 숫자가 누군가에겐 행운의 숫자인 반면, 다른 누군가에겐 어두운 그림자였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변호인', 그리고 문재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1219’도 행운과 불행의 의미를 모두 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을 모델로 한 영화 ‘변호인’의 개봉 날짜는 12월 19일. ‘변호인’은 고졸 출신 세무 변호사가 단골 국밥집 사장의 아들을 무료로 변호하고, 이를 계기로 인권변호사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담았다. 극의 모티브가 되는 ‘부림사건’은 1981년 부산에서 발생한 용공조작 사건으로, 실제 노 전 대통령의 삶의 큰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침 노 전 대통령이 제16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날짜도 12월 19일, 여기에 노 전 대통령의 지지단체인 ‘국민의 힘’이 매년 개최하는 추모행사의 이름도 ‘Remember 1219’다. 이는 우연의 일치라기보다는 노 전 대통령의 당선인에 행사의 이름, 영화 개봉 날짜를 의도적으로 맞춘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정확히 10년 뒤인 2012년 12월 19일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한다. 문 의원은 노 전 대통령과 변호사 시절을 함께 한 친구로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비서관, 비서실장을 맡아 노 전 대통령을 보좌했다. 이후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앞선 ‘1219’가 의도적 상징이라면, 지난해 ‘1219’는 운명의 장난처럼 문 의원에게 시련을 안겼다.[데일리안 =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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